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워 - 왜 중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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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칩스 법으로 인해 반도체의 생산 사이클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중이다. 미국은 이미 해당 법을 통하여, 첨단 반도체 산업(EUV, NAND의 경우 128층 이상의 적층 기술)에 대해 중국의 기술 규제를 적용하였다. 2016년 알파고로 촉발된 AI 혁명 이후, 첨단 반도체가 국가 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 본다면, 반도체 생태계 내 중국의 지배력은 점차 약해지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결론이다. 이러한 국가 간 갈등을 이해하려면, 왜 미국은 굳이 지금까지 잘 굴러가던 반도체 생태계를 재편하며 중국을 배제하려 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 반도체 생산 사이클의 역사
반도체 산업은 지난 30년간 전 세계적으로 철저하게 분업을 통해 발전해 왔다. 주로 미국에서 설계도를 만들고, 한국, 대만 등에서 생산되었으며, 생산에 필요한 필수적인 소재, 재료는 일본에서 생산하는 과정을 거쳤다. 왜 미국이 설계에만 집중하게 되었을까? 반도체 생산에는 FAB이 필수 불가결하다. FAB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조에서 몇십 조의 예산이 들어가고, 선단 공정 개발에도 큰 비용이 들어간다. 또한, FAB을 설계해서 공정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제품이 제대로 작동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80년대 중반부터 자체 FAB보다는 설계에만 집중하는 팹리스 기업들이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반도체에 대한 많은 원천기술 및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서 설계도를 만들고, 대만 등에서 공정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는 대만의 낮은 인건비와 지속적인 미국과의 우호 관계에 기인하였다.
한국은 이러한 반도체 생태계 사이클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담당하였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는 CPU나 AP와는 달리, 고객 중심의 제품이 아닌 "기성품"이라는 특징에서 비롯된다. 메모리는 주로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므로, 현재 폰 노이만 구조의 아키텍처에서 역할이 고정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메모리 반도체 제품의 부가가치는, 비메모리 반도체 대비 다소 낮은 편이다. 따라서 미국 내 자체 FAB으로 이를 생산하기에는 생산성이 매우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된다. “저장”이라는 메모리의 특성상, 결국에는 박리다매의 형태로 낮은 가격과 높은 효율을 지닌, 즉 공정 성숙도가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으로 보았을 때, 미국의 높은 세율, 환경 부담, 높은 인건비를 보면 투자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타 유럽의 DRAM 업체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 치킨 게임은, 결국 낮은 인건비와 높은 공정 성숙도를 같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이 최종 승자가 되었다. 이렇게 2010년대 이후로,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대만은 파운드리 서비스, 미국은 설계 담당으로 반도체 구조가 재편되어 왔다.
2. 왜 중국인가?
그러나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부상하면서 이 사이클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시진핑 집권 이후 2015년,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였다. 이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한다는 일종의 “반도체 독립 선언”이다. 중국 시장은 그전까지 반도체 제품의 최대의 소비처였으며,. 실제로도 현재 한국 및 대만에서 생산된 반도체의 최대 수요처는 중국이다. 그런 중국이 이제 기술 개발을 하여 자국 내에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는 심각한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지위가 가지는 입지이다. 2016년 AI boom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계도를 생산하는 미국은 그들이 가진 노하우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현재 퀄컴 및 애플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 칩이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800달러 이상의 스마트폰 내 비중이 90%가 넘는 걸로 예시를 들 수 있다. 막대한 부를 토대로 미국은 전 세계정세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입장에서 최대 시장인 중국이 스스로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하면, 그만큼 영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반도체와 관련된 안보 리스크이다. 반도체 기술은 현재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앞서 말했듯이 현재 전체적으로 4차산업 기술이 성숙하여 가고 있는 과정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이 천연가스 등 자원을 무기화하는 양상이 확인되었으며, 실제로 해당 부분에 있어 가스관 송출 금지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자원 가격이 오르는 등 파급 효과를 전 세계는 지켜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첨단 산업의 필수재인 반도체를 통제하여, 한 국가의 성장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가 가진 안보적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반도체와 관련된 정보통신 기술이 해킹이나 도청 등 안보에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5년 전 화웨이를 통한 중국의 대대적인 불법적 정보 수집, 그리고 