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가장 중요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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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가장 중요한 사람
- 정도언의 '프로이트의 의자'를 읽고 -
세상에는 인간이 알기 어려운 사실이 참 많다. 저 광활한 우주에 잠자고 있는 블랙홀들을 움직이는 물리 법칙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들의 세계, 처음 언급되었을 때 과학계를 충격에 빠트린 미립자 들의 확률적이고 이중적인 모습들 까지. 이것들의 공통점은, 너무 위험하거나, 거리가 멀거나 크기가 작다는 이유 때문에 인간이 관측하기 어려워 그 속에 숨겨진 요소들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속에 숨겨진 사실들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 하였고,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들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과 법칙들을 규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너무나 흔하게 존재하고, 또 접근하기도 쉽고 위험하지도 않지만 인간이 아직도 그 실체를 완벽히 밝혀내지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인간' 그 자신들이다.
인간은, 이 지구에 가장 흔하게 존재하는 생명체이다. 전세계에 70억이 넘는 수의 개체가 존재하고, 당장 밖에 나가 걸어다니다 보면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만큼 많은 표본이 존재하고, 또 관찰하기도 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는 아직까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단, 그들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것 같아 보인다. 물론, 그들을 통제하는 규칙과 법규는 존재하지만, 그들의 행동 양식 자체는 정해진 규칙을 따르고 있지 않다. 블랙홀은 너무나 위험천만한 천체이고, 그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결국 정해진 물리 법칙을 따라 묵묵히 움직일 뿐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양자들 또한, 확률성을 지니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전자가 갑자기 양공의 성질을 갖는 기상천외한 짓을 벌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어제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다. 어제까지는 악독하게 굴었던 사람이, 갑자기 하루아침에 천사처럼 돌변 할 수도 있다. 좋았던 기분이 확 나빠지기도 하고, 우울했던 감정이 별것 아닌 일을 계기로 확 좋아지는 것도 가능하다. 그 사람이 원래 그런 사람이고, 평소에는 연기를 한 것일 수도 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나빠진 것이 아니라, 확실했던 계기가 있고, 수많은 요소들이 쌓인 끝에 나온 결과일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국 무엇이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고, 사람의 감정을 그렇게 변화 시켰는지 확실하게 규정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블랙홀은, 블랙홀이라는 이름으로 규명된 이상, 블랙홀이 따라야 할 법칙을 따른다. 내가 알기론, 지금까지 이것에 큰 예외는 없다. 이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양자들도 마찬가지다. 물질 안에 수많은 수의 전자가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같은 특성을 갖는다. 그 수많은 전자들 중 어떤 전자들은 + 방향이 아닌 -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 많은 전자들이 각각 다른 전하량을 갖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세계에는 70억명이 넘는 인간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서로 비슷할 수는 있을 지언정, 완전히 같지는 않고 하나하나가 다른 특성을 보인다. 그들은 같은 법칙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누구에게는 천인공노할 일이 다른사람에게는 웃고 넘어갈 일이 될 수 있고, 이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 저 사람에게는 별것 아닌 일이 될 수 있다. 거기다 그 많은 70억명의 사람들은 하나하나가 단독으로 존재 하지 않는다. 각자가 모여 크고 작은 다양한 사회를 구성한다. 단독으로 존재해도 다양한 특성을 갖는 사람들이, 여러가지 단체에 소속되며 각각 다른 규칙의 제한 아래에서 다른 행동 양식을 보인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를 정해진 법칙 아래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지금까지의 글을 읽어보면, 인간이란 존재는 매우 흔하고, 또 우리 바로 옆에 존재하는데도 참 알기 어려운것 같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그 알기 어려운 인간에는,
'나 자신' 또한 포함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완벽히 정의 할 수 있는가? 내가 무엇을 할때 즐거워하고, 무엇을 할때 지루함을 느끼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자신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가?? 물론, 자기 자신을 잘 알고있고,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할 수 있다는 사람 또한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라도, '내가 왜 이러지?'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 보았을것이다. 분명 난 그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닥치니 싫은적도 있을 것이다. 분명 즐거운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지루해진 적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이래서는 안되는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을 것이다. 물론 반대도 가능하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다른 사람들을 알기 어려운 만큼, 혹은 그보다 더 '나'를 아는 것 또한 힘들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무의식 속에 잠자고 있는 '나'를 말이다.
