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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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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희태
댓글 0건 조회 2,719회 작성일 23-03-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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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지난 2월, 갑자기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다.

급하게 연락을 받고 올라간 장례식장은 생각보다는 슬프지만은 않은 분위기였다.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서로에 대해 근황을 묻고 있었다.

식당에서는 각각의 지인들이 술과 함께 지난 살아왔던 이야기를 풀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루가 지난 후, 할머니께서 입관을 하실 시간이 다가왔다.

일가 친척들이 모여,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할머니의 얼굴을 보는 시간 이였다.

베드에 누워있는 할머니의 모습은 누구보다도 평화로우셨다.

이제는 아무런 말씀이 없으신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어른들께서는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미안하다고, 감사하다고. 지금까지 하지 못하였던, 그래서 더욱 슬픈 말씀들을 마지막으로 할머니께 드렸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이 생에 태어났으면, 다가오는 분명한 순리이다.

그래서 생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죽음이 느껴지는 순간이 분명 다를 것이다.

할머니께서는 평생 교회의 집사로, 남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오셨다.

그래서인가, 마지막으로 보는 할머니의 표정은 너무 나도 평온하였다.

마치, 이제서야 몸 누일 곳을 찾은 여행객 같이.

 

오늘도 저물었습니다.

밭에는 씨를 뿌렸고 논의 물꼬도 막았습니다.

올 농사도 당신이 거두어 주소서.

 

저는 믿습니다.

해마다 당신은 거두어 주셨지요.

당신이 원하시는 그 때에.

 

아내와 자식

며느리와 손자들

논밭의 곡식들

땅을 파는 이 손은 기억하고 있지요.

 

마른 논바닥 같은 이 손

당신이 꼭 쥐어주는 이 손사람들은 두런거립니다.

땀에 찌든 이 몸뚱이 보고

개냄새가 난다고,

허리 굽은 이 몸뚱이 보고

무덤냄새가 난다고.그래요,

 

그래요 그래도 저는 일을 하지요.

밤낮없이 일을 하지요.

당신이 여기 계시기에

당신이 그걸 원하시기에

이제 이 몸도당신이 거두어 주소서.

(김형경·시인, 1960-)

 

내가 이 글을 적을 수 있는 이유도, 할머니의 그렇게, 평생 동안 헌신하며 살아온 길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아쉬운 삶을 살아간다. 

죽음이 다가올 때, 미처 하지 못하였던 일들을 기억하며 말이다.

오늘도, 많은 생들이 그들의 삶을 후회하면서 살고 있으리라.


나는, 우리 할머니처럼, 그들의 삶을 기억하며, 가치 있게 만들어 주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 먼 시간이 지난 후

나에 게도 그런 이가 생기길 바라며, 한번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화려하게 꽃피는 봄날이 아니라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가을이 되게 하소서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사고나 실수로 나를 찾아오지 않고

허락하신 삶을 다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하늘은 푸르고 맑아내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이 평안하고 행복한 날이 되게 하소서

 

늙어감조차 아름다워 추하지 않고 삶을 뒤돌아보아도

후회함이 없고 천국을 소망하며 사랑을 나누며

살아 쓸데없는 애착이나 미련이 없게 하소서

 

병으로 인하여 몸이 너무 쇠하지 않게 하여 주시고

가족이나 이웃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기력이 있고 건강한 때가 되게 하소서

나의 삶에 맡겨주신 달란트를 남기게 하시고

허락하신 사명을 감당하게 하시며

가족과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고 베풀며 살게 하소서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주님의 구원하심과 죄의 용서하심과 사랑을몸과 영혼으로 확신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가족들에게 웃음 지으며 믿음으로 잘 살아가라는 말과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남기게 하소서

마지막 숨이 넘어가는 순간 고요히 기도 드리며

나의 영혼을 주님께 맡기게 하소서

 

(용혜원·목사 시인,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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