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 - 우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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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
우아영
임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경이로운 순간. 두 남녀의 사랑이 꽃을 피울 무렵 여자의 배 속에서 정자와 난자는 새로운 만남을 가집니다. 정자가 난자 안으로 들어간 뒤 부모 양쪽에게서 받은 23쌍의 염색체가 결합됩니다. 총 46개의 염색체 안에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DNA 암호가 들어 있죠. 세포 하나에 새로운 인간의 청사진이 담겨 있는 겁니다. 세포가 두개가 되고, 다시 네 개가 되고, 그렇게 분열을 지속합니다. 그리고 3주 뒤, 한 생명의 어린 심장이 처음으로 뛰기 시작하죠. 아이는 어머니로부터 영양분을 공급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리고 40주가 지나 성장을 마치면, 아이는 스스로 세상을 마주하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고 길러주던 자궁에서 탈출하고자 힘을 씁니다. 그렇게 하나의 생명이 또 탄생하였습니다.
제가 알고있는 임신과 출산의 과정은 대략 이정도 입니다. 사실 출산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 대해서 자세하고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보는 보통 학창시절에 성교육을 통해 배운 내용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거기에 유튜브나 티비프로에서 주워 들은 낭설 조금이 전부이죠. 저에게도 임신은 그렇게 관심을 주는 주제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2019년도에 시작된 우리나라의 인구감소와 이로 인해 문닫고 있는 수많은 학교들과 소아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위기 수준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들어 출산율과 인구 정책에 대한 내용은 많이 찾아보고 조사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출산’ 그 자체에 대해 알고자 하는 지적 호기심이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두 달 전, 결혼은 하고 한 집안의 남편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제게 임신은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두 사람 다 젊고 건강하기에, 사실 언제든 아이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주변의 선배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노라면, 아기는 노력을 할수록 안 생기고 피임을 할수록 생기는 요상한 존재라고 하더군요. 더 이상 임신을 먼 이야기로 생각하지 말고 언제든 나에게 닥칠 일이라 여기며 공부를 해야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임신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찾아보면서 찾은 흥미로운 패턴 하나는, 대부분의 책들이 임신 중 ‘아기’의 건강에 대해 주로 다루지 ‘임산부’의 건강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아기가 건강하게 자리기 위해 임산부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되는 지. 아기가 기형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음식이나 행동을 피해야하는 지. 아기가 유산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조심해야하는 지. 심지어 아기의 정서 발달을 위해 임산부는 자신의 감정표현 조차 조심 해야한다 말합니다. 막상 임신의 당사자인 임산부의 몸은 어떻게 그리고 왜 바뀌는 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저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한 책을 찾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는 고려대 기계공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과학 관련 기자가 직접 임신을 경험하면서 겪은 임산부의 몸의 변화와 임신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학 에세이입니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임산부가 된 이후 여러가지 통증과 신체적 변화를 경험하였지만, 의사들은 한결 같이 임신 중 정상 증상이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합니다. 분명 본인은 아픔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아픈 것이 정상이라고 하는 것인지 저자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 신체적 변화를 겪을 때마다 논문 조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임산부는 40주의 임신 과정에서 수많은 신체 변화와 통증을 겪으며, 이 모든 변화는 철저히 아기를 건강하게 출산하기 위한 장치라고 합니다. 임신 6주차부터 급증하는 인간 융 모성 생식선 자극 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은 임산부로 하여금 입덧을 하게 하여 상할 가능성이 있는 음식들을 피하고 신선하고 시큼한 음식을 먹게 만듭니다. 릴렉신 호르몬은 아기가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골반 관절을 이완해주지만, 대신 산모에게는 지속적인 요통을 일으키죠. 임산부의 몸은 면역력을 떨어트려 ‘외부 요인’인 태아가 면역 작용에 걸리지 않게 돕고,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은 몸을 이완시켜 산모가 기면증에 빠지게 합니다. 임신 중기가 되면 호르몬 변화로 인해 멜라닌 색소가 자극을 받아 산모의 복부에는 갈색 임신선이 생기고 겨드랑이와 유방이 갈변합니다. 몸 곳곳에 붙는 지방과 수분은 태아를 보호하고 출산 후 육아를 양육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산모는 평균적으로 16 kg 정도 불어난 자신을 마주해야 하고, 유방에 형성된 젖샘은 아이에게 모유를 제공하지만 산모에게는 없던 조직이 형성되는 과정, 또 젖몸살을 겪는 과정에서 아픔을 겪습니다.
Babies are always more trouble than you thought –and more wonderful.
-Charles Osgood-
‘아기는 언제나 생각보다 힘들게 하고, 또 언제나 생각보다 훨씬 경의롭다’는 말이 있습니다. 수많은 공학자들은 인간과 닮은 존재를 만들기 위해 수천년간 연구하였지만, 어머니는 10개월이면 그러한 존재를 만들어낸다고 하지요. 출산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생명을 창조하는 일인데, 이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경이로운 일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경이로운 출산의 내면에는 어머니의 고통과 인내가 있었습니다. 책의 저자는 산모가 겪는 입덧, 수유, 요통, 기면증, 피부발진 등 모든 증상은 결국은 태아가 성장하기 위해 호르몬이 분비되는 과정에서 산모가 겪는 부작용에 일환이라고 설명합니다. 자신이 아픈 이유가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들을 때 산모들이 얼마나 위안을 받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 왜 선하신 하나님께서 아이를 잉태한 여성에게 임심 중 여러가지 통증을 주셨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와이프와 함께 고민을 하던 중 와이프로부터 한가지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산모가 예민해지면 아기를 위해 조심해진다는 겁니다. 산모가 입덧을 하면 아기에게 위험한 음식을 피하게 되고, 요통과 기면증으로 인해 육체적으로 무리한 일을 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산모 주변 사람들도 산모를 더 조심스럽게 다룹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아기가 안전히 자랄 환경이 된다는 거지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를 위해 산모도 주변 사람들도 배려하고 신경쓰다보면 어느덧 새로이 태어날 생명을 더 조심스럽고 귀하게 다루는 마음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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