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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를 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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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동빈
댓글 0건 조회 2,867회 작성일 23-03-1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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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소리-를 하지 않기 위해 ”

- 칩 히스, 댄 히스 著 「Stick !」 을 읽고 -

 

 지난 2월, 라르스 스벤젠의 「거짓말의 철학」을 읽고 깨우친 점을 한 문장으로 말하면, ‘정의로운 거짓말쟁이가 되더라도, 개소리쟁이는 되지 말자.’ 였다.

 그렇다면 개소리쟁이가 되어 개소리만 늘어놓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아쉬움을 달래 준 책이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칩 히스 & 댄 히스 의 「Stick !」 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메세지를 달라붙게 하는 여섯 가지 핵심 요소’는 아래와 같다. 각각의 요소들이 주는 교훈을 함께 느끼고 공유하고자 한다.


1. 단순성 (Simplicity)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첫 문장, ‘Lead(리드)’ 이다. 잘 만들어진 리드는 손쉽게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리드는 정보 전달은 차치하고 기사를 읽을 마음조차 사라지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보통 매체의 기사나 뉴스, 홍보물 등을 접할 때 가장 먼저 리드가 나와 최대한의 정보를 최적으로 전달한 다음 보다 덜 중요한 정보가 나열되는 구조에 익숙해져 있고, 이러한 구조를 ‘역피라미드형’ 구조라고 한다.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과거 남북전쟁(American Civil War) 당시 군용 전신기를 통해 신문사에 기사를 보내던 기자들이 전투 중 흔히 발생하는 통신 두절 문제 때문에 고심하던 중 가장 중요한 정보라도 먼저 보내던 관습에서 이렇게 리드가 발달한 역피라미드형 구조가 태어났다고 한다.


 미국 신문편집자협회(Americal Society of Newspaper Editors) 로부터 사설 부문 상을 받은 돈 위클리프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만일 두 시간 동안 기사를 하나 써야 한다면, 나는 처음 1시간 45분을 리드를 쓰는 데 바칠 것이다.”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정의로운 거짓말쟁이가 되더라도, 개소리쟁이는 되지 말자.’는 나에게 리드와 같았다. 철학자들이 정립한 ‘개소리쟁이’ 라는 개념과 그 뜻을 어떤 밀도 있는 표현으로 표현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나의 1시간 45분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정의로운 거짓말쟁이’는 개소리쟁이의 건너편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단순화(Simplify)하고, 뒤따르는 15분을 이끈 Leader 였다.


2. 의외성 (Unexpectedness)


 이 책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 패턴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일관된 패턴에 놀라울 정도로 재빠르게 적응하는 생물이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단조로운 자극은 아무런 관심도 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시를 들자면, 과거 응급차 사이렌은 두 가지 패턴으로 울렸지만 현대에는 관심을 더 자극하기 위해 복잡하고 다양한 패턴으로 변화한 것이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특정하게 반복되는 패턴에 의해 안정적인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패턴을 형성하는 것들은 크게 의지 가변성을 갖춘 불변성과 그렇지 못한 불변성으로 나눌 수 있다. 아침에 뜨는 해, 출근을 위해 나서는 집 앞의 도로, 연구실이 있는 건물, 앉아서 일할 수 있는 자리. 이들은 모두 변하려는 의지를 갖지 않은, 의지 가변성이 없는 불변성으로 99.9%의 일상적 패턴에 기여한다. 반면 변하려는 의지를 가진 불변성은 일상의 패턴을 깨고, 그 의지의 방향에 따라 대부분이 변화의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진한 커피 대신 가벼운 운동으로 맞이하는 아침, SNS 대신 동료와 눈을 맞추는 휴식 시간, 피곤함의 늪 대신 일깨움의 숲에 빠지는 저녁의 짧은 독서. 자신의 의지가 일으키는 불변의 가변은 이 책이 말하는 ‘패턴 파괴’와 마찬가지로, 자칫 지루하게 늘어질 수 있는 일상에 예기치 못한(Unexpected) 행복과 활력을 가져다준다.


3. 구체성 (Concreteness)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예시로, 아시아권 아이들은 학습 능력이 뛰어난 반면 틀에 박힌 암기식 교육으로 인해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지구적 고정관념에 반대하는 연구 결과가 있다. 

1993년 일군의 연구진이 각각 일본과 타이완에 위치한 열 개의 초등학교와 스무 개의 미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두 명의 수학 교사를 선별하여 수학 수업을 관찰했다. 관찰 결과 ‘모든’ 교사들이 기계적 암기법을 상당히 자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수 방식에 있어, 세 나라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아시아 교사들은 “세 명의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두 명이 더 왔습니다. 잠시 후에 한 명이 더 같이 놀게 되었습니다. 이제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모두 몇 명일까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교사는 칠판에 그림을 그리고 ‘3+2+1’이라는 수식을 적었다.


 이 관찰이 낳은 핵심은 바로, 학생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언어(공놀이를 하는 아이들) 위에 새로운 형태의 추상적 개념(3+2+1)을 추가하여 효과적인 이해를 도운 아시아권 교사들의 수업 방식이다. 잘 모르는 누군가를 위한 잘 아는 누군가의 구체성은, 설령 그 지나친 구체성이 지루함의 늪에 빠질지라도 결국 화자와 청자의 간격을 좁히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각각 전문화된 분야에서 끊임없이 교류하고 소통해야 하는 우리는 앞선 예시로 배운 것처럼, 추상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친절한 구체성(Kind Concreteness)을 갖출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언어는 늘 큰 도움이 되지만, 추상적 개념은 전문가들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일 뿐이다.


