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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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란 누구인가? 아버지의 사전적 정의는 자식의 남성 부모이다. 이는 생물학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현대에 들어서 이혼과 재혼의 횟수가 늘어나고 가정의 형태 또한 다양해지면서 아버지의 정의도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버지는 자녀를 어떤 형태로든 돌보아주는 보호자라는 것이다. 돌보아주는 보호자라는 말은 분명 따뜻한 표현이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아버지라는 단어는 친근감이나 다정함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는 어머니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한 감정과 사뭇 상반되는 모습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아이들과 친구 같은 관계를 형성하고 어린 시절부턴 친밀감을 형성하는 ‘아빠’들이 있지만, 여전히 ‘아버지’란 표현은 엄격함과 무게감을 준다.
사실 아버지는 필연적으로 어머니보다 자녀와 친밀감을 쌓는 대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10개월의 임신으로 아이의 탄생을 몸으로 뼈저리게 체험하고, 출산 후에도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돌보는 어머니는 본인이 누구보다 먼저 아이와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깊은 관계를 빠르게 형성한다. 하지만 아버지 입장에게 출산 직후의 아이는 사실상 초면이고,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도 유전적인 한계를 가진 터라 (아기는 자신에게 모유를 주고 부드러운 공간을 제공하는 어머니를 비교적 단단한 아버지보다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 유대감을 쌓는 시기가 비교적 느리다. 남성 부모가 자녀를 자신의 자식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일부 사람들만 경험하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의 장편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통해 남자가 자신의 아이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진정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어떤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찰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주인공 노노미아 료타는 한 건설회사의 유능한 회사원이자 아름다운 아내 미도리와 똘똘한 아들 케이타를 둔 아버지다. 그는 회사 일에도 가정 일에도 소홀하지 않고 모든 일에 열정을 다하며 나름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지만, 자신과 달리 모든 일에 열심이 없는 아들 케이타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이 6년간 키운 아들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고 병원에서 바뀐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료타는 병원의 주선으로 자신의 친자 류세이를 거둔 가족들을 만나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혈육 류세이가 얼마나 자신과 닮은 아이인지를 느낀다. 6년 간의 기른 정이 있지만 자신을 닮지 않은 케이타와 아직은 낯설지만 혈육의 정을 느끼는 류세이 사이에서 료타는 진정한 부정이 무엇이고 아버지란 무엇인가에 대해 배우게 된다.
세상에는 다양한 성향의 아버지가 존재하지만, 영화에서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두가지 형태의 아버지상을 그린다. 하나는 스승 같은 아버지이고, 다른 하나는 친구 같은 아버지이다. 스승 같은 아버지는 자신의 자식이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쳐주고 싶고, 아이가 바르게 자라도록 엄격하게 훈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아이가 필요한 모든 교육과 경험을 제공해주기 위해서는 아버지는 충분한 경제력을 지녀야 하므로, 스승 같은 아버지는 필연적으로 일터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아버지들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 친밀감이 부족하지만 스스로는 누구보다 아이를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주인공 노노미야 료타는 스승 같은 아버지를 상징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친구 같은 아버지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훌륭한 양육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게 이런 아버지들은 직업적으로 아이와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친구 같은 아버지는 자식에게 세상이 그를 미워할지라도 그를 사랑하는 가족이 있음을 가르쳐주고 싶어한다. 이러한 아버지들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함께 시간을 보내왔기 때문에 자녀들이 아버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때로는 자식들에게 더 좋은 것을 주기 위해 자신이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기도 한다. 류세이를 양육했던 사이키 유다이가 친구 같은 아버지로 그려진다.
영화에서 료타는 상당히 차가운 이미지의 아버지다. 그는 아이에게 엄격한 규율을 요구하고, 아이가 원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준다. 료타의 차가운 면모는 피아노 콩쿠르 신에서 잘 드러나는데, 자신보다 피아노를 잘 치는 친구를 칭찬하는 케이타를 보며 료타는 케이타의 따뜻한 심성을 칭찬하기는커녕 친구를 이기지 못했으므로 분해야 한다고 다그친다. 애초에 영화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영화를 구성할 때부터 아이들과 유대감을 쌓지 못했던 자기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료타의 차가운 모습들을 통해 권위적인 아버지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부각해서 표현한 듯하다. 애초에 료타 역으로 현재까지 미혼이며 쿨한 스타로서 이미지 메이킹이 철저한 후쿠야마 마사하루를 캐스팅한 것부터가 감독의 의도가 다분하다고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료타의 대칭점으로 그려진 사이키 유다이가 좋은 아버지인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분명 유다이는 자식들의 눈높이에 맞춰 주고 함께 놀아주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친근감 있는 아버지지만, 그는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훈육을 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유다이가 아이들에게 엄격하지 못하다 보니 아이들 모두 기본적인 밥상머리 예절이 부족하고, 좋은 교육환경에서 배움의 기회를 가지지 못하다 보니 류세이는 7살이 다되도록 영어 단어 하나도 알지 못한다. 이런 유다이의 어수룩하고 느긋한 성격을 답답하게 여기던 료타는, 자신이 케이타와 류세이를 모두 기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감독은 유다이가 아이들과 친근한 관계를 맺고 유대감을 쌓는 모습을 더 부각시켜 그로 하여금 료타가 스스로 가지고 있는 부족한 면모를 깨닫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한다.
그렇다면 어떤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일까? 료타처럼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아이에게 적절한 훈육을 하는 아버지? 아니면 유다이처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충분한 보내고 친구 같은 유대감을 쌓는 아버지?
영화 말미에서 료타는 혈육의 정을 따라 류세이를 선택하고, 6년간 기르던 케이타를 유다이의 집으로 보내게 된다. 나름 류세이와도 친분을 쌓고 다시금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가던 중 료타는 우연하게 케이타가 쓰던 카메라를 보게 된다. 케이타의 카메라 속에는 료타의 사진이 가득 담겨있었고, 이를 통해 료타는 케이타가 늘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 스스로도 얼마나 케이타를 사랑하는 지도. 결국 료타와 케이타의 관계는 대화와 표현이 부족한 관계였다. 케이타도 말수가 적은 아이였고 료타고 무뚜뚝한 아버지였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말하지 않아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알지 못했다. 료타는 케이타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와, 자신도 혈육과 관계없이 케이타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깨달을 때 비로소 아버지가 되었다.
아내와 함께 한 아이의 부모가 되는 길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 나는 내가 어떤 부모가 되어야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가운데 있다. 아이를 어떤 양육법과 훈육법으로 아이를 가르칠 지, 아이가 건전한 가치관과 비전을 가지도록 어떻게 지도할지, 더 나아가 어떤 것이 좋은 아버지인지… 티비에는 양육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지만, 그 프로그램들을 시청할수록 좋은 아버지에 대한 답을 얻기는커녕 되려 나쁜 아버지가 될까 걱정과 두려움만 늘어난다. 하지만 ‘그렇게 아버지가 되었다’에서 료타가 진정한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좋은 아버지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좋은 아버지가 될 수는 없다. 어찌 첫 술에 배부르랴? 내 입장에서도 아이는 초면인데… 처음에는 분명 어색하고 어려울게 분명하다. 하지만 케이타의 마음을 알고 또 자신의 마음을 전하면서 진정한 아버지가 된 료타처럼, 나도 아이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또 내 마음을 아이에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아버지가 되려 한다. 나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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