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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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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의중
댓글 0건 조회 2,903회 작성일 22-10-0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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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이 이야기는 서울에서 부산가는 열차에 올라타고 평택을 지날 때가 되어서야 자신의 지갑이 없어진 걸 안 ‘염 여사’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화를 건 사람은 말투는 어눌해 보이는 걸로 봐서는 노숙자였다. 염 여사는 바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고 그에게 지갑을 건네 받았고,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청파동의 편의점에 데려가 맛있는 한끼 식사를 대접한다.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는 여러 사람들이 일하며, 여러 사람들이 드나든다. 골목진 곳이라 장사가 잘 안되는 것만 제외한다면, 그녀는 이 편의점을 끔찍이 아낀다. 장사는 잘 되진 않지만 정겨운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녀는 알바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이 편의점을 쭉 지켜나갈 생각이다. 알바생 ‘시현’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데, 딸을 둔 마음으로 친하게 지낸다. 그 외에도 백수인 아들을 두어 마음이 아주 갑갑한 ‘오 여사’ 역시 그녀의 20년지기 친구이자 같은 교회 성도, 그리고 자기 직원이기도 하다. 고된 야간 알바를 묵묵히 맡아줬던 동네의 아저씨 ‘성필’씨도 있었는데, 이번에 중소기업 운전수로 취업을 하게 되면서 염 여사는 자신의 지갑을 찾아준 은인인 ‘독고’씨에게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독고씨는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와 조금은 답답해 보일 수는 있어도 마음만큼은 허투루 행동하는 것은 하나도 없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가 야간 알바로 오고나서 청파동의 이웃들은 조금씩 바뀌어 간다. 독고씨에게 처음으로 편의점 업무를 가르치던 시현이가 새로운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점장으로 스카우트 될 수 있었던 것은 독고씨가 교육에 소질이 있다면서 유튜브에 이런 교육 영상을 올려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순식간에 유튜브 채널은 성장했고, 좋은 기회를 얻어 점장까지 제안 받는 그녀를 염 여사는 아쉽지만 쿨하게 보내준다. 그를 경멸하는 눈빛이었던 오 여사 역시 점차 그의 담백하고 따뜻한 모습에 마음을 열게 되었고, 집에서 속을 썩이는 아들 이야기까지 털어놓게 된다.

 

그런데 아들이랑 이야기는…… 해봤어요?

내 말 따위는 듣지도 않아요. 진절머리 내고 피하죠. 수없이 붙잡고 얘기했다고요. 그런데 아들은 날 무시하고 이젠 피해요. 그 녀석에게 난 식모 아니면 하숙집 주인이나 다름 없다고요!

아들 말을 먼저…… 들어보세요. 지금 보니까 아들이 마,말을 안 듣는다고만 하는데…… 선숙 씨도 아들 말을…… 안 듣는 거 같아요.

뭐라고요?

지금 내 말은 잘 들으시는데…… 아들 말도 들어봐요. 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는지…… 왜 주식을 했는지…… 왜 영화를 했는지…… 그런 거 말이에요.

 

독고씨는 오 여사 말을 가만히 듣고는 삼각김밥을 하나 건넨다. 아들 집에서 게임하고 있을 때 주라며. 오 여사는 생각한다. 아들은 예전부터 삼각김밥을 좋아했다. 편의점 일을 시작하자 폐기된 삼각김밥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오 여사는 삼각 김밥을 챙기지 않았다. 아들이 방에 박혀 게임하며 그걸 먹는 꼴이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오 여사는 자신이 한번도 아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모범생으로 잘 지내던 아들이 어떤 고민과 역경으로 궤도에서 이탈했는지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오늘에서야 삼각김밥으로 방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 용기를 내어 다가가보기로 한다.

 

등장하는 사람들은 각자 하나씩 마음 한 켠에 먹먹함을 가지고 있다.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한창인 40대 회사원 손님 ‘경만’씨가 그랬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등단 되지 못하면 새로운 길을 알아보려고 마음먹은 청파동의 새로운 작가 손님 ‘인경’씨가 그랬다. 독고씨가 특유의 따뜻함으로 각자의 아픈 구석을 보듬어주는 모습은 사람 사이의 유대가 주는 힘이 어떤 것인지 더 선명히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결국 노숙자가 되었던 독고씨의 정체에 대해 스스로 깨닫고 독고씨를 떠난 가족을 용기 내어 찾으러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독고씨는 사실 잘나가는 성형외과 의사였다. 하지만 그는 원장의 위험한 사업방식을 혼자 감내하다 의료사고를 저질렀고, 원장은 이를 덮으려 했다. 그는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 혼란에 빠졌다. 가족은 말없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 역시 자신의 상황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가족이 미웠다. 그는 죄책감에 술에 찌들었으며, 가족은 그를 떠나갔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노숙자는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 독고씨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면서도 왜 자기 가족의 말을 들어주지 못했을까, 왜 내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뒤늦은 깨달음은 후회를 남기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사람이 바뀌는 것에는 항상 계기가 있다. 그리고 그 계기는 언제 어떤 식으로 찾아올 지 아무도 모른다.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것은 나를 위해 준비된 큰 사건 일수도 있으나, 무심코 보는 다른 사람의 모습, 무심코 들은 다른 사람의 말이 될 수도 있다. 삶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한, 또는 나를 일으켜 주기 위한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편의점을 둘러싼 사람들처럼 좋은 인간관계 속에서 치유 받기도 하고, 원장과의 나쁜 인간관계 속에서 힘들기도 했던 독고씨처럼 말이다. 그러니 나도 스스로 일러둘 필요가 있다. 나쁜 관계가 나를 힘들게 할지언정 무너뜨릴 순 없음을, 좋은 관계가 나를 기쁘게 하는것을 넘어 성장시킬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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