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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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통 죽음 후의 절차라고 생각하는 것은 가족을 중심으로 한 지인들이 모여 장례식을 열고, 산소 봉분에 모시든지 화장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생을 살다 간 한 사람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자 인간 사회의 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공영 방송국인 NHK 취재팀이 취재한 결과, 일본 사회에는 장례조차 치러 줄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처음 취재팀이 이런 무연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신주쿠의 한 공원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중년 남성을 만난 직후였다. 50세에 파견 일자리를 잃은 이 남성은 집세마저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공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취재팀에게 그는 충분히 일할 나이인데 도움까지 받는 것이 싫어서라는 답을 했다. 그렇게 몇 번의 취재를 하고 난 뒤, 취재팀은 더 이상 이시다라는 가명을 가진 중년 남성의 소식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이 남성의 행방이 궁금해진 취재팀은 그 사건을 계기로 아무도 찾지 않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모든 인연을 포기한 이 남성도 만약 이 방송국 취재팀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무도 찾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지할 데가 없는 사람, 신원 불명인 채로 숨진 사람을 의미하는 행려사망자들의 통계 수치를 알기 위해 취재팀은 수소문해 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누적된 통계는 없었다고 한다. 결국 세금으로 화장과 매장된 건수라도 조사해 본 결과, 전국적으로 연간 3만 2,000명에 달하는 행려사망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당시 일본에서 매년 자살하는 사람들의 수치와 맞먹는 것으로, 일본 사회에서 무연사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취재팀은 일본 사회에서 왜 무연사가 늘어나고 있는지를 취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취재팀이 취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자택에서 거주하던 중 숨을 거둔 성명 미상의 행려사망자를 알게 된다. 본적, 주소, 그리고 성명마저 미상인 이 남자에 대해 알고 있는 분은 연락을 해 달라는 도쿄의 구청장이 낸 기사를 본 취재팀은 그 남자가 발견된 오래된 임대 다가구 주택으로 찾아간다. 3평 한 칸의 일본식 방에서 양반다리를 한 채 죽어 있었다는 집주인의 말을 들은 취재팀은 그의 본명이 쓰여 있는 다가구 주택 계약서를 발견하게 된다. 그 계약서에는 사망한 남성의 본명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지만, 정작 그의 본명을 아는 이웃들은 아무도 없었다.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이나 아파트에서조차 우리는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른다. 매일같이 출퇴근하거나 등하교를 하면서 보게 되는 이웃들이지만,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 외에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옆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실일 것이다. 연대 보증인과 연장 주머니에서 나온 연락처를 단서로 사람들을 수소문해 보았지만, 이 남성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그가 급식센터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집주인이 깨닫고 취재팀에 제보했다. 취재팀은 그가 일했다고 하는 급식센터를 방문해서 남아 있는 이력서를 통해 그의 고향이 아키타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키타로 출발하기 전에 도쿄 국립국회도서관을 찾아가 옛날 아키타 현의 전화번호부로 재차 확인을 거쳤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 남성을 어렴풋이나마 기억한다는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고, 부모의 묘도 방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남성이 회사가 부도가 나서 고향에 부모를 남겨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고향에서 자라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서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계기로 그 고향을 떠나게 된다면 이렇게 인연이 끊어져 버리게 되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오모리 다다토시라는 이름을 가진 한 남성의 무연사를 취재하면서, 취재팀은 일본 사회에서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 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취재 대상은 오모리 다다토시라는 인물이었지만, 그가 생전에 살았던 다가구 주택의 이웃들이나 학교 동창 명부에서 연락 두절로 표시된 다른 친구들 또한 무연고에 대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니 크고 작은 인연이 끊어져 버린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현실은 비단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무연고사와 고독사는 더 이상 낯선 문제가 아니다. 1인 가구의 증가, 가족 형태의 변화, 고령화의 심화, 경제적 불안정 등이 겹치면서 무연고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무연고사를 당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은 것처럼, 그들이 그렇게 죽음에 이르게 된 이유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오모리 다다토시라는 남성처럼 고향을 등지고 떠나 인연이 저절로 끊어져 버린 경우도 있을 것이고, 이혼이나 사별로 가족과의 인연이 끊어져 버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 경제적인 이유로 주변 사람들과의 인연을 스스로 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이나 제도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방송국 취재팀이 경찰 기관을 비롯한 여러 곳에 행려사망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지만, 그들은 단지 사후 처리만 맡을 뿐 그들의 삶은 모르고 있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바삐 살아가는 이 시대에 정부 기관이나 사회단체가 모든 시민들의 삶과 죽음을 책임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물론 기본적인 인연마저 끊겨 버린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고령화의 속도 또한 매우 빠른 편이다. 이제 고령화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가 직접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변화에 따른 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NHK 방송국 취재팀이 취재한 공원의 노숙자들이나 다가구 주택에 세를 들어 살고 있는 무연고자들은 한국의 어디에서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서울역이나 청량리역에는 오늘도 아무런 연고 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는 노숙자들이 있으며, 서울의 어느 달동네나 오래된 주거지에는 얼마 되지 않는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가는 고령자들도 많다. 고령자들의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핵가족화가 심화되고, 이혼과 사별, 가족 간 단절이 빈번해지면서 경제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고령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이다. 한창 일할 나이인 청년들과 장년들은 가족과의 인연이 끊어져도 자신의 힘으로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퇴를 한 고령층은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가족의 인연이 끊어지면 당장 먹고살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주도적으로 나서서 독거노인들을 위한 의료지원과 정기적인 돌봄 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며, 방문도우미와 같은 제도를 활성화하여 서민 독거노인들뿐만 아니라 중산층 독거노인들에까지 그 대상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고독사에 대한 공포가 비단 독거노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NHK 방송국 취재팀은 급증하는 독신들과 회사에만 매달려 가족들에게 소홀해진 사람들 또한 이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한창 일할 나이에 모든 인연을 끊고 자신의 방 안에 자신을 가두고 사는 히키코모리, 우리나라 말로 은둔형 외톨이들 또한 이 고독사의 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이라고 책에서는 보고 있었다. 과거 일본 정부 기관의 연구는 2030년에 일본의 독신 세대가 일반 세대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2030년이 멀지 않은 시점에서 보면, 이러한 전망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이미 현실로 가까워지고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독신 세대가 이렇게 늘어 가는 이유는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미혼이나 이혼의 증가, 저출산 고령화 등이 있을 것이다. 결혼을 인생의 필수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생겼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비정규직 노동의 증가와 주거비 부담, 고용 불안 등으로 인해 경제적인 여건이 되지 않아 결혼을 하지 않거나 늦추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결혼 후 필요한 주택비나 자녀 교육비와 같은 지출에 대한 걱정으로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사람들을 이 책에서는 주목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미혼 세대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개인의 결혼 문제에 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사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이나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이 낮은 출산율과 미혼 세대의 증가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 출산은 늘지 않으면서 나이를 먹어 가는 인구만 증가하면 당연히 그 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핵심 노동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 노동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줄어들면 국가 생산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고, 이는 곧 국가 경쟁력 저하라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낮은 출산율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무연고사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알 수 있었고, 그것이 지금 얼마나 심각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빠른 경제 발전과 사회 변화로 인해서 우리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다. 새로운 사람과 얼마든지 빠르고 쉽게 친해질 수 있지만, 과거처럼 결속력은 강하지 못해서 또 얼마든지 끊어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오늘날의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살지는 않기 때문에 지금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우려를 크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 관보에 실린 행려사망자들의 이야기가 언젠가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문제가 가진 심각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무연사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면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가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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