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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그리고 나의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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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동빈
댓글 0건 조회 2,967회 작성일 23-01-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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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그리고 나의 아들에게 ”

- 손웅정 감독著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읽고 -


 

인파출명저파비 (人怕出名猪怕肥) - 사람은 이름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중국 속담 中)

 저는 이 세상에 저보다 못한 아버지가 어디 있겠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이 책은 저를 성장시킨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해야 맞겠습니다. 이 책이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편한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책의 저자는 책의 서두에 위와 같은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 저자가 바로 대한민국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라는 사실 만으로도, 손흥민이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음에 마땅한 이유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지난 11월과 12월, 사상 첫 중동 국가 및 북반구 겨울 시즌에 개최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원정 16강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조별 예선에서 다소 어려운 상대들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3차전에서 포르투갈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조 2위로 16강에 올라섰다. 비록 강팀 브라질에 패해 더 이상의 토너먼트 진출은 무산되었지만, 충분히 대단한 성과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가대표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슈퍼스타, 손흥민 선수가 있었다.

 

 201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하 EPL) 의 토트넘에 이적한 손흥민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마침내 지난 21-22 시즌에는 EPL의 득점왕으로 아시아인 최초 득점왕이라는 타이틀은 물론 전 세계가 인정하는 대표적인 축구 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확실한 기록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축구 팬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 중 가장 큰 하나는 흥미롭게도, 그의 ‘인성’ 때문이다.

 

“상대가 넘어지는 것을 보면, 그 상황이 아무리

공을 툭 차면 골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찬스라 해도

공을 바깥으로 차내라. 사람부터 챙겨라.

너는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사람이 먼저다.”

 

 그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이고, 흥민이 역시 마음속에 새기고 있는 말’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상대를 이기는 축구선수가 아닌, 스포츠맨십을 잃지 않으며 상대에 대한 존중(Respect)을 바탕으로 하는 ‘인간다운’ 스포츠 선수가 되기를 강조한다. 이러한 가르침 아래에서 성장한 덕분인지, 손흥민은 EPL 내 경쟁팀 선수들과 감독들 그리고 서포터들에게도 상대 선수를 존중하고 도우며, 팬들에게는 그 어떠한 상황에도 인사와 감사를 잊지 않는 ‘사랑스러운 쏘니 (Lovely Sonny)’ 로 불리고 있다.

 

패배를 끌어안는 힘도 배우고,

실패를 딛고 일어날 힘도 키우고,

다른 사람의 아픔도 내 아픔처럼 생각할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게 하고 싶다.

 

 세계적인 선수를 키워냄에 있어서 손웅정 감독의 확고한 교육 철학이 돋보이는 이 말은, 나 스스로가 그런 ‘사람’으로 성장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런 ‘사람’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얹어 주었다.

 

 요즘, 대표적인 OTT 서비스인 Netflix (넷플릭스)에서 최근 공개된 김은숙 작가의 ‘The Glory (더 글로리)’ 라는 드라마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학창 시절 입에 담을 수 없는 학교 폭력으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진 주인공이 성인이 되어, 폭력의 주동자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의 이 드라마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이슈화 되어 작년에 유독 많은 사건 사고를 낳았던 사회 현상을 반영하고 있기에 그 인기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학교 폭력을 저지른 연예인의 미디어 매체 출연, 현 촉법소년 제도에 대한 비판,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악랄한 방식과 연령대마저 낮아지고 있는 학교 폭력 문제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점차 그 보호의 울타리를 스스로 허물고, 허물어지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연구실 동료들과 식사를 함께하던 중, ‘더 글로리’ 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만약 자신의 자녀가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와 저질렀을 때, 부모가 된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는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실제 이 작품을 만든 김은숙 작가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런데 엄마는 내가 죽도록 때리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아니면 죽도록 맞으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라는 고2 딸의 질문으로부터 해당 작품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비록 우리는 자아실현과 자신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삶을 살고 있지만, 결혼하고 가족을 꾸려 나가는 삶이 아주 멀지만은 않기에 이 ‘더 글로리’ 열풍은 나름대로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가정은 최초의 학교고 최고의 학교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말에 앞서서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먼저 보고 배운다.

 

 그런 고민에 우연히도 맞춰, 손웅정 감독님의 이 책은 나에게도 해 줄 말들이 많았지만 나의 아들에게도 해 줄 말들이 많았다. 그저 올바르게만, 그저 올바르게만 자라달라는 우리 부모들의 말이 이젠 그리 멀지 않은 내가 할 말이라고 생각하니 먹먹함과 두근거림이 동시에 느껴지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비단 나의 자녀들에 관한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내가 조금이라도 앞선 입장에서 이끌고 함께 성장할 나의 사람들에게 나는 과연 어떤 선배가, 상사가, 멘토가 그리고 아버지가 되어야 할지 끊임없이 되뇌도록 할 생각이다.

 

 다음 달이면 연구실에 후배들이 들어온다. 어쩌면 좋은 아버지가 되기 전에 우선 좋은 선배가 될 수 있을지, 앞선 나의 고민이 빛을 볼 수 있는 시작이 될 것이다. 많이 부족하더라도, ‘답설야(踏雪野)’ 의 가르침만큼은 잊지 않는 선배가 되고자 한다.

 

눈 덮힌 눈길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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