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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영근
댓글 0건 조회 2,340회 작성일 23-06-1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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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적어온 독후감을 보았을 때, 나는 소설을 즐겨 읽는 타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소설이라는 장르를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나에게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다 보니 다른 장르들 대비 비교적으로 우선순위에 밀려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소설을 집어 올리는 순간이 잦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감상문을 쓰는데 있어 작가가 소설 속에 숨겨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그러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하기에 한 달에 한 번 감상문을 써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소설이라는 장르 대신에 저자가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한 개발서와 같은 것을 골라 읽어 왔었다. 그렇다고 소설을 꼭 고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이번 달에 고른 책은 소설이었으며, 이번에는 작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암시하는 장치, 복선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냥 소설이 나에게 어떠한 것을 주고 있는지, 혹은 소설이라는 것은 나에게 무엇을 주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만약 다음 달, 혹은 다다음달에 내가 소설을 다시 읽게 된다면 이번에 느낀 감정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

 

유유상종 (類類相從),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나와 비슷한 결이 사람들과 지내게 된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과 지내는 것은 나와 성향이 정반대인 사람과 달리 갈등을 빚을 일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다가오는 편안함이라는 감정은 나와 다른 상황 그리고 가치관을 가지는 사람과의 대화를 멀리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항상 같은 상황, 분위기의 대화는 나를 편협한 사고에 갇히게 하고 편향된 사고를 가지게 할 경우가 다분하다. 작년 연말 성시경 콘서트에서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까지도 다른 결의 사람들과의 대화를 마주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었다. 


나에게 보이는 일면만으로 다름을 불협화음이라 단정 지은 옹졸한 내가, 나와는 전혀 다른 물리적 시공간을 살고 있는, 한 인물의 삶을 담지하고 있는 소설을 끝까지 읽는다. 한 작가로 인해 꾸며진 서면 안의 이야기는 익숙한 곳이 아닌 낯선 시공간이기에 홀로 작가가 펼친 세상으로 떠나는 것은 언제나 부담이 되고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나와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하는 연습을 소설을 통해서 하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소설을 통해서 나와 다른 인간을 이해한다. 4월에 읽었던 아몬드를 통해 장애를 앓고 있던 윤재와 가정의 불화로 괴물이 된 곤이를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이해한다. 나에게는 다른 사람이 있어도, 너에게는 저런 사람일 수 있음을 경험한다. 그렇게 나는 내가 들여다보고자 하지 않았던 여러 다른 사람들의 삶 속을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공감(共感)하고 체험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과정인 것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로부터의 위로”

 

나는 내가 처한 상황이나 힘듦을 다른 사람에게 내색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며 지내왔다고 생각을 했다. 나의 힘듦을 누군가에게 말함으로써 해결되는 것은 추호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으며, 나의 치부를 들어내는 것은 언젠간 그 치부를 약점 삼아 다가올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글을 읽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힘듦이 나 혼자만이 견뎌내야하는 것이라고 느낄 때, 내가 사는 세상에는 존재하지는 않지만 낯선 상상이라는 허상 속에서 나와 비슷한 혹은 익숙한 그 무엇이 그리고 다른 누군가도 이 순간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고 위로를 느낄 때가 있다. 그렇게 무언(無言)의 위로를 받고자 할 때, 이것이 바로 내가 앞으로 소설을 찾아 읽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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