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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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작년 겨울 이맘때는 '니체의 말'을 읽었다.
작년에 '니체의 말'을 사서 읽었던 이유는, 난관에 부딪힐 조자룡에게 제갈량의 비단 주머니가 있었듯이,
앞으로 내게 벌어질 일들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지혜를 빌릴 수 있는 책 한 권이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니체는 100년도 훨씬 전에 독일에 살았던 철학자지만, 그가 조언하는 내용들은 시대를 초월하여 요즘도 꼭 들어맞는 부분이 많아서 큰 공감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을 얻는 지혜'는 400년 전 스페인 신부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쓴 처세술에 관한 책이다.
니체는 생전 그라시안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인정했고, 그를 존경했다.
그래서 그런지 두 사람이 전하는 내용은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번역의 차이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라시안의 책이 훨씬 더 엄숙하고 딱딱한 느낌을 준다.
"적절한 거절은 무분별한 수락보다 더 고귀하다"
거절할 줄 알라.
모든 사람의 요구를 다 들어주어서는 안 된다.
거절할 줄 아는 것은 수락할 줄 아는 것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항상 입에 '아니요'를 달고 살아서 모두를 불쾌하게 하는 사람도 많다.
설령 나중에는 모든 것을 받아준다고 해도 처음에는 늘 '아니요'로 불쾌감을 주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또한, 모든 일을 단번에 거절해서도 안 된다. 요청하는 사람이 서서히 실망을 느끼게 해야 한다.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빈자리는 예의로 채우고, 해주지 못한 행동은 좋은 말로 대신해야 한다.
냉정히 말해서, 내가 금쪽같은 시간을 들여 남에게 관심과 호의를 굳이 베풀 필요가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누구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유는, 과거의 나를 도와주었던 형들은 내게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보상을 원하기보다는, 본인들이 겪었던 실패와 좌절을 동생들이 똑같이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며 내가 배운 것들을 동생들에게 그저 제대로 물려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나도 누구에게 내가 아는 사실을 전달할 때는 비밀을 만들거나 감추지 않고 '전부' 이야기한다.
그리고 끝에 나도 이것을 누구 형에게 배웠고, 나는 이것을 이렇게 써먹었으니 너도 잘 써먹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타인을 대할 때 철저히 기브앤테이크의 법칙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두기도 한다.
준 것이 있다면 확실히 보상을 받아내야 하고, 챙길 것은 칼같이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보기에 대가 없이 베풀기만 하는 행동은 한없이 어리석고 호구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들은 네가 베풀기만 하고 들어오는 모든 요구들을 수락해주면 그들은 너를 더 이용해 먹을 것이고 감당할 수 없는 일만 불어나 더 힘들어질 것이라 이야기한다.
다른 해와 달리, 돌아보니 올해는 정말 그런 일들을 좀 겪은 것 같다.
'사람을 얻는 지혜'에서는 니체의 책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내용이 있었고,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들이 있었다.
"남 일에 신경 쓰느라 자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을 분리할 줄 알라.
거절하는 법을 아는 것이 삶의 큰 교훈일진대, 그보다 더 중한 것은 일이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분리해낼 줄 아는 것이다.
귀중한 시간을 좀먹는 이상한 일들이 있는데, 그런 골치 아픈 일을 하느라 분주해지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해롭다.
정중하게 거절하는 법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생각해보면 'Yes'라고 대답할 때는 별 고민없이 흔쾌히 할 수 있는데 누군가의 부탁에 'No'라고 거절을 하려면 우선 적절한 핑계를 대야하고, 거절당하는 상대의 기분까지 고려해야 한다. 나는 마음이 약해져서 혹은 타인의 도움 요청을 거절했을 때 그들이 나를 향해 비난을 하거나 그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당할 것이 두려운 마음에 혼자서 우물쭈물했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요즘 드는 생각은 상대의 모든 이야기를 친절히 들어주되 그로 인해 정작 내가 반드시 해야할 일들을 망각하거나 못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절대 안되며,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일을 할 때는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해 놓고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진정 부담을 느낄 때 상대방에게 솔직한 심경을 밝히고 거절 의사를 당당히 표현하는 것이 현재 나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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