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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 박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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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윤희
댓글 0건 조회 3,106회 작성일 22-09-0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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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아저씨


내 주변 사람들은 인생 드라마로 ‘나의 아저씨’를 선정한다. 그들은 인생에 한 번쯤은 꼭 봐야할 드라마라고 말한다. 흔히들 이 드라마를 힐링 드라마라고 말한다.

 

이 드라마는 세상과 삶에 상처받고 거칠게 살아가는 주인공 ‘이지안’과 삶의 무게를 온 몸으로 버티는 ‘박동훈’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이지안은 어린 나이에 할머니와 홀로 남겨지고, 부모가 남긴 사채 빚을 떠안고 닥치는대로 일을 하면서 돈을 갚아가면서 살아간다. 자신과 할머니를 괴롭히던 사채업자를 우발적으로 죽이게 되고 누가 알까봐서 스스로를 숨기며 살아간다.

박동훈은 억지로 삶을 살아가는 듯하다. 자신의 대학후배이자 직장 상사와 아내가 바람을 피게 되고 인생의 내리막길을 걸어간다.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도대체 어떤 낙으로 살았을지 감도 잘 안 잡힌다. 그저 주변 사람들에게 온정을 주면서 꾹꾹 참아가면서 살아간다.

지금은 스님이 되어버리는 옛 애인을 사랑하는 정희. 다니던 회사에서도 잘리고 사업도 말아먹고 신용 불량자가 되어 이혼 도장 찍으라는 아내를 둔 첫째 아들 박상훈. 과거에는 영화계의 샛별로 통했으나 첫 독립영화를 끝으로 오래도록 꾼 꿈을 포기하고 첫째형과 청소일을 같이 하게 되는 막내 박기훈. 남편의 인생의 1순위가 되지 못하고, 결국 바람을 피워 남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강윤희. 연기 트라우마가 생겨 꾸깃꾸깃 구김살이 잡힌 최유라.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지안을 애정과 증오로 괴롭히는 이광일. 등장인물 모두 저마다 다른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드라마의 끝에서는 서로를 보듬어 가면서 행복이라는 글자에 가까워지게 된다. 그들은 그렇게 힘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들은 함께면서도 홀로 있어도 괜찮아지는 법을 알게 된다. 드라마 바깥의 우리 주변사람들도 각자 말은 하지 않아도 상처들은 하나씩 가지고 있다. 말은 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둔탁하면서도 은은한 따뜻함을 선사하며 ‘나의 아저씨’가 되어 서로를 위로해주게 된다. 위로보다는 치유가 더 맞는 표현일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 삶은 사람에게 무너져도 사람으로 버티면서 우직하게 살아갈 수 있는 듯하다.

 

-       인생의 히어로

박동훈은 적어도 이지안의 인생에 있어서는 히어로다. 사실 영화에서 나오는 히어로는 대단하다. 하늘을 날면서 위험에서 구해주고 악당들을 때려 잡거나 뛰어난 능력이 있어서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실제로 감동을 주는 사람들은 그렇게 탁월한 인물들이 아니다. 요란하지는 않지만 조건없이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사람, 외력에 무너지지 않고 타성에 젖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의 인생의 버팀목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런 그의 들키고 싶지 않은 인생의 오점을 알면서도, 그의 인생의 내리막길을 보면서도 그에게 파이팅하라고 외칠 수 있는 이지안도 박동훈의 인생에 히어로라고 볼 수 있다. 무너져가는 삶 와중에도 뒤에서 응원해줄 수 있는 자신의 편이 있는 것만으로도 삶의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내 인생에서도 히어로는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들이 가장 힘든 시기에 나를 버티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꼭 한 명쯤은 존재했다. 내가 여기까지 있을 수 있는 것도 그들 덕분이었다. 내게 무언가 해주길 바라지 않고 정성껏 나를 지지해주었고 도와준 그들 덕분에 그동안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낸 것 같다. 나도 언젠간 누군가의 히어로였길 그리고 히어로가 되길 바란다.

 

-       결말

마지막 지안과 동훈의 대화는 매우 인상적이다.

“”제가 밥 살게요. 아저씨 맛있는 거 한 번 사주고 싶어요”

“전화할게요”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네, 네.”

결국 이지안은 그녀의 이름처럼 편안함에 이르렀다. 상처로 둘러싸여 주변 사람에게 으르렁대던 이지안도 주변 사람들의 따뜻함에 치유를 받고 여느 20대 초반 청년처럼 사회에 녹아들고 자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사 중간에 이지안은 수없이 태어났을 테니 모든 생을 합치면 삼만 살쯤 될 것이라고, 왜 자꾸 다시 태어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에 박동훈은 이렇게 말한다.

“여기가 집이 아닌데 집이라고 착각하는거야. 그래서 자꾸 여기로 오는거야. 어떻게 하면 진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태어나지 않고”

이에 정희가 말하길.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줄 때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이지안은 인생의 구원자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줄 수 있었고, 그를 다시 재회했을 때 다시 태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에게 ‘집’은 동훈 그 자체라기 보다는 우연히 만나더라도 반갑게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과, 그렇게 성숙하고 안정적인 위치가 진짜 ‘집’이 되었고, 결국 그와 대등하게 마주할 수 있던 것이다.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담고 있는 박동훈은 그녀가 새로 태어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인연이자 사랑이었던 것이다. 너무 빨리도 어른의 가면을 쓰고 있었던 그녀가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구원해준 그를 보며, 그녀가 잘 버텨내고 드디어 지옥같은 삶에서 벗어나 진짜 행복해진 모습을 보여줄 때는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둘을 보면서 만남과 재회 그리고 헤어짐에 그리고 우정과 사랑, 존경 이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다고 느꼈다. 그냥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인연일 뿐이다. 그런 모든 것들에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며 우리는 아름다운 내 모습을 찾아간다. 그리고 비로소 편안한 우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       글을 마치며

이 드라마의 관통하는 이야기를 한 대사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 아무것도 아니야. 인생 망가졌다고 사라들이 수군거리는 거 다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꼭 슬픔이 있다고, 아픔이 있다고 불행한 것은 아니다. 망한다고 해서 행복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우리 모두 다 괜찮고, 앞으로도 다 괜찮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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