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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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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윤희
댓글 0건 조회 2,597회 작성일 23-07-0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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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이 책은 5.18 민주화 운동에 관한 이야기로 한 중학생 소년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그 소년은 매일 밤 들어오는 시신을 수습하며 촛불을 킨다. 장부에 시신의 정보를 정리하고 유족들에게 그 시신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소년이 친구를 잃은 것은 함께 광장에서 계엄군을 향해 행진했던 날이었다. 터질듯한 총성 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맥없이 쓰러졌고, 그 사이에서 본인의 체육복과 같은 옷차림의 맨발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 자리에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함에도 무장 군인이 무서워 도망쳐온 소년은 시취 안에서 학생들의 일손을 돕는다. 그리고 되뇌인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고. 그리고 어머니가 손을 뿌리치고 나간 그 날 도청에 남았고, 그렇게 그의 양심을 죽음과 맞바꾸게 된다. 죽게 되어 혼이 된 친구는 본인의 육신을 보고 증오한다. 몸들이 탑이 되어 고깃덩어리처럼 쌓아졌고, 그 육신들의 얼굴은 하얀 페인트로 지워진 채로 악취를 내뿜으면서 썩어 문드러지며, 질척한 핏물에 어짖겨 있었다. 그리고 물었다.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그리고 석유에 적셔진 몸들이 뜨거운 불에 타들어가면서 치욕스럽게 느낀 몸이 사라졌다.


 남겨진 이들의 남은 인생도 죽음과도 같았다. 은숙이라는 인물은 그 주인공 소년과 함께 도청에 있었고, 시민군의 설득에 그 자리를 빠져나와 병원에 몸을 숨겼다. 도청 쪽에서 총성이 들렸을 때 그 소년을 기억했다. 소년을 데리고 가려 했지만 오히려 폭약 소리와 비명 소리가 난무하는 공간이 살길인 것처럼 달아났던 소년의 모습과 죽음 앞에서 두려워했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했다. 그 때, 그녀의 영혼은 부서졌고, 생명이 그리 오래지 않길, 빨리 늙기를 기원하며 살아간다. 진수는 도청에서 그리고 그는 유서와 그 소년이 담긴 사진을 품은 채 자살을 하게 된다. 캐비닛에 숨어있던 20살도 채 안된 어린 학생들이 두 손을 들고 일렬로 내려왔고, 장교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학생들에게 총을 난사했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들은 일렬로 쓰러졌다. 총을 쏘려 하지도 않았고 저항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 아이들은 단지 진입한 계엄군 앞에서 두 손을 들고 줄을 맞추며 내려왔을 뿐이었다. 진수는 그 장면이 그의 죽음으로 내몬 것인지는 감히 알 수 없다. 그는 단지 계엄군 앞에서 쏘지도 못할 총을 들고, 버틸만큼 버티다가 죽을 걸 알면서도 계엄군이 진입하는 도청에 남아있었을 뿐이었다.


 5월 18일 이후의 삶은 어떤 것인가. 우리는 그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서 귀 기울여 봤을까. 남은 자들의 기억은 아물지 않는다. 살아남았다는 치욕을 느끼면서 산다. 죽음이 그들의 기억을 유일하게 씻겨줄 길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실제로 생존자들의 자살률은 11%라고 한다. 그들은 그 일로 본인의 삶에 장례식을 치루고 죽음 같은 삶을 살아간다.

 

 상처입은 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너무 생생해서 책을 읽다가 참을 새도 없이 눈물이 줄줄 새어 나왔다. 친구를 잃고 결국 본인도 목숨을 내놓은 이들도, 맞서 싸우다 죽어 혼이 된 이들도, 함께 싸웠지만 죽은 듯이 살아 있는 이들도, 양심의 가책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어낸 사람들도, 자식을 잃은 사람도 모두 아파했다. 작가는 집필 과정에서 이런 ‘고통’이라는 감정에 힘들어했고, 그렇게 담아낸 감정이 문체에도 담겨있다. 내가 학교에서 봤던 역사책의 작은 사진 한 장, 단 몇 단락으로만 기억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가슴 아팠다.

 

 생존 본능을 뛰어넘는 인간의 양심이란 게 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인간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토록 잔인함을 보여줬던 인간과, 그 앞에서 연약하게 부서질 걸 알면서도 양심을 지킨 인간 사이에서 아이러니함을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분명한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역사’를 붙들어야 하다는 것이다. 죽은 이들에게 외면하지 않는 것, 부서진 유리조각을 온 몸으로 안아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심장으로 그리고 눈부시게 빛나는 양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깨끗하고 투명했던 영혼을 더럽혀지지 않게 지켜줘야 한다.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꽂은 양초 불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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