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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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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추준홍
댓글 0건 조회 2,884회 작성일 22-09-0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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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어느 날 아침, 주인공 그레고르는 거대한 벌레로 변한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던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음에도 가족의 빚을 갚기 위해 직장에 가려는 의지를 보이며 자신의 방의 문을 열게 된다. 하지만 문이 열리는 순간, 그가 목격한 것은 공포와 혐오감으로 자신을 맞이하는 가족과 직장 상사였다. 그레고르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철저하게 고립된 채 동물처럼 사육된다. 이후 다시 한 번 방 밖으로 나오지만 아버지가 던진 ‘사과’가 등에 박힌 채 다시 자신의 방에 갇혀 숨죽여 지낸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그의 존재는 가족에게 서서히 잊혀진다. 등에 박힌 사과로 인해 목숨이 위태로울 즈음, 여동생의 바이올린 연주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방 밖으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오빠라고 인정해주며 식사를 챙겨줬던 여동생마저 그는 괴물이라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분노하는 것을 보며 본인의 방으로 돌아간다. 이후 그레고르는 담담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방 안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가족들은 자유를 찾은 듯 여행을 떠나며 소설이 마무리된다.




 산업혁명 이후, 물질 및 자본의 가치가 올라가고 인간의 가치는 하락하기 시작한다. 돈 버는 기계가 되어버린 인간을 상징하듯 카프카는 한 가정의 가장, 그레고르를 흉물스러운 갑충으로 변신시킨다. 그레고르에게 변신은 현대 문명이 낳은 인간성의 상실, 자본주의에 의해 도구로 전락한 인간의 소외를 상징한다. 인간이 인간을 벌레 취급하고, 사회가 인간을 벌레로 만드는 세태에서 그레고르는 인간적인 삶을 살지 못하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변신’ 이후 그레고르는 비로소 인간적이게 된다. 그는 각박한 노동의 일과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사유를 시작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자신이 일궈냈던 성과에 심취하기도 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고민하는 등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변신’ 이후에 겪게 된다. 


 벌레로 변했음에도 담담하게 그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가족들을 생각하는 그레고르와 달리, 가족들은 흉측한 그의 모습에 냉대와 혐오를 보인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아버지가 던진 ‘사과’이다. 등에 박힌 사과에 의해 그레고르는 고통 속에 지내야 했으며, 죽음에 이를 때까지도 떼어내지 못한다. 표면적으로는 방 안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지만, 무관심과 냉대, 그리고 혐오들로 무장한 사회가 휘두른 칼에 찔려 그는 사망한 것이다. 혼자서는 떼어낼 수 없고, 심지어 그 누구도 떼어내려 하지 않았던 사과를 통해, 물질만능 주의가 팽배한 사회가 가진 어두운 일면을 그리며 그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레고르의 죽음은 고요하게 묘사된다. 그의 죽음을 발견한 가정부는 사체를 처리하고, 가족들은 묘한 해방감을 느끼며 간만의 여행을 떠난다. 마치 예상했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레고르에게 있어 죽음은 하나의 해방이고 도피처이다. 무거웠던 가장의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남과 동시에 창 밖을 향해 갈구하던 자유와 해방을 의미한다. 




오늘날에도 이 사회에는 수많은 ‘그레고르’가 존재한다. 가난과 결핍은 무시와 냉대로 이어지고, 혐오와 무시가 상처를 내며, 서로 ‘사과‘를 던지지만 누구도 타인의 등에 박힌 사과를 빼려고 하지 않는다. 혐오의 시대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가 그레고르인지, 또한 타인을 그레고르로 만들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한다. 관심과 친절, 용서와 화해를 통해 ‘사과’를 떼어내어 인간에서 벌레로의 변신이 아닌 ‘벌레’에서 ‘인간’으로의 변신을 이루는 것. 그것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평생의 숙제이지 않을까.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주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 허준이 교수, 서울대 졸업식 축사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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