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듯 너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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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는 줄곧 귀를 기울여 이야기를 듣고 그러기 위해 노력을 한다. 아무런 별일이 없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면의 모습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사람은 포근하고 사람다운 온기를 띄기 때문에 상대방이 말을 꺼냄에 있어 거리낌 없게 해주며 웃음을 띄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청하는 모습은 사랑받기 위해 호의 베푸는 것과 같이 마음을 쓰는 것 뿐 아니라 가벼운 배려와 선행으로 또 다른 따스함이 나에게 돌아오게 되고 좋은 사람이 내 주변에 머물게 해준다.
이와 같은 생각을 오랜 시간 지니고 있다 보니 나 역시 자연스럽게 따스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아 줄 수 있는 사람을 바라게 되었다. 얼핏 지나갈 수 있었던 말을 기억하고 내 마음 한 켠의 힘듦을 이해한다며 상냥한 빛과 포근한 목소리로 잘 해왔다고 말해준다면 나는 아마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릴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기대는 나에게서 동화와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종종 상상으로만 스스로 위로를 하곤 한다. 하지만 유퀴즈에 나오는 나태주 시인의 인터뷰를 보고 의도치 않게 집어든 ‘꽃을 보듯 너를 본다’라는 시집은 어떠한 사람보다 조용히 내 말을 귀담아 들어주며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시’. ‘시’라고 하면 나는 초등학교 시절 방학 숙제로 밀린 일기를 쓰다 더 이상 기억을 더듬어도 끄집어 낼 내용이 없을 때 하루를 요령으로 채우기 위해 썼던 기억으로 남아있으며, 고등학교 3년이란 시간 동안 ‘시’는 ‘소설’과 달리 음율을 담고 있는 것이며 모의고사 언어 시간에 항상 나를 골치 아프게 한 것으로 기억이 남아있다. 그런데 왜일까, 여백 속에 오밀조밀 나열되어 있는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이 나를 뭉근하게 해줄 줄은 몰랐다. 첫 획의 모자람을 다음 획에서 채우고, 다음 획의 모자람을 또 다음 획에서 채우는 우리나라의 서학처럼, 시는 한 글자, 한 글자가 신중히 선택되고 배열이 되면서 부족함을 차츰차츰 채워 나간다. 그래서일까 빽빽하게 가득차 지면 위에 새겨져 우리의 눈을 가득 채우는 텍스트와 달리 ‘시’는 같은 감정선에서 나의 진심에 공감과 위로를 해준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헐뜯고 서로 끌어내리기 바쁜 이 세상에서 우직하게 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드러럽게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외유내강의 태도를 가지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럴 때 삭막한 세상에서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고 넓은 포용력으로 타인을 품을 수 있다. 이러한 내실은 우연히 펼쳐진 한 페이지의 ‘시’로 부터 동화되면서 만들어질 수 있다.
처서가 지나 더위가 한풀 꺾인 지금 당신은 다른 사람을 감싸 안아줄 수 있는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인가. 아니면 끝 없는 불평불만으로 상대방에게 우울함을 전염시키는 사람인가. 혹은 누군가의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인가. 그대, 만일 다정함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우울함에 빠져있다면 내 손에 있던 이 시집을 당신의 손아귀에 쥐어주고 싶다. 그리고 위로가 필요해 보이는 사람을 만나거든 그 시집을 선뜻 전달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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