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초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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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초월자
- 프리드리히 니체 -
『니체의 초월자』는 니체의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이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은 관계, 진리, 삶의 의미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믿고 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니체의 사상이 다소 어렵고 낯설게 느껴졌지만, 읽다 보니 그가 말하는 인간의 모습이 실제 삶 속에서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인간관계나 삶을 대하는 태도 속에서 막연히 느껴왔던 것들과 겹치는 부분들이 있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모든 관계는 변한다
가장 먼저 기억에 남은 것은 모든 관계는 변한다는 사실이었다. 아주 가까웠던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당시에는 죽고 못 살 만큼 친했다고 해도 관계가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대화의 결이 달라지고, 관심사가 달라지고,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넘어갔던 부분에서 서로 삐걱거림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순간에는 그동안 친하게 지낸 시간이 전부 무의미해진 것처럼 허무함이 밀려온다.
니체는 인간이 종종 세상을 변하지 않는 무엇으로 믿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한 번 얻어낸 지식으로 평생을 살아가고 싶어 하고, 한 번 맺은 관계가 절대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절대적인 진리와 영원한 사실이 없듯이, 이 세상에 절대적인 관계도, 영원한 사랑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우리가 영원하다고 믿고 싶은 것들조차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말이 다소 냉소적으로 들릴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현재의 관계가 변하기 마련이라면, 관계를 위해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관계가 변하기 때문에 지금의 관계는 더욱 소중하다. 지금 내가 누군가와 나누는 친밀함과 감정은 영원히 고정된 것이 아니라, 현재에만 존재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관계가 변한다는 사실은 관계를 가볍게 여기라는 뜻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더 성실하게 대해야 한다는 뜻에 가깝다고 느꼈다.
젊음은 환상을 사랑하고 나이 듦은 사실을 사랑한다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간이 삶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태도였다. 인간은 젊을 때 세계 속에서 거대한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작은 일에도 숨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고, 하찮아 보이는 일에도 어떤 필연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모습조차 단순한 결함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짊어진 어떤 깊은 고통의 흔적처럼 해석하기도 한다.
나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닥쳤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벌어졌지?”라고 묻고, 때로는 “이건 나를 더 성장시키기 위한 시험대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한다. 물론 이런 태도는 삶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조잡하거나 논리적이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이유를 붙이면 불만은 위로가 되고, 삶은 조금 더 견딜 만한 것이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거창한 설명은 점점 힘을 잃는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많은 순간은 거대한 의미와 무관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종종 고통 그 자체보다도, 그 일이 아무 이유 없이 나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에 더 분노한다. 돌이켜보면 어떤 일의 의미를 과도하게 찾아내는 과정은 오히려 큰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 설령 그 이유를 찾아낸다 해도, 내 앞에 벌어진 일을 해결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때도 많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삶의 모든 순간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려 하기보다, 우리 삶에는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도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를 끝없이 묻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눈앞에 벌어진 일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이다. 환상이 삶을 위로해줄 때도 있지만, 결국 인간은 언젠가 사실을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조금 더 단단한 삶이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늘 내 생각을 사랑한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간이 자신의 생각을 가장 사랑한다는 점이었다. 누군가 내 생각과 어긋나는 이야기를 하면, 그것의 옳고 그름과는 무관하게 불쾌해질 때가 있다. 그 의견이 실제로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내 생각이 위협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새로운 의견이 등장했을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거부하거나 재해석한다고 한다. 거부는 내가 틀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막기 위해 벽을 치는 것이고, 재해석은 타인의 의견을 이해하는 척하지만 결국 내 생각 안에서 내 방식대로 다시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이 두 반응은 겉으로는 달라 보이지만, 결국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굳건히 지킨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이 부분은 연구를 할 때의 경험과도 연결되었다. 실험 설계나 데이터 해석을 할 때 최대한 엄밀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려고 많은 시간을 들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허점들이 보일 때가 있다. 그 순간에는 내 생각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시야는 아무리 노력해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생각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생각에 얽매이는 것은 위험하다. 내가 언제든 틀릴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다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고, 더 넓은 시야로 나아갈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사랑하되, 그 생각이 나를 가두지 않도록 경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니체는 인간을 완성된 존재로 보지 않았다. 인간은 이미 완성된 모습으로 머무르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한계를 넘어 자신을 다시 빚어내는 존재라고 보았다. 이것은 니체가 말한 위버멘쉬 (Übermensch) 의 모습과도 연결된다. 위버멘쉬는 처음부터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마주하고 그것을 넘어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관계가 변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더 소중히 여기고, 삶의 모든 순간에 억지로 의미를 찾기보다 눈앞의 현실에 최선을 다하며, 내 생각이 언제든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결국 이 책은 나에게 삶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만든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완성된 사람이 되려 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듬어가며,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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