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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장인 지로의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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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창연
댓글 0건 조회 2,898회 작성일 23-02-05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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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장인 지로의 꿈

 

장인정신

한 가지 기술에 통달할 만큼 오랫동안 전념하고 작은 부분까지 심혈을 기울이고자 노력하는 정신.

 

 장인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을 볼때면 언제나 경외심이 들고, 감탄사가 나온다. 하지만 선뜻 나에게 그런 장인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유인즉슨 에너지를 쏟는 만큼 효율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이다. 장인정신은 한 분야에 정통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너무 그 분야에서의 기준치가 높고, 거기에 지나치게 매몰된 나머지, 다른 분야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기에 역효과를 내는 케이스가 꽤나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직하게 한 우물만 파고, 그 분야의 정상이 되는 것보다 2, 3가지 분야에서 적당히 상위권이 되는 편이 노력대비 더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해오고 있었다. 그래서 장인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느꼈던 경외심에는 나라면 절대하지 못했을 우직함, 꾸준함에 대한 감탄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굳이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하는 의문도 컸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효율의 관점에서 장인들의 노력 대비 결과를 통해서만 장인정신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우직한 행동의 이면에 있는 장인들의 심리를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았었다.

 

설 연휴 마지막날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는 장인정신에 대해 달리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스시장인 지로의 꿈’ 은 일본의 미슐랭 3스타 초밥집 ‘스키야바시 지로 본점’의 셰프이자 기네스북 등재 최고령 요리사이기도 한 1925년생 오노 지로의 이야기를 담아낸 2011년 다큐멘터리이다. 그의 식당은 버락 오바마가 방일했을 때 들렀던 것으로도 유명한데, 미슐랭 가이드 3스타를 안정적으로 받고 있는 곳이다. 다큐멘터리에 드러난 그의 신념과 생각들을 통해서 진정한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직업을 가질지 결정을 내렸다면, 그 일에 몰두해야만 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그 일에 반해야 합니다. ‘이래서 안돼 저래서 안돼’ 불평만 하면 평생을 한들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기술을 익히겠다고 생각했다면 평생 노력하며 기술을 연마해야 합니다. 그것이 성공의 비밀이자 명예롭게 사는 비결이죠."

 

 다큐멘터리는 오노 지로가 위와 같이 말하면서 시작한다. 이를 통해 그가 어떤 신념으로 스시를 60년 넘게 만들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10석도 되지 않는 조그마한 식당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매일같이 같은 일을 해내는 꾸준함이었다.

 

“돈을 얼마나 버는지에 우리는 관심없어요, 높은 경지에 도달하고 더 발전하길 바랄 뿐이죠. 저 역시 같은 일을 계속하며 조금씩 발전합니다. 그래도 항상 개선의 여지는 있고 꾸준히 발전해 정상에 오르려하지만 정상이 어딘지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수십 년 일한 나이에도 내 기술이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종일 희열을 느낄 만큼 스시 만드는 일이 좋아요. 그게 바로 장인 정신이죠”

 

 그가 운 좋게 좋아하는 일을 한 번에 찾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나는 그가 다른 일을 했어도 성공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스시는 그가 발전하고, 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들었다. 사실 중요한 것은 몰입하여 매일같이 자신의 성장을 이뤄내는 태도가 아닐까. 그가 인터뷰 때 하는 말들은 사실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인터뷰 이후에 나오는 그가 일하는 모습들, 그리고 그러한 일상을 60년 동안 묵묵하게 반복하고 있는 모습들은 그의 말 한마디에 큰 힘을 싣어 보는 이로 하여금 큰 울림을 느끼게 한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꿈에 나올 정도로 스시가 좋다는 열정을 보며 절로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좋아하고, 그 안에서 희열을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현대 사회는 잘게 분업이 되어있고, 그 중에는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일도 있고, 또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 있다. 운 좋게 중요하고, 재밌고 멋있어 보이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쩔 수 없이 비주류에 귀찮고 시시해보이는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일을 맡게 되었을 때 지로의 말대로 불평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이다. 지로 역시도 처음부터 자기 가게가 있는 사장은 아니었을 것이다. 자기 가게를 열기까지의 과정에서 불합리한 일, 하고 싶지 않은 일도 많았을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지금의 위치까지 온 것처럼 언젠가는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든, 지금하는 일이 사랑하는 일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는 마음으로 현재에 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일을 싫어했던 적이 없습니다. 내 일을 무척 사랑해서 좀 더 발전하자는 각오로 이날까지 일해왔습니다. 내 나이가 여든 다섯이지만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직 없습니다.”


 이미 12년 전 85세 때 촬영한 다큐멘터리이니 현재 그의 나이는 어언 98세일 것이다. 최근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본 바로는 100세에 가까운 지금까지도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경제적 자유를 이뤄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들의 가치관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현실적으로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후, 은퇴 이후에 본인이 진정 원하는 삶을 그려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원하는 일이 있다면 다행이나, 만약 은퇴 이후에 금융소득으로만 재산을 불리며 사는 삶이 목표라면 과연 행복할까.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겠지만 나는 사람에게서 일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요즘 새삼 느끼고 있는 중이다. 영상에도 지로말고도 참치 장인, 문어 장인, 쌀 장인, 새우 장인 등 각 재료의 장인들이 나온다. 이들 또한 나이가 지긋하지만 매일같이 좋은 재료들을 선별하고, 스시장인 지로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지로는 이를 최고의 스시로 만들어낸다. 이쯤 되면 그의 스시는 단지 음식이 아니라 예술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있는 반도체 연구도 사실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이야 다른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내 연구를 풀어나가는 과정도 한 편의 예술같다는 생각이 든다. 2시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다큐멘터리이지만, 영상을 보고 곱씹으며 나의 직업관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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