4. 신뢰성 (Credibility)


 내가 요즘 소셜미디어를 보며 가장 우습기도 하고, 때론 경멸스럽기도 한 것들은 ‘짧은 설명 또는 자막이 달린 출처 모를 영상’이다.

 최근 짧은 시간에 빠르게, 하지만 충분히 자극적으로 정보를 얻고 싶어 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플랫폼들의 대표주자는, 사용자에 맞춰 짧고 재미있는 영상을 생산하는 Youtube Shorts(쇼츠) 와 TikTok 이다. 어느 날 Youtube 쇼츠에 올라온 한 영상은, 중국의 어느 남성이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와 함께 찍은 영상이었다. 남성이 무언가 혼내는 듯한 말을 하며 강아지의 손을 잡자 강아지는 이빨을 내밀며 불만을 표출하고, 그 손을 놓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 영상의 하단부에는 ‘주인이 혼내려는 것을 눈치로 알고 반응하는 똑똑한 강아지’라는 짧은 설명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의 댓글은 다들 ‘정말 귀엽다’, ‘강아지가 참 똑똑하다’, ‘나도 저런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 등 해당 영상에 달린 짧은 설명에 부합하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얼마 뒤 밝혀진 점은, 이 남성이 강아지의 영상 속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쪽에서 바늘로 찌르는 등 학대를 자행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보다 멍청한 디지털 사회가 있을까. 쏟아지는 정보의 양에 못 이겨 우리 사회가 아무도 모르게 점점 무감각, 무논리의 옷을 입고 있다. 참 쉽고 단순하게 대중을 속일 수 있고, 선동할 수 있으며 결국 별다른 저항 없이도 굴복시킬 수 있는 사회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다. 단순히 미디어의 영역에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가상의 모든 터전에서 믿을 수 있음(Trustworthiness)의 가치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5. 감성 (Emotion)

6. 스토리 (Story)


 감성과 스토리는 앞선 네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한 뒤에 이들을 강화하기 위해 따라오는 옵션과 같다. 하지만 이들이 부재할 경우, 메시지가 갖는 힘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서핑’은 처음으로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어 큰 화제를 모았다. 꽤 뜨거운 관심 속에 결승에 올라온 두 선수는 일본의 이가라시 가노아와 브라질의 이탈로 페레이라였다. 이 두 선수 중 결국 금메달을 거머쥔 사람은 브라질의 페레이라 선수였지만, 1위라는 결과보다 이 선수를 더 빛나게 한 건 KBS 중계에서 해설위원이었던 송민 대한민국 서핑 국가대표 감독이었다.

 송민 감독은 서핑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경기 내내 친절하고 재미있는 설명을 덧붙였을 뿐만아니라, 대중이 서핑이라는 종목에 깊게 빠져들고 감동을 얻을 수 있는 ‘감성과 스토리’를 덧붙였다. 일본 선수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엘리트 코스로 서핑을 배워 다시 일본으로 귀화한 케이스이고 까다롭게 파도를 가려 자신 있는 파도는 잘 골라내지만 어렵고 자신 없는 파도는 피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브라질 선수는 빈민촌에서 태어나 어부의 아버지를 두고, 아이스박스 뚜껑으로 서핑을 시작했으며 파도를 가리지 않고 부딪혀 이겨내는 스타일의 서핑으로 지금의 세계 정상에 올랐다고 한다.

 경기 중 이 두 선수를 소개하는 송민 감독의 멘트로 인해, 경기를 지켜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괜히 브라질 선수를 더 응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작 페레이라 선수는 일본에서, TV 화면 속에서 그동안 수 없이 연습해왔던 서핑을 보여줬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송민 감독의 해설로 인해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이겨내고 마침내 정상에 선, 금메달 선수 그 이상의 매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메시지에 감성(Emotion) 과 스토리(Story)가 담김으로써 막강한 힘을 갖게 되는 과정이다.


 끝으로, 송민 감독은 다음과 같은 멘트로 중계를 마무리했다.


‘똑같은 파도는 절대 오지 않는다. 사실 좋은 파도를 고르는 것 자체도 선수들의 역량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지금 현재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치바현의 스가라사키라는 해변은 저도 몇 번 방문을 했었는데, 제가 방문을 했을 때 파도가 좋았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이런 상태, 비슷한 상태였던 거 같은데, 선수들이 사실 이런 상태를 불평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 두 선수들이 똑같은 상황에서 경기를 하고 있고, 그 상황을 감안해서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열심히 하면 됩니다. 아마 인생하고 닮은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똑같은 파도는 절대 오지 않는다.’ 는 단순하지만 흥미로운 리드,

파도는 늘 좋지 않지만 선수들은 불평할 필요 없다는 의외성,

두 선수 모두 똑같은 상황에서 경쟁하는 중이고, 심사위원들이 이를 감안하여 점수를 부여한다는 구체성,

중계하는 동안 보여준 전문 지식과 감독으로서 자질에 대한 신뢰성,

끝으로 두 선수의 스토리를 끌어들여 시청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결말까지.


메시지를 ‘마음에’ 달라 붙게 하는 여섯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송민 감독의 해설.

결국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열심히 하면 됩니다. 아마 서핑이 인생하고 닮은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최고의 전달(傳達) 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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