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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자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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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추준홍
댓글 0건 조회 2,507회 작성일 23-05-08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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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자들의 도시



   소설은 갑자기 한 남자 눈이 멀면서 시작된다. 이 병은 전염이 되어 빠르게 퍼지고, 의사의 아내 만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어 병동에 갇혀 생활하게 된다. 진정한 비극의 시작이다. 모두가 눈이 멀었기 때문에 아무도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들을 더욱 이기적이게 만든다. 그렇게 인간의 존엄성은 무너져간다. 기본적인 식사, 위생, 치안 등이 보장되지 않는 이 병동 내에서 사람들은 더럽고 추악한 내면을 드러내며 병동 내 질서는 붕괴되어 간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눈이 멀지 않은 의사 아내는 이 사회를 바로 잡고자 애쓴다. 홀로 이 더러운 세상을 볼 수 있는 이 불행한 여자는 병동 내 깡패 집단을 처단하고, 화재로 인해 병동이 불 탄 상황에서도 눈 먼 사람들을 이끌고 나아간다. 병동에서 벗어나도 비극은 끝이 없다. 병동 밖 도시 전체가 눈이 먼 사람들 밖에 없기에 배설물과 쓰레기, 식량과 물을 찾아 헤메는 장님들, 시체를 먹는 짐승들까지. 병동을 탈출한 일행이 도시를 떠날 계획을 세울 무렵, 첫 번째로 눈이 멀었던 남자의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후 차례로 다시 눈이 보이기 시작하며 소설이 막을 내린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등장 인물들의 이름이 없다. 안과 의사, 의사의 아내,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 검은 색안경을 쓴 여자 등, 인물에 대한 특징으로만 불린다. 이는 눈이 멀었기에, 서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기에 이름이 필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람들 사이의 대화 사이에 누가 말했는지, 어디까지가 그 혹은 그녀가 말했는지 알 수 없게 쓰여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눈이 멀어 그 공간에서 소리만으로 대화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서로 못 보는 상황에서 이름조차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대 의식을 형성하기엔 힘들다. 심지어 처음에는 8명이지만 점점 많아져 수 백명이 병동에 들어와 기존의 사회 질서와 체계를 그대로 가져오기는 더더욱 힘들다. 즉 이름도 모르고 누가 말하는지도 모르는 이 상황이 비극의 시작임을 작가는 은연 중에 알려주고 있다.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 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의사의 아내는 사람들이 눈을 떴지만, 여전히 눈이 멀었다고 말한다. 눈이 멀었다는 것을 인간성의 상실을 의미한다. 앞서 소설에서 보이듯 눈이 먼 자들에게는 기존의 사회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남을 보지 못하듯, 남도 나를 보지 못하기에 결국 서로를 인지하지 못하기에 발생한다.사회의 질서가 무너지고, 타인의 시선을 인식하지 않고, 인간답지 않은 삶을 살았던 장님들이 시력을 다시 되찾았다고 해서 인간 다운 모습으로 돌아오는가? 그건 아닐 것이다. 타인을 '인지'하는 것에서 부터 인간다움의 시작이다. 작가는 의사의 아내를 통해 이 점을 더욱 부각시킨다.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는 선한 마음을 바탕으로 눈 먼 자들을 돌보며 위로하고 고통을 분담한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타인을 생각하는 모습에서 인간 답게 살아가는 모습은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유일한 희망이자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메세지 그 자체이다. 




"내가 다시 시력을 회복한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주의 깊게 볼 거야. 마치 그들의 영혼을 들여다 보는 것 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눈을 감는 일이 많아졌다. 나의 행복과 이득을 위해 타인의 불행과 고통에는 눈을 감았다. 나의 가벼운 도움의 손길이 그들에겐 유일한 구원의 손길일수도 있음을 알지만 쉽게 뻗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중간은 간다고 합리화 하며 팔짱 낀 양손을 풀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시야가 좁아져 주변이 보이지 않고, 어느새 눈이 멀어있는 내가 있다. 이제는 구원을 손길을 주기는 커녕 바라는 장님이 되었다.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지, 앞을 못 보고 길을 잃은 나에게 방향을 알려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소설 속 의사의 아내처럼 밝은 눈으로, 선한 마음으로 나를 도와준다. 언젠가 다시 나의 시력이 회복되어 이들에게 제대로 된 감사 인사를 할 수 있기를. 또 그들이 나에게 해 주었듯 나도 길을 잃은 타인에게 방향키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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