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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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게 광고의 세계가 아닐까 싶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아야 하고, 동시에 광고주가 원하는 방향에도 맞아야 한다. 그러면서 시대의 흐름과 소통할 줄 알아야 하며, 창의성까지 필요하다. 광고 하나에 경영학, 인문학, 과학 모든 것이 얽혀있다. 어떤 분야보다도 많이 알아야 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버리고, 다시 배워야 하는 게 광고의 세계 인것 같다. 이 어려운 길에서 눈에 띄는 몇몇 사람들이 있는데 책의 저자 ‘박웅현’도 그 중 하나이다. 그는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하여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빈폴),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KT), ‘사람을 향합니다.’(SKT) 등 현재까지도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광고와 카피들을 만들었다. 현재는 TBWA KOREA라는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대표로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 아마 많은 사람이 질리도록 물어봤을 거다. “광고는 어떻게 하면 잘 만들어요?”, “광고를 만들 때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 거죠?” 그는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을 통해서 말한 것 아닐까 싶다. <책은 도끼다>는 ‘박웅현’이 진행한 인문학 강독회의 내용을 엮어 만든 책이다. 광고 일을 하는 사람이 광고학이 아닌, 인문학에 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이 조금 매치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가 가진 능력은 바로 인문학으로부터 나왔다는 걸 금새 알 수 있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책의 제목은 프란츠 카프카가 쓴 <변신>이라는 소설 중 ‘저자의 말’에서 따온 말이다. 카프카는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트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 결국 책은 그게 깨달음이던, 지식이던, 감정이던, 무엇인가를 깨우고, 생각의 틀을 깨트리는 ‘도끼’라는 뜻이다. 그만큼 저자는 책을 사랑하고, 책을 통해 기본적으로 광고를 만들 때 가지고 있어야 할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보이는 저자의 첫 번째 메시지는 ‘관점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가 강독회를 통해 소개한 책 대부분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상투적인 표현이 아닌 작가의 특징이 살아있고,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시각에서 이야기를 전한다. 판화가 ‘이철수’는 자연의 현상을 사람의 삶처럼 표현하고, 짧은 시 안에서 동양의 삶과 서양의 삶의 태도를 비교하는 <가을 사과> (사과가 떨어졌다 /만류 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와 같은 시를 통해서 하나를 보고도 다르게 생각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오덕의 ‘나도 쓸모 있을걸’은 아이들의 입장에서 쓸 수 있는 굉장히 창의적인 발상들이 돋보이는 시집이다. 파리를 잡으려 하는 순간, 마치 파리의 모습이 잘못했다고 비는 모습처럼 보인다던가, 사람의 제일 밑에 쓰이는 ‘신발’을 ‘장사(壯士)’라고 생각하는 그러한 관점이 저자는 창의력이라고 말한다. 알랭드 보통의 작품들도 어쩌면 관점을 달리해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은 흔한 소설에서 많이 쓰이는 감정이입의 표현이 없다. 대신 인물의 감정 상태를 아주 깊게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하게 보이는 습관이 된 것들에 대해 무서워해야 한다. 마치 ‘그리스인, 조르바’ 작품에 나오는 조르바처럼 예사로 보아 넘기는 사실들을 무서운 수수께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것일까? 그게 저자의 두 번째 메시지라고 본다. 바로, ‘일상 속, 삶의 여유’다. ‘창의성’ 즉, ‘관점의 전환’은 사물과 자연을 지긋이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느리고,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김훈의 작품을 ‘사실대로 글쓰기’라고 말했다. 처음에 내가 생각하기에, 창의력은 오히려 ‘다르게 글쓰기’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김훈의 글쓰기는 그 사실을 아주 그대로 말함으로써 문학적인 화려한 수식 없이도 본 모습 그대로 느껴지게 만든다. 김훈이 쓴 ‘화장’이라는 작품에서 주인공의 아내는 암에 걸렸다. 김훈은 그 아내의 모습을 ‘고통스럽다.’라고 단순히 표현하지 않는다, 그녀의 몸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잔인할 정도의 세심한 묘사로 충분히 독자들이 고통스럽다는 감정을 알 수 있도록 한다. 김훈이 이런 글쓰기를 할 수 있었던 까닭은 탐사 정신에서 나온다고 한다. 한 작품의 묘사를 위해 직접 관련된 장소나, 인물을 찾아가 깊게 보고, 관찰한다. 마치 길을 돌아가는 것처럼 살피고, 보면 그 본질을 꿰뚫는 ‘눈’이 생긴다.
