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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배달부 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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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재중
댓글 0건 조회 3,483회 작성일 22-11-0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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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이렇게 말하기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나는 나름 오래 전부터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 선생님의 열성 팬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 교양 과제를 위해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접하고 나서,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그 특유의 색감과 감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스토리 전개에 매료되었다.

 

TV, 넷플릭스, 유투브 등의 플랫폼에 각종 자극적인 매체가 쏟아져 나오던, 언제일지 모르던 때부터 나는 이러한 것들이 잘 맞지 않았다. 특히, 내가 선택적으로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제한이 큰 TV는 멀리한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듯 하다. 유투브 등에서도 시골에서의 일상, 세계여행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등을 즐겨보고, 넷플릭스에서는 최근에도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거의 10번 이상 돌려본 듯 하다. 그런 와중에, 담백한 소재를 가지고 자신만의 철학을 녹여내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더 고맙게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마녀 배달부 키키>는, 최근에 보았던 것들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따뜻하면서 평화롭게 감상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가끔 좌절을 겪기도 하지만, 저는 잘 지내요.”

– (작품 중 키키가 마을에 정착한 이후 부보님께 보낸 편지 中)

 

1989년 개봉한 (우리나라에는 2007년 개봉) <마녀 배달부 키키>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흥행 신화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마법과 현대 문명이 공존하는 지브리의 세계관에서, 만 13세가 된 어린 마녀 키키가 부모 곁을 떠나 다른 마을로 정착하여 수행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마녀가 없는 마을을 찾아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다 어느 대도시에 도착하지만, 그곳에 마녀를 반겨주는 이를 찾을 수 없어서 상심한 채로 마을을 해매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빵집 주인 오소노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하숙할 방을 찾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특기인 빗자루 비행을 살려 빵집 내에서 배달 사업을 시작하고, 숲 속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는 화가 우르술라, 파일럿을 꿈꾸는 톰보 등 다양한 사람과 만나면서 어엿한 마녀로 성장하는 이야기.


만화에서는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로 그려지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어린이들보다는 갓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대학생이나 직장인을 위한 이야기로 느껴졌다. ‘마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 치고 키키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말고는 크게 마법적인 재능은 없는 것으로 그려진다. 더군다나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자동차가 돌아다니고 원시적 비행기가 태동하기 시작한 때다. 다시 말해, 키키의 마법은 현대로 치면 성능이 매우 좋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것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키키가 어른이 될 즈음이면,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것 역시 ‘신기하다’라는 것 외에는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지 않을 재능이리라. 그럼에도 키키는 끝내 마을에 정착해서, 자신의 재주를 살릴 수 있는 자신만의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노력했고, 나름대로 찾아내기도 했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들을 제외하면, 누구나 키키처럼 사회에 처음 내던져질 때는 별다르게 가진 것이 없다. 막 사회에 나와 힘든 일과 좌절을 겪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주변을 잘 둘러보면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이야기.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세상이고, 차가움이 유독 더 시리게 느껴지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온기가 남아있는 세상은 아직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힘든 와중에도 생각해주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목소리가 느껴져서, 더 따뜻한 작품이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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