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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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식물
-임이랑 저-
한 달 전, 여자 친구가 나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다며 봉투를 건네왔다. 그 봉투 안에는 여자 친구가 다 먹고 남긴 아보카도의 씨앗이 들어있었다. 아보카도 씨앗을 손에 쥐고 보면, 그것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둥글고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외피를 가진 씨앗. 이 씨앗이 곧 커다란 나무가 되어 생명의 근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놀랍게도 아이러니하다.
아보카도 씨앗을 물에 담그기 위해 씨앗을 세 개의 이쑤시개로 찔러 절반 만큼 물에 담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씨앗 내부의 떡잎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매우 조심스럽게 수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마치 데미안의 알처럼, 외부에서의 고통이 결국 씨앗에게 새로운 삶을 불어넣게 되는 순간이다. 그 후, 씨앗을 물이 담긴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얹어놓았다. 이렇게, 씨앗은 새로운 집을 얻게 된다.
수일이 지나 아보카도 씨앗은 천천히 변화를 시작한다. 그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일어나는 신비로운 과정이다. 씨앗은 천천히 쪼개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사이로 희미한 뿌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은 씨앗에게 삶의 첫 번째 신호이며, 내가 먹은 과일의 '부활'의 첫 번째 신호라 할 수 있다.
뿌리는 물 속에서 서서히 자라나기 시작한다. 그 위의 씨앗은 이를 위해 자신의 내부에 남아 있던 영양분을 모두 뿌리에게 주며, 자신의 힘을 다한다. 그리고 어느 날, 씨앗은 마침내 뿌리를 통해 물을 빨아들이고, 중심을 통해 땅 위로 작은 싹을 뻗어 나가기 시작한다.
그 싹이 커지면서 씨앗은 자신의 역할이 끝났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슬픔이 아닌 기쁨으로 다가온다. 씨앗의 희생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며, 제 2의 생을 힘차게 내닫는 싹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한 모성의 힘이다.
싹은 서서히 성장하고, 새로운 잎이 나오기 시작한다. 싹은 아주 작지만, 그 안에서는 강인함과 생명력이 넘쳐난다.
책의 저자는 긴 시간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그녀에게 힘이 되어 준 것은 그녀의 방에 있는 반려 식물이었다. 식물은 말을 하지 않지만, 앞서 이야기한 나의 작은 아보카도 씨앗처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다. 식물에게서 나를 치장하거나, 즐거운 표정을 짓지 않아도 정직하게 자라났다는 부분이 저자를 기쁘게 하였을 것이다.
그녀가 어려운 시기를 거치며 식물들로부터 위안을 받고 성장했던 것처럼, 나도 오늘부터 나의 작은 아보카도 싹을 관찰해 보려고 한다. 나의 아보카도 씨앗의 성장 여행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아직 시작일 뿐이다. 그리고 그 여행은 나와 우리 모두의 여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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