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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는 왜 일어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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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룡
댓글 0건 조회 3,023회 작성일 22-04-0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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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는 왜 일어나는가 


만약 무한히 살 수 있는 약이 개발된다면, 당신은 망설임 없이 이를 복용할 것인가? 아마 대답은 “아니오”일 것이다. 수명만 늘어나고 노인인 상태로 오래오래 산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질문을 조금 바꾸어 보자. 수명의 길이는 바뀌지 않더라도 젊음을 유지한 채로 일생을 사는 약이 개발된다면 복용할 것인가?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대답은 “예” 일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이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노화를 방지하고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이지, 간신히 수명을 연장하며 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쉽게도 사람이 나이 들면서 늙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며 이러한 노화를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노화가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사람의 노화를 초래하는 메커니즘이 무엇인지에 관한 연구에 집중해 왔으며, 수많은 학설이 제시되었다. 노화 관련 이론 가운데 가장 유력한 학설은 3가지가 있다.

 

[수명 프로그램설]

동물은 1개의 수정란으로 시작하여 반복된 세포 분열 과정을 통해 동물체를 형성해 가는 데 이를 “발생”이라고 한다. 발생이 진행되면 처음에는 1종류였던 세포들은 여러 가지 종류의 세포-뇌세포, 근육세포, 각종 장기세포 등 형태도 기능도 다른 여러 가지 세포들로 변화해 간다. 이것을 세포의 “분화” 현상이라고 한다. 발생이나 분화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발생하는 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DNA 내부에 발생과 분화를 위한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으며 유전자 각각의 스위치는 그 프로그램에 따라 순서대로 ON/OFF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화 또한 발생 및 분화와 마찬가지로 DNA 내부에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서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프로그램설”이다. 프로그램설을 믿는 학자들은 노화 유전자가 따로 존재하며 노화 유전자 스위치가 켜지고 결국 노쇠, 사망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프로그램설의 증거 중 하나로 ‘텔로미어’가 있다. 염색체 말단에는 세포 분열 시 염색체가 분해되는 것을 막아주는 텔로미어라는 부위가 존재한다. 여러 차례 세포 분열이 진행되면 텔로미어 DNA는 길이가 조금씩 짧아지며 대부분의 텔로미어가 손실되면 세포 분열을 멈춘다. 또 다른 프로그램설의 증거로는 유전적 조로증이 있다. 인간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유전적 조로증으로는 베르너 증후군이 있으며 해당 질병에 걸린 환자들은 20세에 피부에 주름살이 생기고 백발의 노인이 되어 버린다. 조로증 환자로부터 추출한 세포를 배양해 보면, 그 수명은 정상 세포의 절반 이하다. 이 사실은 유전자 속에 노화나 수명을 결정하거나 적어도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인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수명 에러설]

노화나 수명은 유전정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세포가 분열을 반복하는 동안에 DNA가 손상을 입거나 과오를 일으키는 것이 노화와 죽음의 원인이라는 것이 ‘수명 에러설’이다. DNA 손상이 노화의 원인이라는 증거 중 하나는 DNA를 방사선이나 자외선에 노출시키면 DNA에 상처가 생기거나 절단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2차 세계 대전 중 원자폭탄 제조를 위한 맨해튼계획 중에서 실험동물에게 방사선을 노출시키면 수명이 단축되는 연구 결과가 보고 되었고, 방사선 노출이 잦은 영상의학과 의사는 일반 의사보다 평균 수명이 5년이나 짧다는 미국 조사보고가 있다. 또한 생물은 DNA 상처를 회복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수명이 긴 동물일수록 상처 회복 능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노화 및 수명이 DNA 손상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크로스링크설]
에러설에 포함될 수 있는 또 하나의 학설로, 크로스링크설이 있다. 이 가설을 처음 제창한 학자는 뵈르크스텐이라는 화학자이다. 뵈르크스텐은 세포 속의 여러 가지 단백질 사이에, 시간과 더불어 차츰 크로스링크가 생기면 각각의 단백질 분자가 갖는 작용이 손상되고 세포의 기능이 저하하여 차츰 노화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포 내에서의 크로스 링크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나 세포 바깥의 결합 조직에서는 이러한 크로스 링크가 형성된 사례가 많이 발견되었다. 크로스링크는 그 기능에 따라 3단계로 나누어 지는데, 갓 형성된 조직에 있지만 성숙과 더불어 사라지는 미숙 크로스링크, 성숙과 더불어 늘어나는 성숙 크로스링크, 그리고 노화에 수반하여 형성되는 노화 크로스링크로 분류된다. 실제로 칼슘, 콜레스테롤이 침전하여 혈관 내벽이 딱딱하게 굳는 동맥 경화가 발생한 곳에서는 ‘히스티디노알라닌’ 이라는 노화 크로스 링크가 많이 발견된다. 또 하나의 크로스링크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는 노화와 더불어 나타나는 자기면역병이다. 우리 몸은 이물이 침입하면 그것을 무해화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면역’ 반응이 발생한다. 그런데 노화에 따라 크로스링크가 생성되어 변성된 단백질들이 많아지면 우리 몸은 어느 순간 이를 이물로 인식하고 자기 자신을 공격하게 된다는 것이다.

 

노화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학설들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아무래도 젊음을 평생 유지하는 약이 세상에 나오기에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화를 막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프로그램설로 생각하면, 유전자에 내재된 프로그램을 재배열 및 리프로그래밍하여 노화를 방지하는 방법이 있고 수명 에러설이 맞다면 DNA 손상을 유발하는 원인들을 제거하거나 DNA 손상 부위가 완전한 회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크로스링크설이 맞다면, 노화를 유발하는 단백질들을 밝혀 내어 크로스링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이다. 어떤 노화설이 맞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세상이 요구하는 목적 지향적인 연구가 판을 치는 시대에, 차분하게 넓게 기초적인 연구를 추진하는 일, 얼핏 보기에는 아무 소용도 없듯이 보이는 연구에도 인재와 연구비를 과감히 투입하는 것이 사실상 노화를 방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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