이어진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재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보며, 반도체 산업이 미국으로부터 규제받았을 때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절실히 느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2018년 미·중 갈등에서 트럼프는 기술 이전 금지 등 중국의 산업 자체를 막아버리는 전략을 택하였으며, 이는 바이든도 중국에 대한 중요한 견제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즉, 미국 입장에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 선언은 자신이 가진 카드 하나를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이는 차후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경쟁자로 가장 유력한 중국을 견제할 카드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대만이다. 대만은 현재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60%가 넘을 정도로 반도체 제조 시장에서 큰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및 중국의 패권 굴기 선언 이후, 중국-대만 간 양안 문제는 점점 더 대만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단 한 번이라도 대만에 대한 합병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1954년 1차 대만 해협 위기로부터 시작된 중국의 대만 합병에 대한 야욕은, 점점 커지는 중이다. 이는 시진핑 3기 집권 이후로 더욱 심화하였다. 중국은 현재 성장이 점차 둔화하고 있으며,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 내 공산당에 대한 충성, 지지를 약화하게 된다. 따라서 시진핑은 이를 대만과의 전쟁, 및 합병을 통해 공산당 내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이를 종신 주석 연임의 카드로 사용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미국 입장에서는 대만에 계속 파운드리 서비스를 두는 건 크나큰 지정학적 리스크를 동반한다. 언제든지 중국에 현재 대만이 보유한 높은 반도체 기술력을 강제로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미국 내 IT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실제로 미 국가정보부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반도체 수입이 끊길 시, 연간 1조 달러의 피해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현재 미국은 TSMC와 대만을 상대로 강한 압박을 지속적으로 넣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칩스 법이다. 위에서도 설명하였듯이, 치프스 법은 전 세계의 반도체 기업은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내용이다. 이는 TSMC 입장에서 봤을 때, 인텔이라는 경쟁사가 있는 홈그라운드에 자본을 투자하여 인력을 양성하라는 것이며, 자기의 돈으로 경쟁자를 키우라는 뜻과 같다. 미국은 이처럼 칩스 법을 통해, 국내 파운드리 기업을 강제로 성장시킴으로써, 현재 반도체 제조 중심을 다시 미국으로 재편하여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뿐만 아니라, 중국에 가까이 붙어있는 대만의 위치로부터 비롯될 수 중국으로의 반도체 기술 유출을 철저히 막을 생각이다.
여기서 한국은 다행히 직접적인 공격을 피해 갔다. 물론 칩스 법으로 인해 중국에 있는 팹 투자가 더 이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존 선단 공정 fab을 레거시 공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 리스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삼성이나 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에 FAB을 짓되, 선단 공정 FAB은 용인에 짓는다고 선언한 상태이며, 미국이 원하는 투자 비용도 현재 TSMC에 강요되고 있는 규모보다 상당히 작다고 예상된다.
3. 그럼, 우리는?
일단, 탈중국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현재 DRAM의 원천 특허의 대부분이 미국 IBM사에 있는 것을 보았을 때, 해당 부분에 대해 규제가 이루어진다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생각된다. 탈중국에 따른 매출 감소는 예견된 상황이다. 실제로도 현재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 대해 한-미 간 긴밀한 액션을 보였을 때, 관련 공영언론을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비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반도체 수출 중 대중 비율이 상당히 높은 현재는 잠시 수그리는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점차 대중국 수출 비율을 낮춰야 할 것이다. 현재 구매력이 높은 미국이나, 신생 IT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 등 대체 시장을 빠르게 확장하여야 한다.
정부 또한,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탈중국으로 생기는 부작용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미국도 메모리 FAB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자국의 기업을 키우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메모리는 범용 부품인 특성상 가격과 효율성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DRAM 기술의 성숙도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현재 삼성, 하이닉스가 가지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지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칩스 법안은 대한민국 산업의 또 하나 도약의 기회이다. 현재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으로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지금,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국가, 기업, 모든 국민이 합심하여 한 단계 더 발전할 기회를 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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