꿈과 현실, 그 사이에서,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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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 그 사이에서, 청춘
<슬램덩크 - 이노우에 다케히코>
최근 만화 슬램덩크가 영화로 재 개봉했다. 90년대 초중반에 연재되었던 만화로 우리 세대, 위 아래로는 이 만화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만화와 함께했던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며 기대를 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왼손은 거들 뿐.』
슬램덩크에는 명대사가 많고 많지만 그 중 제일 유명한 대사가
아닐까. 나는 그 사실이 마음에 든다. 그 시절, 만화를 본 아이들이 농구를 배울 때면 이 대사 하나 덕분에 기본기를 배우면서도 필살기를 배우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이 주문을 마구 외치면서 공을 던져대었다. 그런
모습들을 떠올리면 당시 농구 선생님들도 참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야기 속 결정적 순간에 빛나던, 그래서 모두가 필살기처럼 외치던 이 명대사의 기술은 당연하게도 필살기가 아니다.
철없던 우리들은 주인공 강백호처럼 ‘슬램덩크’를 향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 모두를 압도시키는 모습. 혹은 그와 비슷한
무언가를 꿈꾼다. 그래서 기본기의 중요성과 근면함의 소중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변칙적인 무언가, 개성이라 할만한 무언가를 가져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다시 이야기도 돌아가면, 우리 모두를 감동시킨
순간엔 수없이 반복했을 별 것 아닌 동작을 하는 소년이 있을 뿐이다. 바로 거기서 소년이 혼자 되뇌인
말 한마디는, 수없이 반복적인 연습 동안 실수하지 않으려 스스로에게 걸었던 주문 같은 말. 이상하게도, 그 한 마디가 우리를 설레게 한다. 그래, 왼손은 거들 뿐.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더 오랜 시간을 들여 가다듬어온 것들은 그렇기에 특별할 것이 없고, 변칙적인 수들에 쉽게 압도당하고 부정당할 운명을 품은 채 길러진다. 내다 버리고 싶을 정도로 연비가 떨어지는 행위를 굳은 마음으로 반복하며 버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져 간다. 우리가 배운 모든 것들도 잊혀지고 무뎌질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노력이 우리를 배신했다’는 이야기는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성취 역시 노력의 결실이라고 표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많은 시간을 들인 일은 결국 과정 전부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된다. 그 삶의 일부란 녀석이 한 사람에게서 배어나는 매 순간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돌아보면 그 순간들을 알아채는 것 또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꿈’이라는 단어와 ‘청춘’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아름답다가도, 곁에 나란히 선 ‘현실’이라는 단어를 마주하면 금새 초라해지고 때론 서늘한 감각마저 느껴진다. 마치 현실이 그 둘을 언제든 부정할 것만같은 불길한 예감을 두르고 있는 듯 말이다.
이야기는 분명 언더독의 반란이었다. 그러나 북산고는 유력한 우승후보인 산왕공고를 이겨 놓고도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기에서 만화 속 표현처럼 ‘거짓말처럼 참패를 당했다’. 묘하게 현실적인 이 결말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무엇이었을까? 그저 미묘하게 여운을 주기 때문에 더 좋은 결말이었던 것일까?
삶 속에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것이 결과로 평가 되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은 언제나 남아 있다. 그래서 성공하려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더없이 화려한 ‘슬램덩크’를 향한 야망이 꿈틀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삶에는 굴곡이 있고, 그 절망의 순간에 무너지지 않는 것이야 말로 그 모든 것의 전제조건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일이 끝나고 난 뒤에야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우리의 현실이 순간의 ‘슬램덩크’를 위한 시간들이 아니라, 결국 매일 같이 반복되는 삶의 연속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이야기의 결말이 더 이상 허무하지 않다. 그래, 아쉽지만. 너무나도 아쉽지만.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도 뭐 어떠한가? 열심히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빛이 나는데.
그 찬란한 빛을 알아챌 때에 삶의 사랑스러운 면모가 보인다. 격렬한 경기 속에서 성장과 좌절을 반복하던 소년은 문득 자신이 동경하던 것이 멋진 모습이나 그를 위한 ‘슬램덩크’가 아니라 어느새 자신의 삶에 녹아든 농구 그 자체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눈을 뜬 소년의 입에서 청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유치한 대사가 나온다. 철딱서니 없는 고등학생이 짝사랑하는 여학생에게 하려던 고백의 말이, 이제와 마주하게 된 자신의 꿈을 향한 각오의 말이 되어 뱉어진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도, 낯부끄러워 하지도 않고, 주변의 시선 따위 신경쓰지 않는 듯이 진지하게, 또 담담하게.
『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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