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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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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동빈
댓글 0건 조회 2,769회 작성일 22-10-0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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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

- 백세희著 「납작하고 투명한 사람들」을 읽고 -

 

  

 

‘내부 오리엔탈리즘’ 이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아래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 의 줄거리는 대중문화 콘텐츠의 내부 오리엔탈리즘을 보여준다.

 

서울에서 임용고시에 실패하고 연애도 지지부진한 혜원(김태리)은 답답한 마음에 일단 며칠만 머물 생각으로 고향으로 돌아온다.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관두고 혜원보다 먼저 돌아와 부모님의 과수원 농장을 꾸리는 재하(류준열)와 고향 읍내의 작은 금융기관에 취업해 일아혹 있는 친구 은숙(진기주)과 재회한다. 며칠만 쉬다가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생각보다 행복하다.                                                          - 본 책에서 발췌 -

 

주인공은 이렇게 서울에서 힘겹고 지친 삶을 살아가다, 고향으로 상징되는 지방 혹은 지방으로 상징되는 고향에 내려와 소박한 삶의 여유와 평온을 찾아간다. 누가 봐도 ‘힐링’되는 내용의 영화이지만, 단순히 그렇게 느끼는 것부터 이미 우리에겐 내부 오리엔탈리즘이 뿌리 깊이 박혀있다.

 

미디어 학자들은 내부 오리엔탈리즘을 대중문화 콘텐츠가 지방을 치유와 회복의 안식처로 전형화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저자가 설명하기를, 과거 제국주의 서구 열강이 동양의 모습을 야만, 비이성, 미발전 그리고 신비로움, 자연, 순수함, 숭고함과 연결 지어 왜곡하였듯이 서양-동양의 대립적인 시각이 우리 사회 내에서 서울-지방의 대립으로 반영되는 것이다. 앞선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예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미디어에서 서울은 성공과 발전, 풍요로움과 명예의 중심으로 표현되는 반면 지방은 좌천과 실패, 무언가 일이 잘 안됐을 때 가는 곳으로 표현되고 그나마 좋게 봐줘야 휴식과 재정비, 평온한 마무리의 공간으로 남을 수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내부 오리엔탈리즘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당연하다. 대한민국의 수도로써 중앙 정부 및 부처, 공공기관, 편의시설, 의료시설, 명문대학, 문화시설, 거주시설 그리고 교통까지. 말 그대로 서울에는 없는 것이 없으며 이들이 서울에 없다는 것 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 한 가지 간단한 예시를 들면, 언제부턴가 도시 문화의 상징이 된 ‘스타벅스’ 매장 수를 생각해볼 수 있다. 2022년 3월 기준으로 국내 스타벅스 매장 수는 1,667개인데, 이중 서울과 경기에만 각각 574개와 386개로 전국 매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더 웃긴 사실은 강남구에만 90여 개의 매장이 있는 반면 서울,경기 다음으로 매장이 많은 부산(128개) 다음으로 많은 대구가 71개의 매장으로 강남구의 매장 개수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다.                                           - 데이터 출처 : 스타벅스 코리아 -

 

나 또한 어렸을 때부터 서울은 명절과 같이 가족 행사가 있을 때만 가는, 반짝이는 고층 빌딩이 가득하고 어딜 가나 사람이 가득하며 거미줄같이 촘촘한 지하철로 어디에도 갈 수 있으며 그 역을 한 손으로 다 셀 때마다 거대한 백화점이나 유원지가 있는 곳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 전부가 ‘인서울’ 대학을 목표했고 그렇게 나는 20대의 절반 이상을 서울에서 혼자 살아보며 서울이 모든 것의 중심이자 모든 것이 모여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에는 전혀 이견이 없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것들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에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입장은 여전하면서도, 이러한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 소외에 대한 여러 사회적 문제의 해결은 장기적으로라도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농촌의 고령화와 작은 지방자치의 소멸은 이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언급되는 문제였는데, 이제는 이 현상이 점차 ‘시’로 불리는 중소도시까지도 잠식해가는 모양새이다. 중앙 정부 기관을 점차 다른 도시로 옮겨가거나, 지방에 거점을 두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등 정책 차원의 다양한 지역 분배의 시도가 계속되고는 있지만 이미 서울로써 자리 잡은 것들이 너무나도 커서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는 답답한 현실이다. 더군다나 나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은 오히려 전보다 빠르게 확산하는 문화의 흐름을 타고 지역 분배의 필요성보다 서울 집중의 이점을 더 관심 있게 보고 있기에, 결국 이대로 소멸할 지방 구조를 유지하고 위해서는 정책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세대 전부가 같은 뜻을 공감해야만 한다.

 

낭만, 소외, 외로움, 긴장, 갈등, 성취 등 실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공간적 배경이 대부분 수도권이라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 내가 걷던 거리, 내가 보던 풍경, 내가 머문 건물이 나오는 화면을 보며 주인공과 공감하는 나의 감상조차도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주류인 서울 사람들은 잘 모른다.                                          - 본 책에서 발췌 -

 

작가의 마지막 말이, 당신의 내부 오리엔탈리즘에 잠깐의 성찰을 주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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