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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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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동빈
댓글 0건 조회 2,835회 작성일 22-09-0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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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눌렀다. ”

- 정재이著 「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눌렀다」을 읽고 -



 지겹도록 이어졌던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가 잃었던 가장 큰 행복 중 하나는 바로 자유로운 이동, ‘여행’이었다. 지난 2년간 몇몇 항공사가 부도날 정도로 국가 간의 이동이 통제되었고, 자국민끼리는 물론 자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자국에 잠시 온 외국인, 외국에 잠시 다녀온 자국민 모두 한 쪽이 다른 쪽을 감염의 위협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여행이라는 단어는 한순간에 낭만과 설렘의 대명사에서 기피와 불가의 행위로 고된 시간을 보내왔다. 다행히도 올해 봄 이후 서서히 국가 간의 일반적인 이동이 원활해졌고, 우리나라도 며칠 전부터 입국자에 대한 PCR 검사를 면제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국내외 여행의 문화가 새롭게 하지만 이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내가 선택한 삶이지만 때로는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눌렀다.

 

‘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눌렀다’ 는 프리랜서 번역가인 정재이 님의 에세이로 지친 삶 속에서 세상과 잠시 떨어진 시간을 갖고, 팬데믹 이전에 떠났던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동안 아쉽게도 잊고 잃었던 일상과 현재의 삶에 대한 치유 그리고 미래에 대한 소망을 담은 글이다. 무엇보다도 이 ‘비행기 모드 버튼’이 갖는 의미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핸드폰에서 비행기 모드 버튼은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우리는 항상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되어야만 세상의 소식을 들을 수 있고 주변의 상황을 알 수 있으며 나의 일 대부분을 확인하고 이어나갈 수 있다. 이 버튼을 누른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모든 것들을 (비록 잠시뿐일지라도) 포기하고 문득 튀어 오를지도 모를 불안감을 이겨낼 만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때는 거래처의 연락뿐 아니라 누구의 연락도 받고 싶지 않았다. 나를 찾아주는 고마운 사람들의 안부 인사도 받고 싶지 않았다. (중략) 잠시라도 온전한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버튼 하나를 누른 덕분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오후 1시를 기준으로 확진자는 몇 명이나 나왔는지, 이메일은 왔는지 그 무엇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마음이 더없이 차분하고 평안했다. (중략)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누르고 온전히 번역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덕분에 끓어올랐던 화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날 저녁 번역 원고를 마무리해서 보내고 10시간 31분 만에 비행기 모드를 해제했다.

 

휴대폰을 들여다봤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거래처의 급한 연락도 없었고, 지인들의 연락도 없었다. 다행이었지만 맥이 빠졌다. 그동안 나는 무엇이 두려웠던 걸까. (중략) 잠시 모든 것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을 하고 나니 지쳤던 마음이 재충전되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시간 동안 마음의 거리두기를 한 덕분에 다시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단 하루였지만, 자발적으로 외부의 모든 것과 단절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나를 한없이 짓누르던 부담감이 사라졌다. (중략) 비행기 모드 버튼은 잠시나마 모든 것과 완벽하게 단절되는 순간을 선사해 준다.

 

이 책의 작가가 반나절 동안의 일상에서 비행기 모드를 통해 얻게 된 깨달음처럼, 우리는 살아가는 시간 대부분을 고립과 단절, 소통의 부재, 역설적으로 타인에 의해 느낄 수 있는 자아의 존재감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 산다. ‘다른 사람들은 절대 내가 나에 대해 걱정하는 것 보다 나를 신경 쓰거나 걱정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때때로 나의 나아감에 있어서 거리낌을 해소하려 노력하는 나도 이 커다란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내기 어렵다. 이처럼 다른 사람을 신경 쓰기는 참 쉽지만 나를 신경 쓰는 (혹은 쓴다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두렵더라도. 어렵더라도. 그리고 썩 내키지 않더라도 가끔 우리는 오로지 나를 위해 ‘비행기 모드’에 들어설 필요가 있다. 이 비행기 모드라는 단순한 상징을 핑계 삼아, 힘들 땐 쉬어 가면 된다.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사실인데 우리는 이 점을 간과하곤 한다. 조금만 둘러보면 가까이에 따스한 햇빛이, 선선한 바람이, 넉넉한 그늘이 있는데 여행을 할 때도 평범한 일상을 보낼 때도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향해 돌진하다 보니 풍요로운 시간들을 누리지 못한다. 그렇게 결국은 지치게 되고, 모든 것을 멈추고 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니 지칠 때는, 되도록 지치기 전에 먼저 쉬어가자.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는 바보 같은 말일지언정 1보 전진을 위한 물 한 모금은 얼마나 현명한 말인지 느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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