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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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단언컨대 나의 올해 영화 중의 최고라고 여길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 이 영화는 어쩌면 B급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고, 담고 있는 메시지와 도구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혼란스럽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이 영화가 관통하는 메시지는 너무나도 직관적이고, 윤리적이어서 한번쯤은 볼만한 영화라고 말해주고 싶다. 먼저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평행 우주라는 배경을 그린다. 평행우주는 무한한 확장체로 모든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다. 로또에 당첨된 이윤희, 미국에 살고 있는 이윤희, 남자인 이윤희, 병에 앓고 있는 이윤희까지 셀 수도 없는 모든 사건들이 0이 아닌 확률로 가능한 공간이고, 이 영화의 이름 그대로 everything(모든 것)이 everywhere(모든 곳에서) all at once(동시에)발생하고 있다. 영화가 곳곳에 담고 있는 철학적이면서도 심오한 의미들을 내가 모두 해석할 수는 없지만 제일 핵심적인 줄기라도 소개해보려고 한다.
- 허무주의
에블린의 딸의 형체를 한 조부투바키는 평행 세계의 모든 것들을 경험하고, ‘모든 우주에서의 경험은 마치 모든 것을 올린 베이글과 같지,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아’라고 말한다. 즉, 이 모든 것들은 의미가 없다(Nothing matter)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지닌 채 삶을 다 살아봤더니 결국은 죽음이라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시대에 태어나 어떤 공간에 살아가도 결국은 모든 인생은 돌아가는 세탁기처럼 비슷하게 빙글빙글 돌아가기 때문에 삶이 형편없다고 정의내리게 된다. 그리고, 까만 저 끝으로 빨아들이려는 베이글 원처럼 모든 것들을 파괴하는 것으로 침전하려고 한다.
그녀가 이러한 허무주의로 치닫은 이유는 그녀라는 객체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모든 것(everything)들을 경험을 하고, 결국 자신이 존재는 무엇이고, 철학은 어떤 것인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어떤 것을 진정으로 바라는지 잃어버린 채 아무것도 없어진 것이다(nothing). 그녀의 삶에 의미를 심어줄 수 있는 사랑과 슬픔과 같은 감정들도 결국 무한한 경험들 속의 티끌과 같은 권태로움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니체는 허무주의를 "이전의 상황에서는 삶의 잠정적 도구로서 적합한 기능을 발휘했던 기존의 가치체계가 새롭게 변화된 삶의 상황에서 과거와 동일 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소멸해가는 역사적 과정이다" 라고 정의한다. 우리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겼던 절대적 가치들이 허구라고 판단하게 되고 결국은 삶의 부정과 혐오로 방황의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 다정함
그렇다면 이러한 파괴적인 허무주의에 생동감을 넣어줄 수 있는 도구는 없는 것일까? 불가피하고, 만연해 있는 허무주의는 너무나도 쉽게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사상이며, 우리는 이에 방어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모든 세계(Muti-verse)에서 수많은 본인을 경험한 에블린이 내릴 해결책은 ‘다정함(kind)’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볼품없는 삶을 살아도 서로를 자각할 수 있다면, ‘나’라는 객체와 ‘너’라는 객체가 함께 한다는 걸 인지한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조금 더 선명해진다. 불안과 방황이라는 어두움이 드리워지는 이 사회에서 불완전한 서로를 맞서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위로를 건네주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허무함으로만 정의하기에는 ‘사랑’이라는 초월적이고도 애틋한 가치가 존재한다. 돌이 된 조부투바키가 굴러 떨어질 때 그 어떤 망설임 없이 함께 떨어진 에블린처럼 우리에는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들이 남아있다.
사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처럼 거대한 악과 완전무장한 선이 맞서 싸우다가 위대한 주인공이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과거에 이런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다른 세계의 나는 어땠을까 하는 후회와 혼란스럽고도 권태로움이 가득차 있는 일상 속에서 냉소적인 자기 자신을 구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생의 허무를 느끼고 우울함에서 헤엄치는 이와 함께 낭떠러지를 함께 뛰어내리는 다정함으로 서로를 위로한다. 이 영화는 우리의 삶의 이유에 대해서 나름의 해답을 내린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은 그 해답에 알 수 없는 위로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점점 더 초라해지는 우리들에게 사랑스러운 답안지를 제시한 이 영화를 한번쯤 보기를 추천한다.
끝으로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울림이 컸던 장면을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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