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최고요 著
페이지 정보

본문
1. '꾸미다' 대신 '가꾸다'
작가의 손을 거쳐 재탄생한 작가의 거주 공간.
“집을 가꾸다”라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정원을 가꾸다”라거나 “꽃을 가꾸다”처럼 ‘가꾸다’라는 말이 지닌 정성스러운 분위기가 좋아요. 누군가가 '집 꾸미는 법'을 물어오면 "집을 꾸밀 때는 이렇게 이렇게 하세요"라고 대답하다가도 마음속으로는 '그런데 이때는 '꾸미다' 라는 단어보다 '가꾸다' 가 더 어울리는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하죠. (p.45)
그렇다. 꾸민다는 말에는 작위적인 무언가가 들어 있다. 꾸미는 것이 외관과 형식을 중요시한다면, 가꾸는 것은 본질과 본성에 중점을 둔다. 연예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이 흥하고 있지만 내가 그러한 프로그램에 끌리지 않는 이유이다. 연예인들은 관찰 예능에서마저 그들의 화려하게 ‘꾸민’ 모습만을 보여주기 바빠 한다. 그에 반해 인간 극장이나 극한 직업과 같은 다큐멘터리들은 꾸밈이 없다. 그들의 애환을 절절히 녹여낸 진심 가득한 인생을 통해 진득한 향을 풍긴다. 우리는 보여주기 식 꾸민 삶을 살고 있는지, 정성스럽게 가꾸어 나가는 삶을 살고 있는 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집을 가꾼다는 것은 우리의 생활을 돌본다는 이야기와 닮았습니다. 방치하지 않는다는 의미죠. 어느 구석, 어느 모퉁이 하나도 대충 두지 않고 정성을 들여 돌보는 것. 그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삶을 대하는 방식이자 행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p. 46)
집을 가꾸는 것은 내 삶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깨달음이 머리를 스친다. 책을 읽다 말고 집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곧 거실에 널부러진 옷가지와 먼지가 쌓인 바닥이 눈에 들어온다. 내 방은 나의 마음 속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복잡한 생각으로 헝클어진 내 마음 속은 방바닥에 방치되는 옷가지들이 늘어나며 가시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삶을 대하는 방식대로 내 방은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2. 이야기가 깃든 공간
앞으로는 어떠한 자세로 집을 가꾸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적혀 있었다.
좋아하는 책들을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도록 정리해 둔 작가의 책장.
어떻게 꾸밀지보다 먼저 이 공간에서 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또는 생활하고 싶은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나 자신에게 물어보는 거예요. 집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생활하는지, 주로 무얼 하는지, 편안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는지, 작업하기에 최적화되기를 바라는지, 요리하는 걸 원하는지, 어떤 취미가 있는지 등등 나의 하루를 생각해보고 그걸 집에 반영하는 거예요. 집에는 그곳에 사는 사람의 생활과 취미, 그리고 가치관이 담겨 있어야 하니까요. (p. 135)
집을 가꾸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앞서에서 기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내 삶을 대하는 자세와 연결된다. 나만의 공간을 만들려면 나에 대해서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에서 내가 느끼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지, 무엇을 보고, 듣고, 향기를 맡고 싶은 지,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은 지를 차근차근 생각해 보는 것. 앞선 문장에서 ‘집’을 ‘삶’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생각해 보면, 내가 지향하는 삶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인테리어는 상당히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좋아하는 것을 나열하다 보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서로 맞닿아 있어서 놀랍기도 하고, 많은 것이 개연성 없이 마구잡이로 섞여 있어 당황스럽기도 해요. 그런 것들이 커다란 덩어리를 이룬 것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인지하면 일상생활을 디자인하는 일에 재미와 깊이가 생깁니다. (p. 148)
작가는 먼저 이미지를 모으라고 말한다. 내가 따라하고 싶은 집의 이미지를 무엇이든 간에 모아두고 공통점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한다. 그 중에서 특히 따라하고 싶은 이미지는 무드보드로 매일 보는 공간에 붙여 둔다. 매일 보다 보면 따라하고 싶고 닮고 싶은 공간들과 내 주변이 닮아가는 경험을 한다는 말이다. 이거는 흡사, 다이어트 할 때 자기가 되고자 하는 롤모델을 냉장고에 붙여 두라는 말과 비슷하다.
원하는 이미지를 모으는 과정을 통해 원하는 것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던 경험들은 많다. 옷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옷들을 모은 후 한 눈에 보았을 때 내가 원하는 옷이 어떤 질감, 어떤 색감이고 디자인인지를 알았던 경험이 있고, 마음에 드는 헤어 스타일을 보이는 대로 수집한 후 이를 다시 훑어 보았을 때 원하는 헤어 스타일을 명료하게 알 수 있었던 기억도 있다. 연구자들이 현재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충분히 문헌들을 뒤져 보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지 않는 지 생각은 이어진다.
3. 만날 때까지 천천히 기다리자
조급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여유의 미학.
서두르지 마세요. 빨리 골라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산 물건은 두고두고 미련이 남을 수 있고, 그것은 또 다른 섣부른 소비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르니까요. (p. 177)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라… 상당히 공감이 되는 말이다. 나 또한 서둘러서 무언가를 진행했을 때 후회되었던 경험이 많다. 옷을 사려고 돌아다닌 시간이 아까워 무작정 옷을 구매했다가 집에 와서 환불할 지 입어야 할 지 고민했던 경험, 한밤중에 사고 싶은 물건을 충동 결제를 했다가 다음 날 아침에 주문 취소가 안 되어 후회한 경험 등이 그렇다. 대학원에 입학하여 연구를 할 때에도 일처리를 빠르게 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그르쳐 몇 배의 시간이 들었던 기억이 수없이 떠오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은 ‘하루 더 사용하기’ 이다. 해야 할 일을 하루 더 미루며 게으르게 산다는 것이 아니다. 오늘 결론을 내고 끝내고자 마음이 들었다면 하루만 더 나에게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다. 내게 고민을 던지는 것에 대해 하루 종일 붙들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다음 날 자고 일어난 맑은 정신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보이는 것들 것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손에 잡힌 일이라면 빠르게 끝내야 직성이 풀리는 내 원래 성격에 반하는 방식이기에 아직은 어렵지만, 이 또한 천천히 연습해 나가고 있다.
4. 인테리어에는 정답이 없다.
결국 작가가 하는 말을 요약해 보면, 인테리어에는 정답이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한 해답만 있을 뿐이다.
따스한 작가의 시선이 가득한 공간들.
행복을 미루지 마세요. 여기서, 오늘부터 시작합니다. 지금 당장 변화를 줄 수 있는 쉬운 방법으로 시작합니다. 큰 공사없이 최대한 그대로 두고도 집의 예쁨을 찾고 가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봅니다. (p. 207)
행복을 미루지 마세요…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말이다. 당장에 어려운 일들이 앞에 놓일 때마다 행복은 졸업 이후로 미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행복은 모든 것이 여유로울 때 내 마음 속으로 맞이해야 겠다 라고. 그러나 작가가 인테리어를 대하는 자세에서 말했듯이, 현재의 상황이 완전히 뒤집어 져야만 내면의 평화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상황의 큰 변화 없이도 지금 삶 속에서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나만의, 내 인생 인테리어를 시작해 보아야 겠다.
- 이전글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22.06.04
- 다음글두 번째 지구는 없다. 22.06.0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