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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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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추준홍
댓글 0건 조회 2,652회 작성일 22-08-0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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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여름 휴가 시즌이 되면서 주변 지인들의 여행 소식이 들려온다. 서울에서 가까운 춘천부터 부산, 제주도, 또 코로나로 가지 못했던 해외여행까지, 다양한 여행지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 우리는 보통 진부한 여행 후기를 위한 여행을 계획한다. 유명한 관광지 코스를 정하고, 평가가 좋은 맛집을 찾아보고, 좋은 숙소를 예약하고, 이러한 수고를 덜기 위해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여행을 가는 등, 실패 확률을 최소화하며 여행을 가고자 한다.

하지만 여행의 묘미는 의외성에 있다. 여행지에 가서 맛있는 걸 먹었다든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든지 하는 여행 후기는 이목을 끌지 않는다. 여행지에 가서 우연치 않게 외국인 친구와 동행한다든지, 여권을 잃어버려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든지 하는 이런저런 경험담과 실패담이 더 기억에 남고 흥미롭게 들린다. 여행 중 겪는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통해 우리는 깨달음을 얻고, 그 과정과 결과에서 의외의 행복을 얻는다.

여행은 이런 점에서 인생과 닮은 점이 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한 여행 계획처럼, 인생에는 성공을 위한 진부한 목표들이 있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안정적인 직장 가지기,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해 행복한 가정 꾸리기 같은 것들이다. 이 모든 목표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 곳곳에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존재하고, 고려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발생하여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목표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도 생긴다. 우리는 이러한 시련 속에서 좌절하기도 하지만 결국 어떤 결과에도 뭔가를 배우고 깨달으며 어느정도 만족하며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의외의 깨달음이 아닐까. 대학생 시절 중국 여행을 통해 인생의 방향이 바뀌게 된 작가는 본인에게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이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다.”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

작가의 말처럼 여행의 일상의 부재다. 일상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준다. 해야 할 일들에 더해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겹치며, 개개의 사건들을 일일이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 대다수다. 이렇게 어지럽고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은 대체로 정갈하다. 마치 소설처럼 여행은 주인공인 ‘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일부러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계획한 줄거리대로 질서 있게 진행된다. 이 경우 우리는 삶의 통제력을 얻고, 삶의 주인이 ‘나’라는 생각이 든다. 통제력이 생겼기에 여행 중 고통이 발생할 시 원하는 대로 여행이라는 소설을 수정할 수 있다. 고통의 지속성이 없는 것. 그것이 여행의 이유 중 하나이다.

또한 외국으로 여행을 갈 경우 모국어를 사용할 일이 극히 적어진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히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주변 외국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나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평가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안정을 주기도 한다. 일상에서 우리는 표면적인 말과 행동에 더해 사소한 말의 뉘앙스, 말의 숨은 의도를 모두 감지해야 하기 때문에 고요할 수 없다.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땅에서는 군중 속의 고독, 평화를 느낄 수 있다.

여행의 이유로 또 다른 것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오직 현실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놓인다”고 작가는 말한다. 낯선 장소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식당에서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숙소가 불쾌해 잠을 설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소한 위기에 더해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는 신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그렇기에 과거나 미래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여행은 그렇게 우리를 과거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모든 여행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휴식이 필요해서,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어서 등 외적인 여행의 목적 안에는 끝없이 이동해온 인류의 여행 본능이 몸에 새겨졌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외적인 이유이든 그냥 떠나고 싶든 여행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제공한다. 그 중 깨달음과 일상의 부재, 이 두 이유만으로도 여행의 이유는 충분하다. 다들 쉼표를 찍고, 잠시만이라도 일상에서 달아나보자. 돌아올 때, 무엇을 들고 올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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