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페이지 정보

본문
돌이켜 보면 갓 20살, 카이스트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물리학과를 지망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관측 자료를 통해 종이와 펜, 컴퓨터를 가지고 지구 안의 작은 공간에서 저 커다란 우주의 신비를 벗겨가는 천체물리학이나, 혹은 공학으로 틀더라도 항공우주공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카이스트 외에 다른 지원한 대학들도 물리학 아니면 천문우주학과를 지원하기도 했다. 물론 입학 후, 수많은 천재들과 마주치고 나서 내가 순수과학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 걸 깨닫기까지는 6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 지금은 어찌 보면 산업계와 정말 가까운 공학 연구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가끔씩 메일로 날아오는 <Nature>의 뉴스나 논문 중에 천체와 관련된 키워드가 나오면 이해도 하지 못하면서 괜히 조금씩 들여다보곤 한다. 최근 NASA에서 쏘아 올려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면서 공개한 여러 사진들을 보면서, 특히 최근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공개한 “허블 울트라 딥 필드 (천구상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부분을 길게 노출시켜 촬영해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외부 은하를 담아낸 사진)”를 보면서 괜시리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 말이다. 최근 카이스트 도서관 앱의 추천 도서에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라는 제목을 보고 바로 클릭해서 첫 장을 펼쳐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심채경 박사님은 국내 천문학자 중에는 유일하게 토성의 위성 중 하나인 타이탄의 대기에 관한 연구로 (타이탄의 대기와 표면은 초기 지구의 그것과 매우 유사해서 매우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위성 중 하나이다.)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최근 <Nature>가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과학자로 주목한 천문학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젊은 연구자이다. 심 박사님은 사실 대학교에 진학해서 1학년 교양으로 우주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그저 고층 오피스텔에서 정장 차림으로 외제차를 끌며 좋은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이 되는 것을 막연히 상상하기만 했을 뿐 학문에는 딱히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1학년 때 들은 수업을 계기로 천문학 연구실에 학부연구생으로 들어간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천문학자,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의 대표 주자일 것이다. 그렇기에 늘 궁금했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연구를 하고, 어떻게 연구 과제를 수주하는 걸까, 하고 말이다. 막상 책에서 나오는 내용만 보면 한 가지만 빼고는 결국 우리와 큰 맥락에서는 매우 동일했지만 말이다. 나를 어필하고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놀랄 만큼 뛰어난 대학원생이거나, 남들은 하지 못한 독특한 연구 자료를 손에 쥐고 있거나, 남들은 잘 하지 못하는 특별하면서도 연구할 거리가 많은 실험 장비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한 가지 큰 차이점은, 바로 ‘관측 제안서’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천문학에서는 ‘관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허블 우주 망원경이나 감마선 우주 망원경 등 우주에 띄워진 매우 성능 좋은 망원경은 관측 시간 단 몇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경쟁한다는 것이다. 소위 Nature, Science 급의 논문을 쓰는 것보다도 관측 제안서를 통과시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내가 접하는 많은 대학원생, 연구원, 교수님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는 없어 보였다.
CMOS 분야를 공부하게 될 수록, 그 동안 수많은 연구자들의 깊은 연구와 시행착오 위에서 인류의 생활에 혁명을 불어 일으킨 CMOS 기술에 점차 자부심을 느끼게 되곤 한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발전을 직접 경험할 수도 없는, 심지어 이 연구를 왜 해야 하는 지조차 이해 받지 못하는 그런 분야의 지식 경계에 선 사람들이 존경스러울 때가 있다. 메모리, 디스플레이, 텔레비전, 전화기 등 많은 공학 분야처럼 인류의 생활 방식을 바꿔놓을 정도의 영향력이 없음에도 그곳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수십 억 광년 너머 언제 닿을지도 모르는, 답신이 올지는 더더욱 모르는 미지의 공간에 신호를 보내며 이 우주에 과연 지적 생명체는 ‘우리뿐인가’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너무나 깨끗하고 맑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가끔씩 동경하곤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