저자는 창의성이란 건, 사실 도식화해서 보여줄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바탕이 되는 건 일상이고, 일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대처능력이 향상된다고 말한다. 우리를 사로잡은 광고의 대부분, ‘공감’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공감은 대부분 너와 내가 같이 느끼는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나온다. 그냥 지나가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상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창의성이 생기는 건 아닐까? 그건 나의 안으로부터 이해하고, 나의 이야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 5장에서 말하는 ‘지중해 문학’을 다루는 것도 어쩌면 이 일상과 관련 있다고 생각했다. 지중해는 날씨가 굉장히 좋다. ‘김화영’ 교수는 지중해의 ‘알제’를 보고 그곳은 ‘해가 비칠 때면 사랑에 떨고 밤이면 사랑에 혼절한다.’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아름답고 여유로운 곳이다. 이런 지중해의 일상의 특징이 문학에 드러난다. 이 아름다운 지중해에서 ‘순간을 즐기고 온전히 살라’라는 모습이 담긴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 풍경, 그들의 삶은 결국 예술로 나오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저자의 세 번째 메시지는 ‘감수성과 감성은 창의성에서 나온다.’라고 볼 수 있다. 삶의 풍요는 감성의 폭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감성의 폭은 감수성과 감성에서 나온다. 책이 바로, 감수성과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문화미와 예술미를 알게 해준다. 사실 갑자기 감수성과 감성을 키우라는 건 조금 어려운 문제다. 한국 사회에서 그러기가 쉬운가?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특히 남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숨기는 걸 주로 배웠지 느끼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배운 적 없다. 그러나 좋은 책은 숨겨진 우리의 감정을 드러내고 움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연애 소설을 보면, 달콤한 묘사에 두근거리고 나도 모르게 웃음 짓지 않나. 추리 소설을 보면 복잡함과 궁금증에 머리가 아파지고 눈에 보이진 않지만,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게 바로 책이다.
마지막 메시지는 ‘인간 내면을 파고들어라’다. ‘박웅현’은 ‘안나 카레니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같은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작품을 소개해준다. 소설에 등장하는 개개인의 모습을 분석하며 인간의 보편적인 행동을 들춰내 소설만 읽고는 알 수 없었던 점들을 알려준다.
광고는 소비자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설득하는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선 ‘인간’ 그 자체에 관한 연구와 통찰이 필요하다. 아마 저자는 방금 말한 두 작품 속 인물들의 감정을 분석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말한 것처럼, 광고를 만들기 위해선 인간을 이해하고 보편적인 감정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는 토마스의 연민에 담겨있는 사랑, 환희, 고통, 행복, 고민을 알 수 있었고, <안나 카레니나>에선 안나의 모습을 통해 인간 본성과 ‘사랑’에 대한 현실적이고 본질적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감정이 21세기 디지털 세계에 도래했다고 과연 달라졌을까? 아니다. 중세의 감수성과 현재의 감수성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민도 현대에 들어서 많아진 것 같지만 아마 다른 형태로 그때 당시 사람들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고전 소설을 통해 우리는 그때 그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때 당시에도 통한 본질적인 감정이 무엇인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말하고자 한 메시지를 간단히 네 가지로 추려서 이야기해 보았지만, 단 하나로 귀결됨을 느꼈다. 사물의 본질, 즉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창의력이다. 관점의 전환이 가능한 이유는 그 사물의 가장 큰 특징을 잘 파악한다는 것이고, 일상 속 감수성과 감성이 풍부해진다는 건, 타인,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게 되고, 결국 큰 핵심을 알 수 있게 된다. 위 문단에서도 말했지만, 인간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 감정은 인간 존재에 관한 하나의 본질이 될 수가 있다. 결국, 우리는 무엇인가를 볼 때 핵심을 알아야 한다. 저자 ‘박웅현’은 여러 책 속에 담겨있는 핵심적인 가치들을 소개함으로써 우리에게 어떻게 사물의 중심을 찾는 방법을 책을 통해 깨우치길 바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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