이 책 '프로이트의 의자' 는 프로이트가 창안한 정신분석학을 통해, 자기 자신을 어떻게 파악하고, 또 문제점이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물론, 자기 자신의 무의식 속에 숨겨져 있는 감정 및 트라우마들, 그리고 행동양식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전문가와의 면밀한 상담이 필요하겠지만, 저자는 실제 정신분석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들과 상담 방식들을 '프로이트의 의자'에서 대중들도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인간의 정신을 구성하는 '초자아', '무의식'과 같은 요소들, 시기심, 열등감, 질투 등의 감정 이면에 숨어있는 무의식 속 트라우마들에 대한 설명을 통해, 독자는 지금까지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자기 자신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필수 불가결하게 필요한것은, 관찰과 분석이다. 결국 '나'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이해하는 수 밖에는 없다. 수많은 사람들은 각각 다른 성장 환경, 다른 경험, 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들을 관장하는 절대적인 규칙을 찾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각각의 사람마다 그들을 관장하는 법칙과 규칙이 다르다니, 그야말로 '소우주'라 부를 만 하다. 그리고 그것은, '나 자신'도 마찬가지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인생을 살아보니,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더라고 말한다. 그리고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관심을 남들에게 기울인다. 어떻게 해야 부모님에게 좋은 자식이 될 수 있을지, 애인에게는 어떤 선물을 해 줘야 좋아할지, 친구와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지, 직장 상사는 어떻게 대할지, 부하 직원을 어떻게 다룰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 자신'은 도외시된다. 무의식 속에서 아픔에 몸부림치는 자기 자신은 애써 무시하며, 남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모든 정신력을 밖으로 기울인다. 그 사이 자기 자신의 상처는 곪아서 썩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아우성치는 자기 자신을 애써 무시한 끝에 불행하고 우울해진 사람들이 너무 많아진 곳이 되어버렸다.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2위인데 반해, 항우울제 복용률은 세계 최하위 라고 한다. 우울한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치료받는 사람들은 매우 적은 사회인 것이다. 감기에 걸리면 이비인후과에 간다. 이빨이 아프면 치과에 간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신이 아프다고 해서 정신과에 가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고, 내가 지금 우울한 것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고 잠깐의 가라앉음일 뿐이라며, 금방 관심을 다른 이들에게 돌린다. 그러나 이것은 오만이다. 앞서 계속 말했듯이, 인간은 각자 다른 행동양식에 따라 움직이며, 그들을 규정할 수 있는 절대적인 규칙은 아직까진 발견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사람에 대해 알려면, 그 사람을 오랜시간동안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해야 하는데 이는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런데,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관심을 쏟고 있으니 그것이 잘 될리가 만무하다. 속으로는 상처가 썩어 들어가고, 나 자신의 아우성이 본인을 점점 짓이기니 겉으로 아무리 관심을 돌리며 노력한다 해도 인간관계가 원만히 유지될 리 없고, 우울함만 악화시킬 뿐이다. 결국, '나'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아는것이 남을 아는것에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 이제, 지금까지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이 시대 가장 중요한 사람인 '나'와 진정한 첫 만남을 가져보자. 어떤것을 좋아하고, 어떤것을 싫어하는지 알아보고, 어떤 것에 열등감을 느끼고, 어떤것에 자신감을 갖는지 파악해 보자. 또한, 지금까지 방치된 곪은 상처가 있다면, 지금까지처럼 그냥 놔두지 말고 치료하려 노력해 보자. 이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혼자서 치료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된다면, 병원에 가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자. 칼에 찔리면 수술을 받는 것 만큼이나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이 모든 과정이 나의 무의식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또한 남에 대한 이해로 이어질 것이다. 남에게만 너무 관심을 쏟는 지금 이 시대, 반대로 '나' 에게 그 관심을 돌릴 수 있다면, 더 자유롭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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