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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마음의 중간에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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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동빈
댓글 0건 조회 2,820회 작성일 22-11-0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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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와 마음의 중간에서, 말 ”

- 이금희著 「우리, 편하게 말해요」를 읽고 -

 


 

 요즘처럼 말하기의 방법에 대해, 말하기가 갖는 힘에 대해 생각하는 날들이 많았던 적이 없다.

 

 지난주, 내가 참여하는 연구를 발표하는 자리와 다른 사람들의 연구를 듣기 위한 자리가 동시에 마련된 기술 교류회에 다녀왔다.

새로운 연구, 새로운 기술 그리고 새로운 발상에 대한 배움과 영감이 핵심이 될 줄 알았던 그 시간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부분이 가장 큰 여운으로 남게 되었다. 말하기였다.

각 그룹의 대표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30분, 그마저도 앞뒤로 준비와 질의응답에 나눠야 했기에 정작 그 혹은 그들의 말을 듣는 시간은 2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적어도 1년, 길게는 3년의 시간과 노력을 전달해야 하는데, 그 마음을 헤아리며 최대한 집중하다가도 가끔은 다른 생각으로 흐트러지는 나의 모습을 보며 문득 온몸이 저릿한 생각이 스쳤다.

 내가 저기 서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나는 여기 앉은 나를 충분히 이해하고 몰입하게 만들 수 있을까.

 

 평소 말하기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몇 번의 인정도 받아왔지만 나는, 그동안 애써 감추려 노력했던 나의 약점을 잘 알고 있고 요즘 들어 더 크게 느끼고 있다.

듣기 편한 말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기 편한 말하기를 한다는 점이다.


 되짚어 보면 내가 하는 대부분의 말은 내가 하기 편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지, 듣는 사람이 편하도록 흘러가기는 쉽지 않았다. 때론 나의 한 마디 마디가 부족함이 없어 보여야 하고, 나의 불완전함을 드러내지 말아야 하며, 때론 거만하게 내 생각의 흐름과 똑같이 따라와야만 상대의 이해가 완성될 것이라 믿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학원에서의 연구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지금의 삶 속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일 속에서 나의 말하기에 대해 깊게 성찰하고 조금씩 변화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내뱉기 편한 말이 아닌 받아들이기 편한 말을 하도록, 필요와 불필요의 구분은 명확하되 어색한 괴리감이 들지 않도록, 짧은 한마디도 그보다 오랜 시간과 마음의 깊이를 담아 충한 무게를 지닐 수 있도록. 그리고 순식간에 날이 서 무언가에 상처를 주고 스스로 부러지는 모습이 아닌, 잔잔한 파도에 닳고 닳아 겉은 부드럽고 속은 온전한 단단함만이 남도록.

 

연못이 있어요. 바람이 세게 불지 않으면 잔잔합니다. 그런데 누가 돌을 던져요. 

그럼 어떻게 됩니까? 흙탕물이 막 일어나잖아요. 연못 바닥의 흙이며 모래알이 수면 가까이 올라와 버리니까요. 

더러워진 연못 물을 다시 맑아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까지? 

돌이 가라앉아서 파장이 멈추고 흙탕물이 잠잠해지며 조금씩 조금씩 다시 맑아 일 때까지요.                                                                                                                                                             - 본 책에서 발췌 -

 

요즘처럼 말하기의 방법에 대해, 말하기가 갖는 힘에 대해 생각하는 날들이 많았던 적이 없다.

 

 어쩌면 나의 머리와 마음의 중간에서, 정확히 그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 양쪽의 연못에 쉼 없이 돌이 던져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저 아래에서 흙탕물이 솟아오르더라도, 나의 말이 던진 돌들을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다. 이 또한 잔잔히 가라앉아 오목이 자리 잡으면, 그 무게만큼 늘어난 연못의 깊이가 나의 말에 담기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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