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구 트랜드 - 저출산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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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구 트랜드
전영수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 대한민국. 1919년 3월 1일,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주권을 되찾기 위해 목놓아 울부짖으며 독립을 일궈냈던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소멸하고 있다. 합계출산율 0.78 명. 이 수치는 2022년 OECD 평균의 절반도 채 못 미치는 대한민국의 처참한 성적표이자, 역사상 그 어떤 나라도 경험하지 못했던 최악의 사태로 여겨지고 있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극심한 저출산 문제는 인구구조의 대격변을 일으키면서 지방 소멸, 부동산, 일자리, 국민연금, 저성장, 양극화 등의 거대한 이슈로 확장되고, 이는 국가의 존속을 위협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보고 있다. 2025년부터 65세 고령자가 1000만명을 돌파하며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고, 2040년에는 인구의 1/3이 노인인 노인국가로 접어들 것이 이미 예견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청의 자료도 지금과 같은 급격한 저출산의 사태는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있다. 즉, 이러한 기조가 이어진다면 대한민국은 경제적, 정치적 분열은 물론이고, 지금껏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들을 맞으며 존립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이렇게 저출산의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의 문제는 선진국을 필두로 환경오염 문제만큼이나 오래되고 만연했지만, 유독 대한민국에서 이토록 심각한 요인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인구 트랜드’ 책을 읽고, 여러 매스컴을 통해 들었던 전문가들의 의견들과, 20대로 살아오면서 직접 겪은 경험담들을 토대로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우선, 첫째는 청년을 위한 정책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2015년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면서 대한민국은 이를 해결하고자 총 280조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앞서 이야기했듯 압도적인 격차로 후퇴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청년들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정책의 부재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청년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설계됐어야 했는데, 예산의 80%가 영유아나 아동·청소년 복지에 투입되었다. 아동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기업들의 노동구조를 개편하고, 보건·의료서비스 보장 등을 확대시행하며 아동기본권을 위한 정책들이 주를 이뤘다. 물론, 이러한 방면도 개선되어야 하지만,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이다. 실질적으로 출산을 결정하고 이행할 수 있는 청년들을 위한 환경이 조성이 되어야 하는데, 청년이 아닌 ‘부모’가 된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정책들이 본질을 흐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과연 월 70 만원을 더 받는다고 출산을 결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둘째는 청년들의 박탈감을 야기하는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은 집단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천정부지로 높아진 집값, 코로나·국제전쟁으로 인해 열악해진 취업난 사태들이 청년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면서 출산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월급을 모아도 아파트 한 채도 살 수 없다는 박탈감에 저축이 아닌 소비를 일삼고, 미래가 아닌 현재에 더 몰입하여 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성장의 아이콘이었던 대한민국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고, 또 너무나도 빠르게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6.25 전쟁을 겪으며 나라 전체가 침체기를 겪고 있을 때 대한민국의 제 1 과제는 오로지 ‘성장’이었다. 한국은 역대 최단기간 가난을 극복하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유일 국가로, 모두가 가난한 성장환경을 경험했었고, 모두가 힘을 합쳐 국가의 발전만을 향해 달려나가며 성장을 함께 이뤘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들의 부모님 세대 때는 직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일을 해왔고, 그렇게 번 돈으로 아파트도 사고, 아이도 낳고 가정도 꾸리면서 어엿한 성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20대들은 어떠한가. 초등학생 때부터 소위 ‘학원 뺑뺑이’를 돌며 치열한 입시전쟁을 치뤘고, 대학 입학해서는 해마다 좁아지는 취업문을 뚫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취업을 해도 끝이 아니다.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 월급 ‘303만원’으로는 치솟은 생활비, 내집마련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허황된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자가 안 되겠구나. 내 몸 건사할 집 한 채도 못 사겠구나.’ 라는 마음이 20대들의 치열함을 빼앗았고, 무기력한 사회, 공허한 사회로 나아가면서 자녀를 낳고 미래를 위해 악착같이 살아야겠다는 인식이 결여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개인의 의지 문제일까? 과거에 비해서 사람들의 의지력이 약해진 탓일까?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합리적으로 봐도 불과 몇 년 사이 사람의 성향이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이는 개인이 변했다기보단 사회 구조의 변화로 인한 문제로 봐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에 미친 듯이 치닫던 고성장 시대가 끝이 나면서 의대, 로스쿨과 같은 초극상위권 직업을 제외하고는 인생 역전이 되는 기회가 없어진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갑자기, 전지구적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초저금리 경제가 도래하면서 시장에 어마어마한 돈이 풀리는 고자본 시대가 펼쳐졌고, 주식과 코인, 부동산과 같은 자산이 폭등을 하게 되었고, 유투브와 같은 플랫폼에도 돈이 몰리면서 수억원 대의 수익을 벌어들이는 유투버가 등장하기도 했다. 잠시 사람들은 부자의 꿈을 꾸었었고, 실제로 몇몇은 주변에서 그런 소식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노력이 아닌 운으로 얻어진 결과를 바라보며 그렇지 못한 대다수는 자괴감과 박탈감에 빠졌고, 만회하기 위한 모험에 뛰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아주 잠깐이었다. 고자본 시대는 2022년 저물기 시작하면서 주식, 코인, 부동산은 폭락했고, 금리는 고공행진을 하면서 서민들의 삶은 나날이 힘겨워지고 있다. 또한, 누구나 시도할 수 있던 유투브와 같은 오아시스도 과열된 경쟁으로 극상위권만 살아남는 총성없는 전쟁이 진행 중이다. 결국, 청년들은 급격히 변화한 시장경제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일장춘몽의 늪에 헤어 나오지 못한 채 힘겨운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고,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목표가 사라진 최초의 시대. 치열함이 사라진 시대. 자신이 느꼈던 사회적 고통을 대물림하기 싫은 청년들. 이러한 사회적 배경들이 애를 낳지 않는 진정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저출산 문제는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지구온난화처럼 당장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누군가가 대신해줄 것이라는 안일한 사고에 빠져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나 혼자만 아이를 낳는다고 지표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길 수는 없다. 하지만, 나부터 인식을 바꾸고 행동에 나선다면 그 작은 바람이 사회의 구조를 바꾸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태풍이 되어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앞서 말했듯, 출산을 다짐할 수 있도록 ‘청년’을 위한 나라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당장 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이 안정적이고, 내가 살 수 있는 곳이 안정되고, 내 하루의 삶이 조금 더 희망차고 즐겁다면 자연스럽게 저출생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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