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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태도가 과학적일 때> - 이종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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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재중
댓글 0건 조회 2,560회 작성일 23-05-0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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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천재”라는 말은 뉴스 등의 매체를 통해 많이 접하는 말이지만 좀처럼 익숙해지진 않는다. 어쩌면 그게 정확히 나를 관통하는 말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잘’은 아니지만 ‘열심히’ 외우고 (외우는 걸 잘하는 편이 아니다. 외우는 걸 잘했으면 아마 생명과를 가지 않았을까…), 그저 받아들이고, 스스로 나는 문제 푸는 기계라고 거의 최면을 걸다시피 했으니까.

갑자기 한국형 천재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간단하다. 알파고, ChatGPT, Word2vec 등 인공지능이 활성화되면 될수록, 가장 빨리 도태되는 직군은 바로 한국형 인재상에 적합한 사람들일 테니까. 각종 공식, 라플라스 변환식 등등을 달달달 외우고 있어도 인간은 컴퓨터의 그것을 따라갈 수 없다. 수 십 GB 용량의 내용을 몇 십년 동안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면, 그런 재능을 가진 인간 1명을 찾는 거보다는 이천이나 화성의 Fab. 시설을 이용해 NAND-flash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시간적/경제적으로 몇 천 배 이상은 이득이리라.

이 책에서 저자는, 인공지능이 기어이 특정 분야에서 하나 하나씩 인간의 능력을 초월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적인 사고”를 키우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Why?”로 시작되는 질문을 머릿속에 새기라는 것이다. 과학적인 사고를 강조하며 예전에 “1 m”의 기준을 정의하기까지의 수많은 논쟁과 변화를 했던 과학자들의 자세, 보편성과 반증 가능성을 추구하던 사고 방식을 머릿속에 탑재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이끌어 온 것은 민주화를 이뤄내고 안정화하기 위한 정치/경제학의 담론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마주하게 될 기후 위기, 젠더 갈등, 팬데믹, 에너지 문제, 식량 문제, 우주 경쟁 등에 대한 것은 구체적인 지식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갑자기 던져져도 스스로가 대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머릿속에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과학적 사고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데이터와 수치를 기반으로 주장하는 습관, 그리고 그러한 증거 기반의 거버넌스를 구현하는 사고를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관점에서 저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식 교육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COVID-19 팬데믹에서 한국의 모범적인 방역 사례를 예로 든 것인데, 한국이 민주주의와 방역이라는 언뜻 보기에 이 둘은 전혀 섞일 거 같지 않은 물과 기름과도 같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이 두 가치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조화시켰다는 점에 있다는 것이다. 모순된 가치를 조화시키는 데에, 한국의 높은 IT 기술과 인프라,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이 한몫했다는 것.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중간에 진입해서 경쟁력을 발빠르게 키워 추격하는 이른바 “중간-진입 전략”, 혹은 “패스트 팔로워”의 위치를 고수했던 한국이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국제 표준(실제로 한국이 작성한 방역 매뉴얼은 국제 표준이 되었다.)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방역 뿐만 아니라 E-스포츠, K-POP 등의 분야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될 만 하다.

2016년 가을학기에 수강 중이었던 <나노소재기술>이라는 수업을 담당하셨던 신소재공학과의 모 교수님은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압살했던 그 날, 자신의 모든 일정을 마치자마자 집 근처 술집에 죽치고 진탕 술을 마셨다며 씁쓸하게 이야기하셨던 기억이 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연구하고, 학생들을 지도해봤자 미래에 어떤 보탬이 될 수 있을까 매우 회의감이 들었다고.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서 과학적 사고로 무장하여 인공 지능을 비롯한 수많은 성과를 능동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면, 그 물결 위에서 즐겁게 서핑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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