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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 브람스 그리고 쇼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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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동빈
댓글 0건 조회 3,187회 작성일 22-08-04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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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트, 브람스 그리고 쇼팽 ”

- 김희경著 「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을 읽고 -


 


 지난 6월 18일(미국 현지 시각),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텍사스주에서 개최한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만 18세의 나이로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을 기록했다. 그는 결선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는데, 우승을 결정지어 준 결선곡 보다도 더 화제가 되었던 곡이 바로 준결선에서 연주했던 리스트의 ‘12개의 초절기교 연습곡’ 이었다. 19세기 피아노계의 파가니니로 불릴 만큼 현란한 기교와 연주 실력으로 유명한 프란츠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작곡 이후 현재까지도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자주 연주하는 곡이다. 곡명과 같이 ‘초절(超絕)’한 기교와 청중을 끌어당기는 실력을 선보인 임윤찬의 연주는 코로나로 인해 잠시 주춤했던 한국의 클래식 인기를 다시 불태울 만큼 높은 조회수와 음반 판매를 기록하게 했다.


 우리나라의 어린 피아니스트가 국제 콩쿠르에서, 그것도 높은 난이도로 유명한 리스트의 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임윤찬이라는 예술가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어릴 적 꽤 오랫동안 피아노를 연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특히 리스트의 곡 중 우리에게 조금 더 익숙한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 *(사실은 파가니니에 의한 초절 기교 연습곡을 리스트가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한 것이다)*를 처음 배울 때, 초반부터 멜로디 라인의 한 음마다 등장하는 높은 D#에 새끼손가락을 미친 듯이 움직여야 했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더욱 더 악랄하게 느껴졌던 그 ‘기교’는 서너 옥타브를 넘나드는 D#이 아닌, 라 캄파넬라의 피아노(p-약하게) 도입부에 있는 두 줄짜리 리스트의 지시였다.

 

Scherzando. Ma sempre ben.

희롱하듯이. 그러나 항상 충분히.

 

 일단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천천히 해, 빨리 가게.’ 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손은 희롱하듯 빠르게 움직이면서 손가락 끝에 닿는 음들은 놓치지 않도록 충분히 소리를 내주라는 뜻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쁘게 반복되는 음들 사이에서도 그 흐름과 소리를 잃지 말라는 그의 의도가 보이지만, 여전히 기괴한 이 지시가 파가니니의 악마의 기교를 물려받은 리스트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낸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라 캄파넬라는 맨 마지막 화음을 포르티시모(ʄʄʄ)로 마치면서 연주하는 동안 쌓인 화를 풀게 해 준다.

< ‘라 캄파넬라’ - Evgeny Kissin 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B9q7zDwUEz0

 

  사실 나는 리스트보다 더 이전에, 요하네스 브람스와 프랑수아 쇼팽을 좋아했고 지금도 여전히 좋아한다.

프랑스 출신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통해 잘 알려진 브람스는 소설 속 내용만큼 사랑에 대해 낭만적인 삶과 곡을 함께 연주한 피아니스트였다. 바흐, 베토벤과 함께 독일의 ‘3B’ 음악가로 꼽히는 브람스는 클라라 슈만과의 닿지 못할 사랑으로 , 그가 작곡한 ‘4개의 가곡집’ 가운데 ‘5월의 밤’이란 노래에서 그 마음을 알 수 있다.


은빛 달빛이 숲 사이로 빛날 때, 잠결의 달빛이 초원 위에 흩날릴 때, 밤꾀꼬리가 노래할 때, 나는 슬픔에 잠겨 천천히 걷네. 

나뭇잎 쌓인 곳, 한 쌍의 비둘기의 행복을 노래하네.

난 고개 돌리며 어두운 그늘을 찾네.


 

 2015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대 콩쿠르인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쇼팽이라는 이름은,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뜻을 가진 고유명사 같은 존재이다. 녹턴 야상곡과 왈츠 그리고 즉흥 환상곡 등 잘 알려진 그의 연주곡뿐만 아니라 많은 피아노 협주곡과 소나타, 연습곡들은 고요한 밤 잔잔한 호수의 달빛의 소리를 그대로 옮긴 듯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쇼팽은 이런 서정적인 감상에만 국한되지 않고 고난이도의 기교와 화려하고 대범한 구성을 가진 곡들도 다수 작곡했다. 이러한 쇼팽의 면모 때문에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쇼팽이고, 그의 낭만파 음악을 대표하는 곡들 덕분에 뉴에이지 음악의 대표주자인 스티브 바라캇과 같은 피아니스트를 좋아하게 되었다.

 

 끝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쇼팽 에뛰드 Op.25 의 11번인 ‘겨울 바람’을 소개하고 싶다. 간단히 개인적인 감상평을 덧붙이자면 이 피아노곡은 오묘하게 빠져드는 왼손의 멜로디와 건반의 끝에서 끝을 오가는 오른손의 아르페지오(arpeggio)가 가장 반발력 있게 어울리는데, 마치 ‘쇼팽이 브람스의 슬픔으로 연주하는 리스트의 곡’인 듯 꽤 흥미로우니 꼭 한번 들어보길 추천한다.

 

< 쇼팽 에뛰드 Op.25-11 ‘겨울바람’ - Evgeny Kissin 연주 >

https://www.youtube.com/watch?v=vgxNfq2vaV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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