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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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이원영
아델리펭귄은 무리를 지어서 조심스레 주위를 살피다가 다 같이 순식간의 입수한다.
이렇게 한꺼번에 입수하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 번째는 희석 효과다. 표범물범이 다가와도 다른 개체가 먹힐 확률이 높아지니 자기가 공격당할 확률은 희석된다.
주변에 n 마리의 친구들이 있다면 자기가 잡아먹힐 확률은 1/n로 줄어드는 것이다.
(중략)
경영계에서는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용감하게 도전하는 선구자를 '퍼스트 펭귄', 즉 첫 번째로 물속으로 뛰어드는 펭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바닷속으로 무작정 뛰어 들었다가는 누구보다 먼저 먹잇감이 될 뿐이다.
Pioneer, 선구자는 늘 외롭다.
선조들이 일궈온 레거시를 옆에 두고, 안전한 길을 외면한 채 굳이 먼 길로 돌아가려는 사람의 곁을 끝까지 지켜주며 자리를 함께해주는 친구는 많이 없을 것이다.
나는 어릴 적 집집마다 한 세트씩 있었던 위인전집을 읽으며 역사 속 위인들을 향해 존경과 동경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들이 겪었던 어두웠던 시절과 고난과 시련에 관해 분명 책 내용 어딘가에 쓰여있었는데 이상하게 다 읽고 나면 어두웠던 과거들은 모두 미화가 되고 아름다운 결말밖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 심지어 살면서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고 평생을 고달프게 살다가 죽고 난 후에나 인정을 받는 위인들도 있는데 그들을 보며 불쌍하다는 생각이 선뜻 든다. 마찬가지로 선구자도 많은 명예를 얻고 존경을 받지만, 그 뒤에는 씁쓸하고 어두운 이면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처음 아무것도 모른 채 미지의 길을 걸으려는 순수한 사람을 향해 참된 조언과 진실된 응원을 건네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들은 그저 그들이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기 싫었거나 혹은 괜히 엮이게 되면 나중에 피곤해질 것을 염려하여 일부러 침묵을 지킨다.
아니면 낯선 길을 떠나려는 사람이 벼랑 끝에 몰리던 혼자 교착상태에 빠져 좌절하고 침몰하던 정말로 알 바가 아니기 때문에 일말의 관심조차 두려 하지 않는다.
여기서 제일 눈치 빠르고 나쁜 펭귄은, 옆에서 알게 모르게 뛰어들게끔 부추기는 펭귄이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그런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식자에 의해 잔혹하게 죽어나가는 펭귄을 향하여, '너의 주도적인 선택으로 인해 스스로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한 것이니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본인은 뒷길로 유유히 빠져나간다.
누굴 탓하겠어 다 내 탓이지
내가 선택한 삶이지
땅인지 강인지 모르고 뛰어든 내가 바보지
강희건, '강남사짜' 中 일부, 2011년 作
성공한 퍼스트 펭귄이 되는 것은 실로 희박한 확률이다.
주변의 많은 유혹 가운데에서 확고한 신념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은 정말 외로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사회적 집단 생활을 하는 펭귄의 여러 행동들이 마치 인간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고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께서 설계하신 자연의 섭리가 그런 것이라면 이것은 매우 이상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선과 악의 문제를 떠나 자연스러운 하나의 현상으로 보는 것이 옳은 해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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