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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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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윤희
댓글 0건 조회 2,984회 작성일 23-03-09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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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많은 이들은 ‘엄마’라는 단어에 이유 없이 울컥하곤 한다. 나 역시도 그렇다. 엄마는 참 우리에게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존재이다. 아마 다들 미안함과 고마움이 공존해서 그럴 것이다. 우리는 엄마에게 항상 기대면서도 밀어내니까 말이다.

 

 이 책은 나를 사죄하게 만든다. 엄마를 잃고 나서야 엄마와의 추억에 젖어 있는 이 책의 아들 딸과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이 책의 첫째 아들과도 같았다. 아빠같이 명석한 두뇌는 아니어도, 아빠의 ‘악바리’를 닮아서 어렸을 때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곧잘 따라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전교 1등은 아니어도 엄마가 어디 가서 명함은 내밀 수 있게 공부했다. 사실 그게 나의 성실함의 근원이기도 했다. 이런 나를 위해서 엄마는 나의 노력보다도 더한 노력을 했다. 체력이 약한 나를 위해 어떻게든 밥 한 숟가락이라도 먹이려고 했고, 내가 골골댈 때면 내 방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전전긍긍했다. 내 생각대로 안되거나 힘들어지면 예민해져서 몰상식한 말을 내뱉어도 새벽에 오는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졸음을 참아가며 학원 앞에서 기다리곤 했다. 내가 실패해서 부모한테 보여줄 수 없는 무기력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때에도 한번의 꾸짖음 없이 오히려 나를 불쌍히 여기곤 했다. 나의 능력보다도 더 대단한 딸이라고 믿는 엄마에게 자랑이 되고 싶다는 명분으로 엄마에게 오히려 미운 짓을 사서 했다.

 

엄마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윤희야 너가 자식을 낳으면 엄마가 키워줄 테니까 너는 신경 쓰지 말고 끝까지 일해.”

그 말에 나는 애초에 가정부터 틀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나는 사실 자식을 낳고 싶지 않다고. 엄마 보면 불쌍해서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거기에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너희들 낳고 행복해. 이런 행복이 어디있어.”

자식을 키우면서 점점 본인은 사라져가고 빈껍데기가 되어갔던 엄마였는데 나의 존재가 행복이라는 말에 꽤나 충격이었다. 아직도 아빠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 엄마는 너희들한테 그렇게 해주는게 인생의 낙이라고.

 

말도 표현도 잘 못하지만 나는 힘들 때마다 엄마라는 존재에 크게 의지한다. 내가 밑바닥에 떨어져도 우리 엄마는 나를 거두어줄거라는 믿음,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무조건적으로 나를 사랑해줄 거라는 신뢰가 있어서일까. 이런 엄마라는 존재는 모든 세상의 위협 속에서 나를 지켜줄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렇게 세찬 비바람에도 끄떡없을 것 같은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한없이 나약한 누군가의 딸이었을 것이다. 모든 엄마들도 억척스러움 안에 소녀 같은 미약함이 존재하며,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이 책의 엄마가 세상을 떠나면서 했던 말이 눈물을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난 아직 행운아이다.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고, 내 이야기를 가장 재밌게 들어줄 사람이 아직 내 곁에 있으니 말이다. 하루는 엄마가 인생을 잘못 살았던 것 같다고 하며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조금은 무뚝뚝하지만 엄마가 약해졌을 때 의지할 수 있는 딸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앞으로도 엄마가 기댈 수 있는 의젓한 딸이 될 수 있는 날들이 남아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작가가 말했듯 내가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해줄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려 한다. 

 

젊은 시절의 엄마를 만나면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엄마, 나는 안 태어나도 되니까 엄마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가요.

엄마가 지금까지 고생을 감내하고 이 인생을 다시 살아갈 수만 있다면 나를 꼭 낳아줘.

나는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꼭 엄마의 딸로 태어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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