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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미래』 - 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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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종수
댓글 0건 조회 2,765회 작성일 22-04-01 00:15

본문


불안한 상상을 멈추기 어려웠다.

 

심한 불면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의 심리묘사를 통해 인간의 불안함과 원초적인 공포심에 대해 잘 표현한 소설이다.

주인공 ‘나’는 소설가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오늘도 늦은 새벽까지 남아 글을 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실패한 글쟁이였고, 그럴듯한 결과물 하나 내놓지도 못한 채 요즘 들어 시간만 낭비하고 있었다.

피폐해진 그는 어느 날 깊은 숙면을 취하고 싶었고, 그 와중에 소재 거리 하나라도 얻어보겠다는 핑계로 두껍고 지루한 책들이 즐비한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한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눈을 떴다.

칠흑같은 어둠과 적막함만이 감도는 낯선 서점 한복판에 그는 홀로 남겨져 있었다.

철저히 외롭고 고립된 상황임을 인지하자 형언할 수 없는 불안함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급기야 그는 처절하고 암담한 심정으로 무언가에 쫓기듯 정처 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빛이라고는 조금도 없어서 나는 자꾸 어딘가에 부딪히고,

그때마다 무언가가 떨어지고 떨어진 것에 다시 부딪히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어둠 속에서 같은 처지에 놓여있던 낯선 남자를 만난다.

남자의 아내는 최근 들어 환각을 보고, 신경질적이었으며, 어딘가 매우 불안해했다고 한다.

어둠 속에서 낯선 남자의 이야기는 한동안 이어졌고, 어느 순간부터 주인공은 남자의 정체를 알아채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그는 본능적으로 낯선 남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머지않아 익숙하고 밝은 무언가를 운좋게 발견하게 되고, 이번에는 확신에 찬 발걸음으로 밝은 물체를 똑바로 향하여 그는 또다시 필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모서리에 몸 어딘가를 찧고, 여기저기 부딪히는 것들이 많았으나 상관하지 않았다. 

희미하고 무해한 그것이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것이 나의 암담한 미래를 마저 완성하기 전에 그곳에 도착해야 했다.



상쾌하고 포근한 아침이었다.

‘나’는 모처럼 걸작 한 편을 완성해냈다.




아무리 시도해도 볼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나와 여러분 모두의 미래이다.

 

가끔, 다가올 모든 일에 대해 미리 알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교수님께서는 원래 인간의 삶이란 불안함과 불확실함의 연속이라고 하셨다.

이 말씀이 정말 진리라면 별안간 막막해지고, 갑자기 내일을 살아가기가 두려워진다.

 

미지의 무언가와 마주한다는 것은

어떤 누군가에게 있어 공포와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호기심과 탐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는 과연 어떤 부류의 사람이며 현재까지 어떠한 태도로 살아왔는가.

 


그날은 예고없이 갑작스레 집중호우가 내렸다. 

하필이면 그날 기가 막히게도 내게는 우산이 없었다.

밖은 이미 어두컴컴하고, 날은 쌀쌀한데 축축한 비까지 맞으며 걸어갈 생각을 하니 아주 난감했다.

자정이 넘어 택시를 부르자니 돈 몇 푼이 괜시리 아까웠고, 차를 타고 가기에도 대단히 애매한 거리였다.


하지만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고픈 나의 마음은 너무나 굴뚝같았다. 

그래서 대충 굴러다니던 적당한 종이박스를 구해와 1층 로비로 내려간 다음 그것을 뒤집어쓰고 떨어지는 빗방울들과 담담히 마주했다.


그리고서 잠시, 아주 살짝 망설이다, 이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태연한 척 빗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계속 걸었다. 


빗길을 뚫고 인고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현관 문고리를 확 열어젖혔다. 

후끈하고 달가운 공기가 얼굴을 확 감싸고 돌며 긴장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뒤늦게야 바지 밑단이 심각하게 젖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과정이야 어찌됐던 나는 결국 포근한 나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보상으로 뜨끈한 샤워물을 머리에 끼얹어 온몸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다.

 


나의 앞날에 있어 오늘 당장 비가 내릴지 아닐지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그저 우산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일단 뭐라도 들고 밖으로 나서보면 무언가는 될 것만 같다.


나는 종종 벌어지지도 않을 일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을 많이 하곤 한다. 

이걸 고치려면, 조용히 다가오는 운명에 대해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꽤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조금 용기를 더하여 이제는 불확실한 미래와 반갑게 마주해보고도 싶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성숙해지는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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