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싶다는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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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이 책의 저자인 허지웅은 2018년 12월 악성 림프종(혈액암의 일종) 진단을 받았다. “함께 버티어 끝까지 살아냅시다. 이길게요. 고맙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결국 그는 정말로 버텨냈고, 2019년 5월 항암치료를 마치게 되었다.
항암치료를 하며 그는 죽음과 대면하였다. 옆자리 사람이 죽어가는 병동에서, ‘더디고 부잡스럽고 무미건조한’ 사람의 죽음을 보았다. 그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은 신세였다. 머리털과 눈썹이 사라진 것 쯤은 그에게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사흘동안 구역질과 딸꾹질이 그치지 않고, 수면제와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잠을 청해도 2시간을 가지 못했다. 너무도 당연하게도, 그는 어느 날 죽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을 수 있는 희망도 없고, 낫는다고 해도 정상적인 모습을 돌아가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통을 인내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간단하게 유언을 남기고 주변 정리를 한 후 침대에 누웠다. 이후의 몇 시간은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뭐라고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제정신이 아니었고, 혼란스럽고 무서운 밤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깨어났을 때, 그는 오랫동안, 더 이상 위액조차 나오지 않을 때까지 모든 걸 토해냈다.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 앉았을 때, 그는 ‘살아야겠다는 야심’을 품었다. 그는 살기로 결정했다. 사소한 결심은 삶의 동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의욕 넘친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전하기 위해.
책의 한 챕터에서는 이제 막 죽은 당신에게 일곱 가지 장면으로 삶을 요약해보라는 과제를 준다. 일곱 가지라. 삶이 다채로웠던 어떤 이에게는 터무니 없이 적은 숫자이지만, 어떤 비관적인 이에게는 꽤나 많은 숫자일 수도 있다. 나에게도 이 과제가 주어진다면, 하고 내 과거를 떠올려본다. 언제가 될 지 모르는 나의 삶의 끝에서 바라보는 나의 인생을. 처음엔 지금까지의 삶 위주로 골랐보았다. 30년도 되지 않은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 가장 비참했던 순간, 가장 긴장했던 순간 등을 떠올려본다. 또한 장면마다 존재하는 수많은 얼굴들에 반가움을 전하고, 그들이 했던 말과 내가 했던 말이 지나간다. 하지만 놓친 것이 하나 있다. 시점이 지금이 아닌 나의 죽음 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나의 미래의 장면에서 골라본다. 꽤나 행복한 장면들만 선점하지만, 그 끝에는 죽음이 있다.
과제를 하며 스스로 느낀 점이 있다. 그동안의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기뻤던 순간은 잘 정의되지 않고, 그러한 순간은 미래에 존재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가장 어두웠던 순간은 굉장히 선명하게 떠올랐다. 당시에는 바꿀 수 없는, 이미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몸과 마음이 그것에 묶여있었다. 그러한 순간들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것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기억에 깊게 각인되어있는게 아닐까.
저자는 이 과제를 하는 모든 사람의 마지막 장면은 똑같이 죽음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오르면 먼저 거리감이 느껴진다. 마치 나와는 관계없는 일처럼. 뉴스를 통해 누군가의 죽음을 접해도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살다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에 내가 죽는다면? 내 가족, 내 친구가 죽는다면? 질문과 함께 스산한 분위기가 주변을 감싸고 두려워진다. 하지만 이내 현실이 아님을 깨닫는다. 죽음을 나에게는 아직 그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던 작가에게는 죽음의 의미, 무게감은 나와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또한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고민해 본 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작가는 그런 이들에게 간절하게 부탁한다. “우리의 삶은 남들만큼 비범하고, 남들의 삶은 우리만큼 초라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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