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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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삶
학위논문심사가 점차 다가오면서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었을 때 긴장감과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심리학자에게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심리 상태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불안’을 손꼽는다. 불안을 심리학적으로 정의하면 ‘원하지 않는 생각이나 감정을 가질 때 생기는 불쾌한 감정’이라고 한다. 여기서 원하지 않는 생각과 감정은 두려움, 분노, 고통, 우울, 상실감 등 부정적인 심리상태 등을 포함하는데 이런 부정적 감정들을 상상하고 부정적 감정을 극대화하면서 최악의 감정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본인 스스로가 키워가는 것이다. 아직 닥치지 않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드는 감정이 불안감으로 형성되어 자신을 더욱 옥죄어 오는 것이다.
적정한 만족감과 적정한 멈춤이 없으면 길 잃은 인생을 살게 된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책에선 ‘적정한 삶’을 주장한다. 적정한 삶이란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아는 삶으로, 적정한 만족감과 적정한 멈춤이 필수적이다. 현대인들의 기준은 너무 높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여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 계속 비교하고 자괴감을 느끼며 성취감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은 항상 불안과 두려움에 갇혀 있다.
미국 유학 시절, 지도교수님을 처음 뵙는 자리에서 나는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질문을 받게 된다.
“자네는 몇 시간 자는 사람인가?”
늘 잠을 줄이고, 시간을 아끼라는 말만 들어왔기에 이런 질문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내가 무척 의아해하자 교수님은 한 번 더 차근차근 물으셨다.
“몇시간을 잤을 때, 다음날 가장 지혜롭고 행복해지는가를 묻는 걸세.”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왜 그 숫자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을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많은 숫자 중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숫자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학위 심사 날짜가 점점 다가오면서 불안에 잠식되면서 더 늦게 퇴근하고 더 일찍 출근하려는 강박감이 생겨 수면시간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불안감으로 인해 ‘잠을 안 자는 것’이 만족스러운 삶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해왔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만족스럽지 않고 불안한 상태로 붕 떠 있는 시간이 반복되어왔다.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흔들려 평소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만한 일에도 쉽게 우울해지곤 했다.
제멋대로 선을 넘나드는 감정을 컨트롤하고 싶다면 경계선을 긋자. 그 순간 뇌는 나를 되돌아 볼 것이다.
미래의 적정한 삶을 위해 현재의 적정한 삶을 포기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았다.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수에 달려있다고 한다. 10점짜리 행복을 한 달에 한 번 느끼는 사람보다 3점이나 4점짜리 행복을 일주일마다 느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한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이 작고 소소한 행복의 경험을 여러 번 축적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게임의 중독성이 강한 이유 중 하나가 작은 퀘스트를 하나씩 성공했을 때 받는 성취감 때문이다. 적정한 삶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가 너무 큰 행복을 바라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던 것을 잠깐 멈추고 산책을 하거나 밥 먹으러 가는 그 시간을 즐긴다면 현재의 적정한 삶은 그다지 먼 곳에 있지 않을 것이다. 불안한 시기이지만 나에게 작은 행복과 성취감을 선물한다면 아무리 길어 보이는 어둠의 터널이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처럼 끝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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