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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테드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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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룡
댓글 0건 조회 3,390회 작성일 22-07-1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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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테드 창은 공상 과학을 소재로 하여 자신이 하고 픈 메시지를 던진다. 총 9가지의 이야기들로 구성된 책 “숨”에서 기억에 남는 단편에 대해서 언급해 보려고 한다.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우리는 중요한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메모하고 정리하고 기록한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에도, 무언가를 배우며 공부할 때에도, 하다 못해 그 날 그 날 해야 할 세세한 일들까지도. 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까. 알츠하이머와 같은 치매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기억력의 소중함은 더욱 느껴진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저주인가? 반대로 완벽한 기억력을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단편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에서는 생체 보조 기억 장치를 이용하여 모든 것을 녹화하고 기록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망막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자신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는 ‘라이프로그’를 사용한다. 라이프로그는 법정에서 증거 자료를 제출하거나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에는 아주 유용하였으나 일일이 영상을 찾는 일이 번거로웠기 때문에 이러한 특별한 용도 외로는 거의 사용되지 못 했다. 그러던 중, ‘리멤’이라는 자동 검색 소프트웨어가 출시된다. 리멤은 소유자의 말이나 생각을 인식하여 자동으로 망막 프로젝터를 통해 해당 사건 영상을 띄운다. 주인공은 리멤이 편리하긴 하지만, 망각하고 있던 사실들을 끄집어 내어 사람들 간에 분란을 일으킬 지도 모른다고 여긴다. 잊고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검색해서 진위를 파악하는 행위를 통해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잘잘못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지고, 용서도 가능하게 되는 것인데 이제 소프트웨어 리멤에 의해 사람들은 망각이라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주인공은 리멤에 대한 자신의 우려를 증명하기 위해 자기 스스로 실험을 한다. 이를 위해 다른 사람들의 라이프로그 중 자신이 등장하는 영상을 공유 받는다. 리멤을 테스트해 보던 중, 주인공은 자신의 딸 니콜과 다투었던 기억을 검색한다. 그 동안 주인공은 니콜이 자신에게 심한 말을 퍼부었고, 그 이후 자신의 노력에 의해 부녀 관계가 회복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영상을 확인해보니, 그의 기억은 완전히 잘못되어 있었다. 심한 말을 퍼부었던 것은 바로 주인공 자기 자신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부녀 관계의 회복은 자신의 노력이 아닌 니콜이 다니는 학교의 상담 선생님 덕분이었다. 주인공이 기억하는 진실은 사실과 자신의 감정이 혼합된 진실이었고, 감정이 배제된 있었던 일 그 자체만을 보여주는 리멤에 의해 자신이 믿었던 진실은 진실이 아니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사람은 수많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존재다. 기억이란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들을 공평하게 축적해 놓은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애써 선별한 순간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서사이다. 설령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건들을 경험하더라도 우리가 똑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특정 순간들을 선별하는 기준은 각자 다르며, 그것은 우리의 인격을 반영하는 거울이다.”(p.301)

우리 뇌는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기억하지 않는다. 대신, 해당 장면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편집한다. 같은 상황이 주어졌을 때 어떤 사람들은 슬픔을 느끼지만 어떤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어떤 사람은 그 상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어떤 사람은 별것 아닌 일로 넘긴다. 실제로 일어난 일에 우리의 감정이 더해져서 기억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바로 그런 ‘감정적 진실들’이 모여 내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과거의 진실 (사실적 진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경험한 과거의 기억들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통찰력으로 생긴 감정적 진실이 오히려 우리의 삶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여지를 주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과거의 여러 시점에서 틀린 적이 있고, 잔인했거나 위선적으로 행동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그런 일들 대부분을 망각한다. 바꿔 말해, 우리는 스스로에 관해 거의 모른다. 자기 기억을 신뢰할 수 없다면 개인적인 통찰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일일까?”(p.329)

모든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생각보다 선한 사람일 수도 있고 악한 사람일 수도 있다.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잘못은 잘 기억하지만 자기 자신의 잘못은 빠르게 잊기 때문이다. 나에겐 진실(사실적 진실)이 아닌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진실(감정적 진실)일 수도 있다. 반대로, 나 또한 다른 누군가에겐 진실(사실적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감정적 진실)이라고 우겼을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기억의 실체가 사실적 진실인지, 감정적 진실에 가까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기억하는 것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잘못된 확신을 갖지 않도록 주변의 말을 귀담아 듣고 이해의 폭을 넓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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