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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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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승현
댓글 0건 조회 2,603회 작성일 22-08-0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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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사회적 현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국가의 비전을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한 방식이다. 국가 행사나 중요한 자리에서 하는 말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품격을 드러내는 언어일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정체성을 담은 말이기에, 대통령은 글쓰기에 대해 소홀히 해서도 안 되며, ‘의무’로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한 대통령이 해야 할 ‘의무’가 퇴색되어버린 사태가 바로 국정농단 사건이다. 무려 4년간 국민들에게 전달했던 글과 말이 대통령의 생각이 아닌, 제3의 인물이었다는 진실이 드러났을 때 수십만 명의 국민들은 강한 배신과 분노를 느꼈고,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를 맞이했다. 이렇듯, 대통령 연설문은 그 나라의 최고 결정권자로서 국민들에게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공표하는 중요한 소통이자, 국민들이 대통령의 생각과 비전을 읽고 공감하고 분노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는 점에서 많은 의미가 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이다. 그를 처음 알게 된 배경은 ‘김어준의 파파이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민주 정권 10년 동안 연설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느꼈던 점이나 대통령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과장되지 않고 겸손하고 담백하게 전달하여 시청자들에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런 그의 성향이 그대로 녹아있어 ‘글쓰기’를 시작하는 마음가짐부터 마지막 퇴고까지의 과정을 독자지향적으로 작성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배울 수 있다. 그 방법들 사이사이 두 대통령이 글을 쓰는 스타일과 철칙, 실제 사용되었던 표현들을 소개하며 잘 작성한 예시를 함께 들어주기에 독자들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해봤다. 글쓰기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기술도, 연습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자신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욕심’을 버려야 한다. 글쓰기 전, 우리는 거의 완벽주의에 시달린다. 그렇게 되면 첫 문장부터 문제가 된다. 완벽한 글을 위해선 첫 문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결국 내 욕심의 이상의 ‘내’가 아닌 글을 쓰게 되는 것이고, ‘내’가 아니니 좋은 글이 나올 수가 없다.


    ‘대통령의 글쓰기’에서는 이러한 욕심을 버리고 일단 시간을 정해 써보라고 말한다. 강원국이 오마이 뉴스를 통해 글쓰기 팁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자신에게 의지하라’였다. 글에 대한 답은 항상 자신에게 있으며 글을 쓰는 것도 ‘자존감’과 관련된 문제라는 것이다. 상식이 많고 어휘와 문법이 뛰어난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많이 아는 게 글쓰기에 가장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결국 글을 쓰는 건 자신의 대한 표현이다. 감정이 오락가락하고 집중하는 게 어려웠을 때 글을 쓰고 나중에 살펴보면 글이 정신없고 무슨 말을 하는지를 모를 때가 많다. 그런데 내가 뭔가 기분이 좋고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것에 대한 글을 쓰면 나중에 보더라도 그렇지 않았을 때 보단 더 글이 나은 경우가 많았다. 글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학문이기에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면, 쉽게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대중과 노무현 두 전 대통령은 어떻게 글을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했을까. 김대중은 연설문을 쓰고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국민에 대한 예의와 의무로 봤다. 항상 그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설명하길 원했다.


“상대방이 내 말을 쉽게 이해할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글쓰기는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니 무조건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게 좋다.”

   노무현은 사실 연설 자체를 즐겼던 것 같다. 그는 항상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며 토론하길 원했다. 그만큼 글쓰기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도 가득했다. 한번은 비서실을 통해 광복절 연설문을 ‘유시민’에게 써보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글을 읽고는 ‘유시민이 쓴 글이네’라며 결국 그 글을 연설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에서 노무현이 글을 통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느낄 수 있다. 글에 진정성이 없으면 진정한 자신의 글이 아니다. 글을 잘 쓰기로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유시민의 연설문이 과연 글 적으로 별로라서 인용하지 않은 걸까? 아마 글이 좋았다 하더라도 노무현은 그것은 자신의 글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그의 화법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담백하고 일상적인 표현들을 자주 사용했다. 그리고 항상 자신의 생각을 설득하고 주장하는 글을 국민들에게 많이 전달했다.

 

  이렇듯 연설문의 스타일을 보면 두 대통령의 철학과 스타일이 묻어난다. 우리는 글과 말을 통해 그 사람을 알 수 있고,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글쓰기는 결국 말하기와도 연결되어 있다. ‘연설문’도 사실, 읽기 위한 글이 아닌 말을 위한 글이다. 우리는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듣고 침묵하는 게 가장 편하고 누군가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정리하는 게 익숙하다. 아마 우리가 남 앞에서 말을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말하기와 글쓰기 둘 다 스스로 생각하기와 주장하는 것이 크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젠 조용히 있는 사람은 어디 가서 좋은 소리 들을 수 없다. 말하고 써야 한다. 그게 나를 위한 일이다.

 

  노무현과 김대중, 두 대통령이 ‘강원국’에게 가르쳐준 글쓰기는 놀랄 만큼 닮았지만 또 다르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가 살아온 올바른 길과 같이 글에서도 국민들에게 논리적으로 다가가려 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이해가 되도록 하는 모든 국민이 원하는 글을 쓰고자 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달라야 했다. 기존 대통령의 말과, 형식, 구조 틀에 얽매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조건 ‘다르게’를 외친 게 아니다. 형식과 전달하는 말은 다르지만, 말다운 말, 글다운 글을 위한 그 만의 원칙을 가지고 글을 썼다.

이렇듯, 글에서도 그 사람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것 같다. 결국 글쓰기라는 건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인 듯싶다. 글을 쓰면서 나를 알고, 내 생각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중점은 두 대통령의 글쓰기 방법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것 보다는. 이 두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글쓰기에 대한 철학, 원칙 그리고, 차이를 보여주면서,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고 결국 자신을 이야기하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무작정 많이 써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머릿속을 정리하며, ‘넌 지금 어떤 느낌이니? 어떤 생각이니?’를 계속 묻는 게 완벽한 글쓰기의 정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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