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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슈피겔만
"친구? 네 친구들 말이냐? 걔들과 일주일 동안 먹을 게 아무것도 없는 방에 갇혀 보면, 그때는 친구란 게 뭔지 알게 될 거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이론을 보면 인간의 욕구는 크게 결핍욕구와 성장욕구로 나뉜다.
피라미드 바닥에 위치한 결핍욕구에는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욕구를 시작으로 안전의 욕구, 소속/안정의 욕구가 있고,
이러한 결핍욕구가 해소되면 그 다음 단계로 타인으로부터의 존경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 그리고 최상위층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진정한 친구를 사귀고자 한다면, 혹은 훌륭한 배우자를 찾고자 한다면, 그 사람과 같이 어려운 상황을 함께 겪어보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펴보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욕구 피라미드에서 이야기하듯이 우선 가장 먼저 나의 삶이 안전하고 안정되지 않으면 옆사람이 어떠한 일에 처해있고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서는 일단 우선순위에서 자연스레 멀어진다. 일단 나부터 살고 볼 세상이기에 내가 여유롭지 못하다면 다른 사람까지 신경 써줄 겨를이 없는 것이다.
책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다. 1939년 히틀러와 독일의 나치 정권이 폴란드 침공을 시작으로 유대인 600만의 대학살을 자행했고, 수많은 유대인들을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고 가 강제 노역을 시켰으며 가스실에서 참혹하게 살해한 사실은 현재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실제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블라덱 슈피겔만의 실화를 그의 아들인 아트 슈피겔만이 책으로 엮어낸 작품이다. 아트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롤러스케이트를 타다가 줄이 끊어져 넘어졌는데 동네 친구들이 그를 두고 먼저 가버린 탓에 울면서 집에 돌아오자, 그의 아버지가 그런 어린 아들을 보며 글의 시작과 같은 말을 한다. 블라덱은 어린 아티가 자신의 말을 이해해줄 수 있는 성인이 되자, 그동안 묵혀왔던 젊었을 적 겪었던 전쟁의 참상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쟁은 블라덱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 그의 아내, 부모님, 친척은 물론이고 타인에 대한 믿음마저 상실한 것이 가장 큰데다가, 이제는 몇 남지 않은 소수의 생존자 동료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밤마다 강박에 가까운 이상 행동을 하기도 하며 히스테리적인 심술을 부리는 탓에 젊은 간병인들은 그를 감당하지 못하고 일을 그만둔다. 심지어 그의 친아들인 아트마저도 특정 인종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는 아버지의 모순적인 행동에 대해 비판하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아트는 아버지의 생생한 경험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어떤 중요한 사명임을 직감하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매일 방문하여 모든 말씀을 옮겨 적게 된다.
많은 미디어에서 다루어왔듯이 전쟁 시절 나치가 점령한 도시의 모습과 아우슈비츠는 매우 끔찍했다. 도시 길거리 한복판에 유대인 시체를 목매달아 두던지 어린 아이가 시끄럽게 울자 건물 벽에 내려쳐 죽이거나 그저 재미로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일들은 매우 빈번했다. 하지만 블라덱이 가장 혐오했던 것은 밀고자였다. 같은 유대인이지만, 은신처에 숨어있던 다른 유대인들을 나치에게 팔아넘기거나 심지어 수용소 내부에서도 독일인 간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같은 수감자들에게 모질게 대하는 것을 보고 블라덱은 환멸을 느낀다. 이후 그도 살아남기 위해 모든 일을 다해내지만 내가 수없이 배신을 당할지언정 동료를 팔아먹는 방식에는 동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생존 방식은 평생 치유될 수 없는 정신적 상처와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결핍은 극복하면 나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동기가 되기도 하지만, 극복하지 못한 채 그대로 성장하여 어른이 되면 마음 저편에 찜찜한 무언가로 계속 남는 듯하다. 평소엔 별 생각 없이 잊고 지내도, 트리거가 되는 모종의 사건을 우연히 직면하게 되면 견디기 어렵고 많이 괴롭다. 많은 사람들과 조화를 해치지 않고 원만하게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어느 수준의 연기도 필요하고, 참을 수 없는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도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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