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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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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대현
댓글 0건 조회 373회 작성일 26-06-22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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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김창완 에세이-

 

세상살이라는게 그렇게 자로 잰듯 떨어지지 않습니다. 좀 여유롭게 생각하세요.

매일매일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동그라미를 네모라고 하겠습니까, 세모라고 하겠습니까? 그저 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들입니다. 우리의 일상도.

나는 계획적이다. 철저하게 내 계획에 따라 정해진 대로 일을 하고 일상을 살아가고 싶어한다. 완벽하게 내 계획과 생각에 맞춰진 하루는 나를 만족스럽게 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가득한 삶에서 늘 내 플랜대로 되라는 법은 없다. 무언가 하나 어긋나고 그럴때마다 나는 스트레스를 느낀다. 불완전한 인간이 완벽주의를 표방하는 역설에 빠졌다. 매우 소모적이라는 것은 내가 제일 잘 안다. 이런 나의 성격에 처방약을 내어주듯 이 책을 선물받았다. 제목부터 직설적으로 주제를 다 말한다.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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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매번 완벽한 동그라미를 그리려고 하지만 어딘가 찌그러진다. 우린 콤파스가 아닌데 어찌 2*pi*r 의 지름을 가진 완벽한 원을 그릴수 있겠나. 모자라도, 부족해도, 어긋나도 괜찮다고 내 마음에 위로를 건내는 것 같고, 인자한 선생님이 뾰족하게 살았던 하루를 마치 긴 타원으로 채점해주는 듯 하다.


잠시라도 마음을 좀 쉬게 놔두세요. 억지로라도.

최근 여러 업무가 겹치게 되어 신경쓸 것, 책임질 것이 급격하게 많아졌다. 운동을 할때나, 집에서 휴식을 취할때나, 밥을 먹을때나 업무 생각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잠에 들 때도 이 잡념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머리가 시동을 멈추지 않고 계속 팽팽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잠을 잘 잔다는 것은 다음날 내가 수행할 업무의 퀄리티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것도 업무라고 느껴진다. 눈을 뜬 순간부터 다시 감는 과정까지 모든게 업무로 느껴지는 지경이다. 잠이라도 푹 자야하기에 내가 선택한 숙면 방법은 생각끊기 다. 어떤 뇌과학자가 주장하는 내용이라고 하는데, 생각의 고리를 멈추려면 특정 자음의 아무 단어를 생각하고 모습을 연상하는 행동을 연속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각 단어간 흐름이나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안된다. 'ㅅ'의 자음으로 예를 들면 샐러리(신선한 샐러리 연상) - 스위스(스위스 국기 연상) - 시청자(TV를 보는 사람 연상) 이런식이다. 이런 방법을 쓰니 5분만에 잠에 들었다. 뭐든 억지로라도 내 생각과 마음을 쉬어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들었던 밤이다.


걱정이 안개를 닮았다. 코앞에서 눈을 가리지만 한 발자국만 내딛어도 사라진다. 걱정거리가 있으면 없는 셈 치고 발걸음부터 떼세요. 걱정은 내 마음의 배신입니다. 

많은 업무속 가장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막연한 걱정이다. 걱정은 내가 업무를 할 때 생기는게 아니라 진행을 안하고 있을때 지배적으로 생기는 듯 하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만 할때 나는 위 말 처럼 안개에 뒤덮인 듯 답답하고 걱정에 나를 잡아먹힌다. 일단 뭐라도 해야한다. 쭈글쭈글 삐뚤빼뚤하더라도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하니 마음이 나아지는 듯 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헛된게 아니다. 한발자국만 나아가도 걱정이 사라진다. 나는 논문을 쓸 때 템플릿에 제목만 떡하니 적어놓고 "이제 절반했다~" 라는 농담을 친구들에게 종종 하는데 이는 나름 경험적으로 근거있는 말이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면 뭐 어떤가. 내일 다시 그리면 되는 것이다.


고양이는 전전두엽이 덜 발달해서 과거의 추억이나 미래의 희망에 매달리지 않고 지금을 살아간다고 한다. 사람은 뇌가 너무 발달해서 바람도 많고 걱정도 많다.

오늘 업무를 하다가 식사를 마치고 KI 빌딩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 빌딩 앞에는 늘 어떤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길냥이가 있다. 그 길고양이 보고 한수 배웠다. 그 고양이는 늘 남는 시간을 온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해 쓰는 것 같다. 세상을 관찰하고, 드러누워 숙면을 취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오면 자기를 쓰다듬으라고 머리를 내어준다. 성격도 매우 온순하고 여유로워 나와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구나 느꼈다. 그 길냥이 덕에 잠시나마 내 걱정을 덜수 있었고 내가 지향해야하는 삶의 자세가 보였던 것 같다. 지금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 그것이 나의 불완전한 완벽주의를 넘어선 진짜 완벽한 삶의 방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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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늘 찍은 KI 빌딩 앞 길고양이다. 솔방울을 등 위에 올려놔도 얌전히 자리를 지킨다. 너는 마치 콤파스가 작도한 동그라미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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