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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학문 -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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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종수
댓글 0건 조회 2,849회 작성일 22-08-01 23:59

본문


즐거운 학문


프리드리히 니체



독창성이란 무엇인가? 

모든 이의 눈앞에 있는데도 아직 이름이 없어 부를 수 없는 어떤 것을 보는 것. 

사람들에게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름이 붙여져야 비로소 그들에게 어떤 사물이 보이게 된다. 

-독창적인 사람들은 대개 이름을 붙이는 자이기도 하다.



 전공책을 펼쳐보면 수많은 인물들의 이름을 딴 방정식이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패러데이 법칙,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맥스웰 방정식...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그들은 자연의 순리를 유독 관심 있게 들여다보았고 그곳에서 규칙을 발견하여 아름다운 수식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한 인물들이다. 그들처럼 해낼 수는 없어도, 또 그들만큼 유명해져서 역사 속에 내 이름을 남기지는 못하더라도 오늘 하루도 나는 그들이 남긴 유산들을 보며 비슷하게 모방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모방이라도 제대로 해내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그 근본적인 핵심조차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나를 바라보면서 때때로 큰 자괴감이 든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이름을 지을 때도 한 자 한 자에 의미를 담아서 짓듯이 오늘날 우리가 그냥 무슨 현상, 무슨 구조 이렇게 편하게 부르는 것들에는 모두 그 이름 속에 본질을 꿰뚫고 있는 어떤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니까 처음 이 이름을 붙여준 사람, 내가 니체의 말을 제대로 풀이한 것이 맞다면, 독창적인 사람이란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새로 창조해낸 사람이라기보다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바라보는 사람을 지칭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음악으로 넘어와서 계속 이야기하자면, 최근 작곡가 유씨가 과거 그가 발표했던 대다수의 곡이 일본의 사카모토 류이치씨의 곡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중음악계에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나는 두 사람 어느 누구의 팬도 아니고, 일전에 그들의 음악을 즐겨 듣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곡들을 찾아 들어보며 스스로 판단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비교해서 재생해보니 정말로 똑같았다. 고의였는지, 아니면 과거에 그가 인상 깊게 들었던 멜로디 몇 마디가 무의식적으로 그의 오선지 위로 옮겨졌는지, 진실은 본인만 알겠지만 어쨌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마치 내것처럼 발표한 것으로 돈과 명예를 얻어냈다면 그건 윤리적으로는 그른 일임에 분명하다.


 분명 유모씨는 음악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처음 소자를 만들 때도 앞선 연구자들이 과거에 구현해 놓은 소자를 똑같이 흉내 내는 것부터 시작하듯이, 그도 처음 작곡의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때 무수한 카피를 통해서 연습했을 것이다. 하지만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는 이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이 사태를 두고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씨의 10년 전 발언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나는 음악 듣지 않는다. 20년 됐다. 작곡가로서 영향을 받을까봐 그렇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실 음악을 전혀 듣지 않는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가 남의 음악을 통해서 영감을 전혀 받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떤 것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독창적인 멜로디와 아름다운 곡을 써내는지 정말 궁금하다.



모든 별들이 원형 궤도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사상가는 아주 심오한 사상가가 아니다.

엄청난 우주 공간 속을 들여다 보듯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은하수를 내면에 지닌 자는 모든 은하수가 얼마나 불규칙한지도 알고 있다.

이들은 현 존재의 혼돈과 미로에까지 뚫고 들어간다.



 니체는 자기 내면을 아주 깊게 들여다볼 수 있고 스스로를 심도 있게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그 내면의 깊이만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절대 함부로 행동하고 발언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신중하게 관찰하고, 내면의 깊이를 차분히 더해가며, 적절한 순간을 골라 자신의 의견을 세상을 향해 당당히 펼친다. 나는 학위 과정을 하는 동안 이루고 싶은 단 한 가지의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만의 단단한 철학을 만드는 것이다. 이 새벽에 스스로를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아직도 어디 내놓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빈약한 근거를 들이대며 억지스러운 주장을 하고 때로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얕고 충동적인 발언을 종종 내뱉는 것 같다. 이건 정말 고쳐야 한다. 나는 니체가 말했던 은하수의 본질을 파악할 만큼의 깊이만큼 나의 내면의 깊이를 더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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