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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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너 완전 도련님이네~?’ 학창 시절 한 번쯤 들어본 말이다. 세상을 몰라 철없고 순진하다며 비꼬는 의도가 다분하지만, 내심 귀하게 자란 샌님을 종종 부러워한다. ‘도련님’이라고 불리는 삶을 살아보지 않은 나의 입장에서 그러한 삶이 궁금했다. 한 번쯤 좋던 나쁘던 ‘도련님’이라고 불리며 살아가는 것은 어떨지 생각하며 작품을 읽는다.
1. 도련님,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순진해 남에게 잘 당하는 사람.
작품의 제목 ‘도련님’은 주인공을 지칭한다. 시코쿠에 있는 시골 학교에서 교사로 부임한 주인공은 여러 텃세를 당한다.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은 도쿄 출신인 주인공을 도련님으로 본 것인지 그를 괴롭힌다. 학생들 앞에서 메밀국수 4그릇을 먹었다고 주인공을 놀리고, 숙직근무 도중 온천에 다녀오니 학생들이 이불 속에 메뚜기 50마리를 넣어두었다. 뿐만 아니라 하숙집 주인은 주인공에게 골동품을 강매시키고 교감 선생은 다른 교사와 주인공을 이간질한다. 텃세에 지친 주인공은 탄식한다.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이라느니 애송이라느니 하며 얕잡아 본다.”
작품을 중간까지도 읽지 않았지만 나는 확신했다. 나는 도련님 못 해먹겠다. 귀하게 자라 세상 물정 모르는 탓에 이유 없이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 삶은 꽤나 지칠 것이다. 숙직근무 도중에 멋대로 온천에 갔다 오거나 되지도 않는 고집을 부리는 등 ‘도련님’스러운 행동을 여럿 보여주지만 이걸로 괴롭힘을 당할 이유는 아니다. 무엇 때문에 많은 이들은 ‘도련님’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괴롭혔을까?
귀하게 자라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것은 어쩌면 누군가의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사랑이 넘쳐 세상의 어두운 면을 차마 알려주지 못했을 것이다. 시골 학교의 사람들은 도쿄 깍쟁이처럼 보이는 주인공에 대해 알게 모르게 질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본인들과 다르고 샌님처럼 보이는 주인공에게 심술부리고 괴롭혔을 것이다.
2. 도련님, 험한 꼴을 당하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근거.
주인공은 어릴 적부터 ‘기요’라는 나이 많은 하녀에게 도련님이라고 불린다. 그녀는 주인공을 늘 칭찬하고 기대를 거는데, 그런 덕분에 주인공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는다. 사실 주인공은 부모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무모하게 직진만 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있어 자신을 도련님이라 불러주고 기대해 주는 기요는 든든한 배경이 되는 존재이다. 기요가 있는 도쿄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은 무모한 성격을 잃지 않고 교장, 교감에게 대들기도 하고 학생들과 문제를 일으키는데 주저함이 없다. 결국 소설 마지막에 주인공은 사표를 던지고 도쿄로 돌아가 기요할머니를 거둬 임종까지 함께한다.
결론적으로 ‘도련님’은 주인공을 무시하고 텃세를 부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단어인 동시에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자기 고유의 색깔을 낼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도련님’이라는 것을 오히려 본인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속물성 짙은 세태를 극복해냈다. 어쩌면 순진하기에, 세상 물정을 잘 모르기에 자신의 색깔을 지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색깔이 있고, 그것과 다른 사람이 있다면 본인의 색깔을 마구잡이로 칠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나를 포함한 많은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내 색깔이 다르다면 내가 바뀌어야 하므로 끝없이 색을 대조하며 맞춰간다. 너무 많은 색이 모두 섞여 무지개의 다양성이 검은색으로 바뀔 것이다. 어쩌면 나도 이미 검은색 인간이 되어 다른 ‘도련님’을 검은색으로 칠하지 않았을까 성찰한다.
가끔은 ‘도련님’처럼 세상 물정 모르고 순진하게 나만의 색을 지키며 살아가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리고 ‘도련님’과 같은 사람이 멸시의 존재가 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3. 도련님, 불의엔 상남자가 되는 사람.
주인공이 부임한 학교의 상황은 심각했다. 교장, 교감, 교감을 항상 따라다니는 미술 선생은 모두 권력과 출세에 눈이 멀어 있다. 주인공은 교감의 계략에 속게 되고 거짓말에 동료 교사가 면직당한 것을 알게 된다. 도련님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수업시간도 줄여주고 월급도 올려주겠다고 회유하지만 단호히 거절한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도련님은 동료 교사와 함께 교감과 미술선생이 여관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실컷 두들켜 팬다. 그 이후 변명하지 않고 학교에 사직서를 낸다. 그리거 도쿄로 돌아가 기요할머니를 거둬 임종까지 함께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주인공의 세상을 알기까지의 삶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첫 사회생활을 하게되고 그가 체험한 세상은 윤리와 도덕이 무너진 곳이었다. 정의로운 사람은 살기 힘들고 이기적이고 사리사욕이 가득 찬 사람들이 승리하는 곳이다. 좌충우돌하던 도련님은 미숙한 모습을 보이지만 불의 앞에선 누구보다 용감하게 행동한다. 또한 잘못이 있다면 변명 없이 정직하게 용서를 빈다. 이러한 도련님의 모습을 통해 삶에서 중요한 가치에 대해 질문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잃어버러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본인들의 이익만 추구하고 속물적인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과연 올바른 길을 걷는지 다시 한 번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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