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를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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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를 읽어요
배명훈
하루 일과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있노라면, 나는 하루의 일과를 돌이켜보며 그날의 의미를 생각해보곤 한다. 오늘 하루는 어떤 의미를 지닌 하루였을까? 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것인가? 나의 하루가 의미 있게 여겨진다면 나는 몸은 피곤할지언정 마음은 평안하게 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하루가 무의미하고 지루하게 보내졌다고 여겨진다면 그날 밤에는 결코 쉽사리 잠이 들지 않으리라. 이는 사람이 의미를 통해 가치를 찾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언제나 의미를 부여한다. 태어나지 않은 아기에게 태명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태어난 아이에게는 백일과 돌잔치에 사랑의 의미를 담아 축하해주며, 생일마다 기념일마다 특별한 의미를 담아 그날을 기억하고, 죽을 때는 그 인생의 의미를 묘비에 기록하고 이후에도 한 사람의 의미를 되새기며 추모한다. 결국 인생은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의미를 따라가는 여정이며, 행복한 인생은 삶의 순간마다 의미를 잘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가치가 의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가치를 만든다.
소설 '조개를 읽어요'에는 의미를 통해 가치가 결정되는 존재인 '조개'가 등장한다. 소설의 세계에는 조개의 무늬를 통해 글자를 읽는 '조개 읽기'라는 기술이 존재한다. 조개 읽기에 의하면, 조개는 껍데기 무늬를 통해 평생 단 하나의 단어를 말한다고 한다. 주인공은 이 '조개 읽기' 기술을 인도인 스승에게서 배우며 조개껍데기를 찾아다니는 인생을 살게 된다. 소설 속 학자들에게 조개껍데기는 학술적인 의미를 지니었다. 누군가는 조개의 말을 읽음을 통해 인간의 창조주, 혹은 외계인의 말을 읽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어떤 이들은 조개 중 희귀한 단어를 말하는 조개를 비싼 값으로 수집하기도 하였다. 대부분 사람은 조개를 읽을 줄 몰랐기 때문에, 그저 조개구이를 먹고 그 껍데기를 길바닥에 버릴 뿐이었다. 그러나 주인공은 자신에게 조개껍데기를 선물해주었던 첫사랑의 기억을 되새기며, 그 껍데기의 단어와 매칭되는 단어를 찾아 조개 껍데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소설 속에서 조개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관점에서 가치가 부여되었다. 어떤 이에게는 비싼 수집품으로, 어떤 이에게는 학술적 자료로, 어떤 이에게는 외계인의 신호로, 어떤 이에게는 식사의 잔해로, 그리고 주인공에게는 첫사랑의 추억으로 가치가 부여되었다. 분명 조개의 존재는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같은 조개가 다른 의미로 해석이 되면서 다른 가치를 가지게 된다. 조개 읽기를 통해 어떤 단어로 해석이 되냐에 따라 비슷한 조개껍데기들도 흔한 조개와 희귀 조개로 갈라진다. 그리고 수집가가 찾는 단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희귀 조개의 가치도 천차만별이었다. 사람마다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달라지기에, 조개의 가치도 달라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과거에는 재화의 단위로 사용되던 조개를 소설적인 아이템으로 활용한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어찌 보면 종이 쪼가리가 비싼 가치를 가지는 돈이야말로 부여된 가치의 정점이라 볼 수 있다. 또한 가치 부여의 척도로써도 돈은 가장 많이 활용된다. 무언가의 가치를 돈으로 표현하는 데에 돈만큼 편한 것이 없다. 두 개의 다른 물건이나 서비스에 가격을 부여하면, 우리는 그 둘을 쉽게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가격을 통해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는 익숙해지면서, 의미를 통해 가치를 부여하는 법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니니까 생각된다. 만약 우리가 남이 부여한 가격만을 좇아 가치를 부여하며 인생을 살아간다면, 내가 직접 찾은 의미와 부여한 가치가 없는 삶을 산다면, 그 인생의 의미와 가치는 누가 부여하겠는가?
결국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순간순간, 만나는 사람들, 손에 쥐어보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직접 가치를 매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금전적인 비용이나 사람들의 유행, 인스타 팔로워같이 다른 사람들이 부여해놓은 의미를 따라 내 인생의 가치를 매긴다면, 나의 인생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의 손에 올려놓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 사람과 물질을 낭비하지 말고, 그 모든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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