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 W. B. Y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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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공개 직후 대한민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나는 신이다’는 기독교복음선교회 (JMS),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 등 총 4개의 사이비 단체의 범법행위와 엽기적인 행각들을 총 8회에 걸쳐서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방송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이비 교주들이 신도들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과 학대, 가스라이팅과 살인교사 등의 악행에 대한 정황이 속속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특히 JMS 정명석 교주가 저지른 성폭행 내용의 경우 다소 수위 높은 영상을 공개하고 피해자가 얼굴을 드러내고 인터뷰의 응하면서 그 신빙성을 더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사이디 종교에 빠진 사람들 중에 연예인과 같은 공인이나 정치인, 기업인, 교수와 같은 사회적 저명인사들도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은 보통 교육환경이 좋지 못하거나 사회적 약자라는 기존의 통념을 벗어난 상황입니다. 스스로를 지성인이라 부르는, 높은 교육 수준과 사회적 안정을 얻은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은 인간을 신적인 존재로 여기는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상황을 제 머리로는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사실 현대인 대부분은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도 감성적인 행동보다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큰 가치를 두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언제나 이성적인 판단을 하냐고 말한다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언성이 높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를 따르는 무리가 늘 존재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따르는 리더가 아무리 비윤리적인 언행을 일삼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여도 여전히 그를 신뢰하며 때로는 그의 기행이 그의 인기를 더 곤고하게 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곤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사이비 종교에서만 보이는 현상이 아닙니다. 특정 정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감춰진 비리는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드러난 비리는 경중이 적은 해프닝으로 여깁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악한 과거 행적을 듣고도 그들을 옹호하거나, 오히려 피해자를 조롱하며 2차 가해를 가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특정 인물에 대한 광적인 지지를 하는 광신도들을 보며 대중들은 비난을 하지만, 막상 그 대중들 또한 다른 분야에서는 자신이 광신하는 존재가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 윌리엄 버틀리 예이츠 (W.B 예이츠)의 시집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W.B 예이츠는 아일랜드의 국민 시인으로 19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예이츠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생의 근본적인 문제 – 현실이란 무엇인가, 신은 존재하는가, 영혼은 존재하는가 – 에 의문을 제기해왔습니다. 삶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예이츠의 고민은 세계 1차대전을 겪으면서 회의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졌고, 과학주의와 실존주의를 통해 기독교적인 세계관은 곧 붕괴되고 윤리적으로 악한 세상이 도래할 것을 우려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이 가장 잘 담겨있는 작품은 ‘The Second Coming’이라는 시였습니다.
The Second Coming
- W. B. Yeast -
Turning and turning in the widening gyre
The falcon cannot hear the falconer;
Things fall apart; the centre cannot hold;
Mere anarchy is loosed upon the world,
The blood-dimmed tide is loosed, and everywhere
The ceremony of innocence is drowned;
The best lack all conviction, while the worst
Are full of passionate intensity.
Surely some revelation is at hand;
Surely the Second Coming is at hand.
The Second Coming! Hardly are those words out
When a vast image out of Spiritus Mundi
Troubles my sight: somewhere in sands of the desert
A shape with lion body and the head of a man,
A gaze blank and pitiless as the sun,
Is moving its slow thighs, while all about it
Reel shadows of the indignant desert birds.
The darkness drops again; but now I know
That twenty centuries of stony sleep
Were vexed to nightmare by a rocking cradle,
And what rough beast, its hour come round at last,
Slouches towards Bethlehem to be born?
"The Second Coming"의 중심 주제는 기독교 문명이 중축이 되었던 기존 질서의 붕괴와 새로운 세계관의 도래입니다. 경제와 기술, 종교와 철학 등 수많은 기존 질서가 변하였던 1900년대 초, 예이츠는 매사냥꾼(falconer)의 외침을 매(falcon)가 듣지 못하고 정처없이 원만 키운다는 묘사를 통해 사람들이 더 이상 이성인 판단을 곧바로 내리지 못한 채 생각이 혼란스러워지는 상황을 우려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의 때에 가장 이성적인 사람들은 신념(conviction)을 잃고 고민을 하지만, 악한 리더들은 도리어 자신의 잘못된 신념을 열정적으로 설파하는 상황이 생길 것을 예언하였습니다. 그리고 대중들은 자신에게 혼란을 주는 지식인보다는 혼란 가운데 확신과 평안을 주는 악한 리더들을 따를 것을 경고하였죠. 이 예언은 예이츠가 “The Second Coming”을 발표한 1920년으로부터 13년 뒤 히틀러라는 거친 짐승(rough beast)이 독일의 재상이 되면서 실현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작은 인구수에 대비하여 수많은 사이비 종교가 생기는 것도 우리나라가 종교적으로 상당히 혼란스러운 나라이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특정 종교가 대다수를 차지하거나 최소한 문화적 토양을 형성하는 대다수의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종교들인 무속신앙과 유교와 불교뿐 아니라, 근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개신교와 천주교까지도 문화 저변에 고르게 침투하여 특정 종교가 주가 되는 나라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연인과 궁합 점을 보러 가거나, 불교를 믿는 사람이 유교식 제사를 지내는 일이 비일비재한 나라이죠. 이렇듯 삶과 인간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뚜렷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첨예한 의견 대립만이 존재하는 혼란스러운 한국. 어쩌면 이러한 혼란 속에서 확답을 주는 사이비 교주들이 민중들의 마음에 일시적인 안정을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사회에서는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정보가 매우 쉽게 접근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이 받아드리는 정보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수용할 수 있는 정보의 한계를 초과하게 되는 정보 과부하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죠. 수많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의견을 들으면서 그 중에서 허위 뉴스와 진실된 정보를 구분하는 것은 대중들에게 큰 피로감을 줍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잘못된 신념을 가졌지만 확신에 차있고, 비윤리적일지라도 카리스마 있는 리더를 맹신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지성인들이 정보의 바다 속에서 무엇인 옳고 그른가에 대해 고민하는 동안, 반지성인들이 자신의 신념을 따라 먼저 행동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정보가 범람하는 사회에서 이러한 반지성인들에게 선동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지성인들이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에는 자신과 동일한 가치관과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인터넷 커뮤니티에 갇혀, 그룹 내에 형성된 편향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만드는 갈등과 혐오, 차별과 우울한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둔다면, 우리는 반지성주의와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맞이할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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