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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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엄마를 모르겠어.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것밖에는.”
생일을 맞아 아들, 딸들을 보러 서울로 올라온 엄마가 실종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엄마를 잃어버린 가족들은 엄마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제작하며 엄마에 대한 정보를 적는다. 이름 박소녀, 1938년생, 실종 당일의 인상착의.. 하지만 그 뿐. 자식들은 엄마를 모른다. 그저 실종되었다는 사실 밖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렸을 때의 꿈은 무엇이고, 심지어 글을 읽지 못하는 것 조차 알지 못한다.
“엄마의 실종은 그가 까마득히 잊어버린 줄 알았던 기억 속의 일들을 죄다 불러들였다.”
실종 후 큰 아들, 큰 딸, 아빠의 시점으로 ‘박소녀’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소설은 진행된다. 그들은 엄마이자 아내인 박소녀가 실종되고 나서야 그녀에 대해 생각한다. 총명했던 첫째 아들이 검사가 되기를 바라며 살뜰히 챙겼던 엄마, 큰 딸이 여자 아이라는 이유로 모질게 대했지만 본인처럼 고생하지 않기를 바랐던 엄마, 역마살에 들려 수시로 집을 떠났지만 항상 제자리를 지켜준 아내. 그녀의 모습을 하나 둘 떠올리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나는 엄마랑 가깝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부터 시장을 가던, 절을 가던, 여행을 가던 나와 함께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역시도 엄마를 알지 못한다. 어딜 가도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곳을 물어봤고,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나의 기호가 엄마의 그것보다 우선순위였다. 내가 엄마는 어디 가고 싶은데? 뭐 먹고 싶은거 있어? 라고 되물으면 아들이 원하는거라며 웃으셨다.
“너에게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다. 너의 엄마에게도 첫걸음을 뗄 때가 있었다거나 세살 때가 있었다거나 열두살 혹은 스무살이 있었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너는 처음부터 엄마를 엄마로만 여겼다.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인간으로.”
엄마는 나에게 항상 엄마였다. 언젠가 엄마의 고등학교 졸업사진과 결혼식 사진을 본적이 있다. 내가 실제로 본적 없는 엄마의 10대, 20대 때의 모습. 주름 하나 없는 피부에 친구들과 환하게 웃는 사진,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부케를 들고 있는 사진은 이제는 볼 수 없는, 엄마가 되기 전의 모습이었다. 형과 내가 태어난 이후, 젊었던 사진 속의 엄마는 그 젊음을 우리에게 바쳤다. 어느새 50대 중반이 되어버린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엄마의 흰 머리에서, 이마와 눈가의 주름에서 엄마의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엄마도 엄마는 처음이었을텐데...
엄마라는 단어는 많은 직업을 내포한다. 엄마는 공부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기도 하고, 아플 때 치료하고 간호해주는 의사이자 간호사이기도 하며, 집에 갈때마다 맛있는 반찬을 해주는 요리사 역할도 해주며,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사이기도 하다. 혼자 모두 해내기에는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엄마는 이러한 역할을 모두 훌륭히 수행하며, 나와 형을 키웠고, 아직까지도 엄마라는 직업으로 살고 있다. 아마도 평생 이 직업을 관둘 수 없을 것이다.
“엄마를 잃어버리고 자주 생각했어. 나는 엄마에게 좋은 딸이었나? 나는 내 아이들에게 엄마가 내게 해준 것처럼 할 수 있나. 한 가지는 알아. 나는 엄마같이 못해. 할 수도 없어.”
나는 엄마에게 좋은 아들일까? 엄마에게 받은 만큼 돌려드릴 수 있을까? 쉽게 대답하지 못하겠다.
엄마, 아마도 이번 생에는 엄마한테 받은 사랑을 내가 다 갚지 못할 거 같아. 그러니까 다음 생에는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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