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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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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희태
댓글 0건 조회 2,763회 작성일 22-07-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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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사랑 - 성수동 디 뮤지엄 전시회-

 

-      1. 사랑인지도 모르고 서툴고 수줍었던 그 때 

         우리 모두는, 사랑에 서툴렀었다. 유년 시절, 서로의 호감을 어렴풋하게만 느끼고 있을 때를 떠올려본다. 그녀를 바라보는 내 감정은 비이성적이고, 강렬하였다. 그녀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새롭고 설렜다. 이제서야 그녀에게 느낀 내 감정이 사랑임을 깨닫게 되었다.

전시장의 첫번째 섹션은 우리의 서툴렀던 그 때의 순간들을 기록해 놓았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추억의 노래들과 함께, 어릴 적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노란색의 벽지에 아이들의 웃고 있는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 소년 소녀가 서로 고개를 맞댄 모습, 세상 어디에도 얽혀 있지 않고 자기 감정에게 솔직한 모습. 지미 마블(Jimmy marble)의 사진을 보면 모든 것에 서툴던 우리의 “그 때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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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특별한 친구, 넌 천사가 아닐까? 부쩍 커버린 것 같은 네가, 날개를 달고 날아가버리는 상상을 하곤 해.”

-언플러그드 보이 by 천계영-

-      2. 언젠가는 바라봐 주기를 간절히 바라던 그 밤

첫번째 공간에서 두번째 공간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검은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섹션에서 노란색으로 우리의 유년 시절 사랑을 표현했다면, 두번째 공간은 시간이 흘러, 한 층 더 성숙 해졌을 때의 사랑을 파란색과 보라색으로, 사랑과, 그에 이어오는 슬픔을 복합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는 그녀를 깊이 사랑했고, 그녀를 볼 수 있는 날을 꿈꾸며 셀 수 없이 많은 밤을 보냈었다. 그녀와 처음 만난 날, 너무나도 행복 했었다.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며 이 사랑이 그녀도 마찬가지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나를 바라봐 주지 않았다.

두번째 섹션에서 전시된 트리스탄 홀링스워스(Tristan Hollingsworth), 마가렛 더로우(Margaret Durow)의 사진 작업물들은 옛된 사랑의 시린 면과 아픔, 그리고 치유해 가는 과정을 표현한다. 노출 기법으로 두개의 몽환적인 피사체가 겹쳐진 모습은, 나만의 감정을 그녀와 겹쳐보던, 그래서 더욱 아련하게 남았던 옛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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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좁아지지 못하는 서로의 거리, 너의 마음은 언제쯤 내게로 향할 수 있을까.”

-블루 by 이은혜-

-     3. 미칠 것 같이 뜨겁게 열병을 앓던 그 해

 

청춘은 자유분방하다. 아직 미숙하기에, 오히려 거침없다. 세번째 섹션에서는 붉은색, 자주색의 조명과 빛이 나는 미러볼을 사용하여, 우리에게 미치도록 뜨겁던, 청춘의 시절을 다시 상기시켜 준다. 테오 고슬린(Theo Gosselin)의 벌거벗은 나체를 찍은 사진들은, 우리의 리비도(libido)를 자극하여 자유로운 청년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장 한 켠에는 수많은 거울로 이루어진 공간이 있었다. 무수히 많은 거울에는 나와 그녀의 상이 비치고 있었다. 붉은 자주색 조명 아래 선홍 빛으로 붉게 물든 우리의 얼굴을 보며 이게 바로 작가가 말하고 싶은 “즐기며 살고, 열렬히 사랑하는 순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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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성장통과 같은 그들의 사랑은 불안하고, 그래서 더욱 맹목적이다”

-크레이지 러브 스토리, by 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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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꿈결 같던 그 시간, 소중한 추억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그 시절

 

사랑은 재미있는 연극과 같다. 어느 순간에는 결국 끝이 오기 때문이다. 

계단을 올라가면, 커다란 검은색 그림이 나를 맞이한다. 그림 속의 남자는 쓸쓸히 담벼락에 기대고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 사랑의 시작, 성숙을 보여주었던 전시는 이제 사랑의 끝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전시의 시작은 테오 고슬린의 사진으로 시작된다. 사진 속 인물은 이전 섹션과 달리 무채색의 쓸쓸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이별의 공허함과 아픔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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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는 다시 만날꺼야, 그 날을 기다리며, 너의 모습을 떠올리고 하고 싶은 말들을 생각했어"

-인어공주를 위하여, by 이미라-

마지막으로 전시는 어두운 공간 안, 한 여자가 당당하게 서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 의 아르미안의 여왕, 레 마누는 자신의 운명에 정면으로 맞선다. 매 순간 순간이 아무리 고통스러울지라도,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내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별의 아픔을 경험하였기에, 더욱 잘 알고 있다.  

 

사실은, 이별은 또 하나의 사랑을 위한, 필연적인 과정인 것이 아닐까?

 

우리는 수많은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한다. 그 모든 과정은 나 자신과 연계된다. 이별 후 혼자라는, 그 순간 조차 새로운 사랑을 하기 위해 나를 사랑하는 순간이라 생각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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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아르미안의 네 딸들, by 신일숙”


“과거와 현재에 산재해 있는 사랑의 파편들이 모여 한 개인의 역사를 이루듯, 

우리는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가슴 뛰는 사랑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채로운 사랑의 순간들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알게 되겠지요. 


결국 우리를 이루는 것은 사랑이였음을.”



오늘 하루는, 그녀에게 다시 한번, 사랑한다고 말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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