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데일리 필로소피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백종수
댓글 0건 조회 2,918회 작성일 23-02-04 21:26

본문

데일리 필로소피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에우티미아(Euthymia)

마음의 평정은 확고부동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만이 손에 쥘 수 있다네. 나머지 사람은 거절과 허락을 번갈아 하면 자신의 결정에 따라 감정적 동요를 반복할 뿐이지. 무엇이 이런 감정적 동요를 지속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들의 내면에 분명한 것이곤 없기 때문이라네. 그들은 '상식'이라는 가장 불확실한 것에 의지할 뿐이지.


- 세네카. 도덕에 관한 서한, 95.57b-58a



 사람이 보통 마흔(40세)이 넘어가면, 인생을 살면서 어떤 유혹을 만나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 하여 '불혹'이라 부른다.

아버지 나이대쯤 되시는 대부분의 어른들을 보면, 내 입장에서 마치 대형 사고처럼 느껴질만한 웬만한 일들에는 당황한 기색 없이 별 것 아니라는 듯 말씀하시는 것을 많이 보았다. 내가 살면서 이보다 더한 일들을 충분히 겪어봤기 때문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의연하게 얘기하며 지혜롭게 풀어가는 법을 후대에게 전수해주는 어른들에게 크나큰 감사와 존경을 느낀다. 아직 불혹이 되기까지는 한참 모자른 나이지만, 사소한 일에도 기분이 쉽게 오락가락하는 나는 요즘 하루라도 이른 나이에 인생의 정점에 도달하여 휘둘리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롤 프로게이머라면 누구나 매년 개최되는 롤 월드 챔피언십, 소위 말해 롤드컵 우승을 꿈꾼다. 이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는 것은 롤 이라는 게임을 직업으로 하는 프로에게 여러모로 큰 의미를 가진다. 국내뿐 아니라 북미, 유럽, 중국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교류하며 실력을 겨룰 수 있기 때문에 롤드컵은 본인의 기량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하며, 프로게이머 개인으로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을 수 있고 억대 상금과 함께 몸값을 대폭 올릴 수 있는 영광의 무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롤드컵 우승은 모든 롤 프로게이머들에게 최종 목표이자 선망의 대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작년 겨울 롤드컵 시즌에 유행했던 문구가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작년, 우리나라 김혁규(Deft) 선수는 스물여섯이라는 나이에 롤드컵 우승이라는 영광을 차지했다. 통상 스물여섯은 사회에선 여전히 젊고 어린 나이이지만 동체 시력과 순발력, 빠른 손놀림이 중요한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20대 중후반은 은퇴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이다. 실제 김혁규 선수도 작년 대회 기준 데뷔 10년차 베테랑 선수였다. 그의 선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했지만 그가 속한 팀은 국내 최하위팀이었고 팀 해체 위기를 맞기도 했었다. 결정적으로 매번 롤드컵 진출 좌절을 겪어왔지만, 강한 정신력과 성실함을 무기로 계속 정진했고 팬들도 진심으로 그를 응원했다. 그리고 작년 드디어 감동적인 롤드컵 우승타이틀을 거머쥔 김혁규 선수에게 찬사가 쏟아지며,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인터뷰 기사 타이틀이 화제가 되면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또, 작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36년 만에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선수 메시에게 생애 첫 월드컵 우승이라는 영광을 안겨주며 축구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커리어를 다 이뤘다는 사실이 크게 화제가 되었고 이로써 메시도 역사적인 선수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도 역대 월드컵 경기에 다수 출전했지만 매번 우승 앞에 무너졌고 사실상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그의 마지막 월드컵이었으나 극적으로 우승을 하게 되며 축구 선수로서 정점을 찍게 되었다. 그를 보며 몇몇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말이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라는 유행어가 다시 떠올랐고 이 문구가 우리 마음에 한번 더 크게 각인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네카는 평정을 에우티미아(Euthymia)라고 했다. 그리고 에우티미아에 대해 "자신에 대한 믿음이자 올바른 길 위에 있다는 신념이며 모든 방향으로 뻗어 가는 수많은 오솔길 앞에서도 의심하지 않는 것" 이라고 했다. 내가 걸어가는 길에 대해 완벽한 확신을 가지며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고 보면 완벽한 확신이 있을 때만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게 되고 풍문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해질 수 있는 것 같다. 평정심과 내면의 평화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항로를 고수할 때 찾아온다. 나만의 항로와 철학을 개척해나가는 날까지 거친 파도에도 쉬이 쓸려가지 않도록 바위처럼 단단한 마음이 필요한 요즘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