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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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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영근
댓글 0건 조회 2,755회 작성일 23-02-0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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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선과 항구 설비는 실용적으로도 중요하고 우리에게 감정적인 반향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그 작업에 직접 관련된 사람들 외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것일까”

 

 나의 여행에 대한 성향을 되돌아보면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져 있는 자연 풍광을 찾아다니거나 그 지역의 역사가 담겨있는 성이나 성당들을 돌아다닌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 와중에 산업 현장에는 방문해야겠다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이상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 성당들만 유서 깊다라는 관습에 아무런 생각 없이 사진만 남발하고 왔던 기억이 있다. 이런 여행에 대한 습관은 여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다니지만 노동의 세계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일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몇몇 사람들은 와인 공장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고 주장을 하지만 그들이 와인 공장을 체험한 것은 와인이 생산되는 노동의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 아닌 입장료를 지불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와인 시음권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닌가.

 

 

“우리는 거대 하지만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집단적인 기획들 속에서 희석되고,

그러다 보면 작년에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궁금해진다.”

 

 이런 자발적인 소외 과정은 우리가 일로부터 감사, 경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 당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과거와 달리 현대사회는 단일화된 상품이 아닌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대중의 지갑을 열게 한다. 그리고 상품을 생산하는 직장인들의 업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효율적인 업무 진행이라는 명목하에 분업화가 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기업에서는 기획의 분업화를 통한 가치 창출이라는 목적으로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이 일어나는 것을 공공연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파트너가 맡은 업무는 온전히 파트너에게 맡기면서 나는 내가 맡은 역할에만 충실하기만 하면 되게 됐다. 그렇게 세분화 된 구조로부터 우리는 맡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성숙도를 기를 수 있으며 업무의 효율성은 극대화 될 수 있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업무의 반복과 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면서 하는 일은 권태감, 진부함이라는 감정이 올라오게 된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현대사회는 우리에게 일을 사랑해야 함을 속삭인다. 특히 돈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수입을 낼 수 있는 유일무일한 수단은 일이기 때문에 “연봉을 높여라, 가장 높은 직급까지 올라가라...”라는 알랭 드 보통의 말의 정당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 허무감이 높아지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일을 포기할 수 없기에 우리는 일로부터 슬픔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풍차가 재평가를 받은 것은

많은 부분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위대한 화가들의 업적이었다.

이 화가들은 조국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이 실용적인 구조물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강한 인상을 받아, 

그들에게 캔버스에서 자랑스러운 자리를 내어주고, 가장 멋진 면들이 부각 되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대상 그 자체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집중되는 관심으로부터 빚어진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일에 대하여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슬픔을 느끼는 것은 이러한 이유로부터 시작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노동의 세계에 대한 관심의 부재라는 환경 속에서 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노동 현장에 대한 체험 공간의 마련은 일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어렸을 적 포항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여정 속에서 포스코를 방문하는 시간을 할애하여 철강 산업의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보여주는 것과 같이 말이다. 함께 노동의 세계에 대한 관심을 야기할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 되어가는 필요도 요구된다. 가령 근래에 태안에서 개최된 진로 직업 체험 박람회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현장 체험을 몸소 함으로써 노동의 세계에서 그 직업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를 깨우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는 앞서 말한 지역 관광 상품의 흥행을 위한 단순한 와인 박람회가 아닌 와인의 생산 공장이나 노동의 현장을 방문객으로 부터 하여금 아름답게 받아 들여질 수 있는 노력도 요구된다. 과거 초기 공장의 모습을 재현하거나 보수하는 것 그리고 각 시대별로 사용되었던 장비들을 여과없이 전시하는 것은 노동의 사회 역시 자연 경관과 같이 훌륭한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미 잘 확립되어 있는 기술에 감탄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누리호를 자체적으로 발사하고 지구의 인공 위성 궤도에 올려놓는 과학자들의 능력은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능력으로부터 당연히 누리고 있는 것의 이면인 노동의 세계에는 주목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 속의 아름다움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당연하지만 이런 노동의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눈치채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잘못은 아니다. 다만 조금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자발적인 노력이 있다면 혹은 그러한 관심이 생길 수 있는 체계가 생긴다면 우리는 일의 기쁨에 대해 한 층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나노종합기술원 내부 팹을 들여다보면 얼핏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친구들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반도체 공정 실습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대전으로 숙련된 반도체 엔지니어를 키워내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제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하나하나의 기회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노동에 대한 관심은 일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에 있어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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